[연합시론] 대의와 명분 실종된 尹·安 후보단일화 샅바싸움

연합뉴스 2022. 2. 1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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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대선토론회에서 인사하는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에게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를 제안한 이후 양측간 기 싸움이 치열하다. 안 후보 측은 지난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때 사용했던 '적합도ㆍ경쟁력' 조사를 통해 단일화를 하자고 한다. 누가 대통령으로 적합한지, 누가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의 경쟁에서 더 우위를 보이는지를 물어 그 결과를 합산해 후보를 결정하자는 것이다. 최근 윤 후보와 안 후보를 각각 야권 단일 후보로 가상한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윤 후보보다 더 높은 지지율을 얻는 것으로 나온 결과가 여럿 있었던 만큼 안 후보 측으로서는 이 방식으로 하면 윤 후보와 한번 겨뤄볼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이미 여론조사 순위가 굳어져 있는데 별도 여론조사를 할 필요가 있느냐", "여론조사에 참여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이 윤 후보보다 지지율이 낮은 안 후보를 선택하는 '역선택'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여론조사방식에 반대하고 있다. 후보 간 담판을 통한 단일화를 선호하는 듯하다. 정권교체의 대의에 공감해 단일화에 나선다면서 양측 모두 나에게 불리한 것은 싫고, 유리한 쪽으로만 하겠다는 심사로밖에 볼 수 없다.

안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클럽 토론에서 "정권교체가 필요하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게 목적이며, 정권교체는 그 수단이자 과정"이라면서 "닥치고 정권교체 했는데 지난 5년보다 더 아마추어적인 국정운영이 벌어져서 나라가 더 어려워지면 어떻게 하냐"고 말한 바 있다. 이 발언은 그를 지지했던 이들은 물론, 많은 국민의 공감을 얻었다. 그러나 안 후보는 후보 등록 당일 전격적으로 단일화를 제안하면서 왜 갑자기 생각을 바꿨는지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안 후보는 단일화 논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유권자들에게 왜 윤 후보와 단일화를 해야 하는지, 이것이 닥치고 정권교체와 무엇이 다른지를 설명하고 납득시키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윤 후보 측 또한 역선택을 말할 입장이 아니다. 그동안 다수의 단일 후보 경쟁력 조사에서 안 후보가 윤 후보에 앞서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선택 때문이 아니라 본인과 배우자 리스크, 당내 권력 다툼 등으로 윤 후보와 국민의힘에 대해 불안한 마음을 가진 유권자들이 안 후보를 선호한 측면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 후보가 40% 안팎의 지지율을 얻고 있는 것은 정권교체를 바라는 여론이 높아서이지 윤 후보나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가 아님은 윤 후보나 국민의힘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확장력을 감안했을 때나 단일화 후보의 경쟁력 측면에서 본다면 역선택을 걱정해야 하는 쪽은 윤 후보가 아니라 안 후보"(신용현 국민의당 공동선대위원장)라는 주장도 일리가 없진 않다.

박빙의 대선에서 1ㆍ3위 후보 간 단일화가 미칠 파장을 고려할 때 그 성사 여부는 국민적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저 이기고 보자는 식의 단일화는 감동을 주지 못할 뿐 아니라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후보 단일화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1997년 김대중ㆍ김종필 후보 단일화 때 두 사람은 '민주화 주도 세력과 근대화 주도 세력이 힘을 합쳐 실패한 정권을 교체하고 국민이 안심할 국정운영을 하겠다'면서 '공동정권 구성과 운영', '내각제 개헌' 등 구체적인 사안들을 문서로 합의했다. 정권교체와 통합의 국정운영을 내세워 지지율 1위 후보가 3% 지지율의 군소후보와 통 큰 합의를 이뤘고 이를 바탕으로 대선에서 승리해 초유의 IMF 위기를 극복해 냈다. 그런데 지금 단일화 논의에서는 정권교체 외에는 어떤 대의와 명분도 보이지 않고 양보와 희생은 찾아보기 힘들다. 단일화 방식을 둘러싼 샅바싸움이 지루하게 계속된다면 단일화 이슈는 시너지 효과는커녕 헤어나기 어려운 늪이 될 수도 있음을 양측 모두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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