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 "KT 황창규 회장에 '정치후원' 보고"..그래도 '모르쇠 무혐의'

강재구 입력 2022. 06. 27. 16:01 수정 2022. 06. 2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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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쪼개기 후원' 검찰 수사기록 2만4천쪽 입수
여야 국회의원 99명 후원..황 전 회장만 무혐의
검찰 "보고됐다거나 불법임을 알았을 증거 없어"
황창규 전 케이티 회장. <한겨레> 자료사진.

여야 국회의원 99명에게 ‘쪼개기 후원’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황창규 전 케이티(KT) 회장은 검찰 수사에서 유일하게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반면 케이티 전·현직 임직원 14명은 쪼개기 후원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상태다.

27일 <한겨레>가 케이티노동인권센터로부터 입수한 케이티 쪼개기 후원 사건 수사기록 2만4000여쪽에는 2014~17년 불법 후원을 주도한 대관담당 임원들이 황창규 당시 회장에게 정치후원금 집행을 보고했다는 ‘일관된 진술’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검찰은 이런 진술에도 불구하고 직접 관여한 증거가 없다며 모르쇠로 일관한 황 전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수사기록을 보면, 대관담당 임원들은 황 회장 집무실 등에서 정치후원금 기부 액수와 대상자 등을 보고한 뒤 이를 승인받아 집행했다고 진술했다. 특히 ‘후원’ ‘기부’ ‘협찬’ 등으로 항목을 나눠 연도별 후원액과 대상자를 정리한 참고자료를 보고했고, 이에 황 회장이 “수고했네”라며 치하했다는 등 상세한 진술을 남겼다. 대관담당 부문장 맹아무개(1심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씨는 “최고경영자에게 직접 보고하는 문건에 ‘정치후원’ 같은 민감한 단어를 기재한 건 의전상 적절하지 않은데, 당시에는 혹시라도 황 전 회장이 ‘후원’의 의미를 다른 취지로 혼동할까 봐, 중의적 해석의 여지가 없도록 부적절할 정도로 직접적인 문구를 대놓고 넣었다”고 진술했다. 일반적 의미의 기업후원이 아닌 정치인 개개인에 대한 예산 집행임을 분명히 보고했다는 것이다.

이런 구체적 진술에도 불구하고 황 전 회장은 아예 ‘정치후원’과 관련한 서면·구두보고 자체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다. 황 전 회장은 “설령 문건을 보았다고 하더라도 불법 정치후원을 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반면 대관담당 임원이었던 최아무개씨는 참고인 조사에서 “문건을 (황 회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그랬다면) 황 회장에게 대면보고를 할 내용이 없었다”며 반대 취지로 진술했다. 전체 국회의원 3분의 1에 달하는 이들에게 후원금을 내는데 회장에게 대면보고를 안 했겠느냐는 것이다.

다만 대관담당 임원들은 황 전 회장에게 법인의 정치후원 행위 자체가 불법 행위라는 점은 구체적으로 보고하지 않았다고 한다. 맹씨는 그 이유에 대해 “최고경영자가 회사의 법적 리스크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지만, 그런 문제를 직접 언급하면 최고경영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모양새가 돼 (회장이) 약점 잡히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부담스럽거나 거부감이 들 수 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참고인 조사를 받은 한 임원은 “자기보다 직급이 높은 임원들 이름을 동원해서 후원을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임원들도 정치적 부분에서 자기 이름을 쓰는 것은 부담스러울 텐데, 1~2주 사이에 일사불란하게 후원금을 입금했다는 것은 결국 최고 윗선 지시에 의해 움직였다는 뜻”이라고 진술했다. 황 전 회장의 심기 등을 고려해 적절히 보고 수위를 조절했지만, 황 전 회장이 정치인 후원 자체를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한겨레>에 “압수물 분석 결과 및 관련자 진술 등을 종합해도 대외업무 담당부서의 부외자금(장부에 기록되지 않은 자금) 조성 및 불법 정치자금 기부가 황창규 회장에게 보고됐다거나 황 회장이 이를 제대로 인식한 채 지시·승인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불기소 처분 이유를 밝혔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1월 대관담당 임원 등 4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고, 구현모 대표이사 등 임원 10명을 정치자금법 위반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약식기소했다. 이들은 회삿돈으로 상품권을 매입한 뒤 현금화하는 방식 등으로 부외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 99명에게 4억3800만원을 쪼개기 후원한 혐의를 받는다. 케이티노동인권센터는 황 전 회장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항고, 재정신청했지만 모두 기각됐다. 마지막으로 대법원에 재항고한 상태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손현수 기자 boys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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