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반도체 의존 안보 위협"..그레이엄 앨리슨·에릭 슈미트 공동기고

강영진 2022. 6. 21. 12:0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WSJ, 앨리슨 하바드교수·슈미트 구글 CEO 공동기고문
2차대전 수준 동원 노력 없이는 중국의 장악 막지 못해
한국·대만 정부와 협력해 삼성·TSMC 미서 생산토록 해야

[평택=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2022.05.20.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미국의 반도체 의존이 미국 안보를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는 기고문을 실었다. 저명 국제관계 학자인 하버드대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와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에릭 슈미트가 공동 작성한 글이다.

대만 TSMC사 창업자 모리스 창은 지난 4월 인터뷰에서 미 의회가 미 반도체 기업들에게 500억달러(약 64조47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해 선도 기업이 되도록 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거액을 헛되게 쓴다"고 말했다. 미 기업들이 TSMC를 넘지 못할 것이라는 그의 지적은 옳을 지 모르지만 요점은 그게 아니다. 대만에 첨단 반도체 공급을 전적으로 의존하면 미국 안보가 위태로워진다.

TSMC는 모든 스마트폰, 랩탑, 탄도 미사일에 사용하는 첨단 반도체의 92%를 생산한다. 엔비디아, 퀄컴, 애플 등 미국회사들이 거의 모든 제조를 대만에 아웃소싱하고 있다. 대만 반도체 생산능력이 작동하지 않거나 중국의 손에 들어간다면 믹국의 기술 부문은 황폐해질 것이다. 로버트 워크 전 국방부 차관 말대로 대만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반도체로 인한 국가 안보 위기가 발생하게 된다. 그는 "타이페이와 중국 본토 사이의 거리가 180km 떨어져 있다. 두 나라 사이의 (기술)격차는 2세대 이상"이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중국 정부가 미국 전자산업을 지탱하는 반도체를 장악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정책 입안가들은 중국이 통신 인프라스트럭처 시장을 장악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반도체 시장, 태양패널, 전자장비 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막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반도체 제조에 500억달러를 투자하는 내용의 미국 혁신 및 경쟁법을 제안했지만 의회는 논의만 할 뿐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의회가 법안을 통과시키더라도 미국의 투자는 중국 정부 투자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1990년부터 2020년까지 중국은 32개 반도체 대기업을 설립했다. 전세계 다른 나라들이 설립한 대기업이 24곳 뿐이다. 창 설립자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단 한 곳도 설립되지 않았으며 미 기업들은 더이상 첨단 반도체를 제조할 수 없다. 국내에서 반도체 기업을 운영하는 것보다 동아시아에서 운영하는 것이 비용이 절반밖에 들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책이 환상적으로 추진되더라도 미국 기업들이 TSMC의 첨단 반도체 선도 지위를 따라잡는 건 불가능하다.

그러나 중국은 반도체 부문 발전이 눈부시다. 중국은 오는 20205년 대만을 능가하는 세계최대 반도체 제조국이 될 전망이다. 이미 반도체를 장치에 부착하는데 필요한 회로판 생산이 전세계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중국은 공급망을 쥐락펴락할 핵심 자원들을 장악하고 있다. 전세계 실리콘의 70%를 생산하며 텅스텐의 80%와 갈륨의 97%를 생산한다. 이들 모두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이다.

중국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게 되면 미국이 따라잡을 수 없는 기초기술 우위를 달성하게 된다. 예컨대 인공지능을 위한 맞춤형 반도체는 사회를 변화시키고 자율주행 자동차와 최첨단 백신과 같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

미국이 이런 곤경을 타개하기가 쉽지 않다. 반도체 경쟁에서 이기려면 바이든 대통령의 500억달러 지원안에 더해 세가지가 더 필요하다.

첫째, 미국은 최첨단이 아닌 반도체 제조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 첨단 반도체가 스마트폰이나 랩탑에 필수적이지만 전세계 반도체 시장의 2%에 불과하다. 인텔이나 글로벌파운드리와 같은 미국 기업들은 TV에서 탱크까지 폭넓게 사용되는 성능이 덜한 반도체 제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미 정부는 이들 기업들이 공장을 빠르게 설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연구, 개발, 제조 투자를 지원하고 세제 지원도 해야 한다.

둘째, 미국은 대만과 한국 정부에 힘을 써 TSMC와 삼성이 미국과 협력관계를 구축해 미국에서 첨단 반도체를 설계하고 생산하도록 해야 한다. 두 나라는 미군의 안보 지원에 의존하는 나라들이다. 퀄컴과 엔비디아 같은 미 기업들과 합작 투자를 함으로써 미국 방위 체제가 이들 나라에 대한 안보 공약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들 나라 정부의 독려와 미국의 세제 지원 및 보조금 등 유인책이 있다면 TSMC와 삼성이 미국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하면서 돈을 벌 수 있게 된다.

셋째, 미국은 R&D와 제조 사이의 관계를 긴밀히 해야 한다. 기술 혁신은 대부분 둘 사이의 긴밀한 상호관계에서 이뤄진다. 미국의 혁신 및 경쟁법안으로 R&D와 제조 모두에 유인책을 제공함으로써 큰 걸음을 디딜 수 있다.

미국은 반도체 경쟁력을 잃을 위기에 처해 있다. 미 정부가 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국가적 동원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중국이 조만간 반도체를 지배하고 첨단 기술의 힘을 발휘하게 될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