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얼어붙었는데 '테라 사태' 책임까지..궁지 몰린 韓 코인 거래소

박현영 기자 입력 2022. 6. 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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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암호화폐 20~30% 폭락..거래소 매출 하락도 예견된 수순
'테라 사태' 책임 물은 당국..5대 거래소, 자율 규제까지 마련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면서 ‘크립토 겨울’이 본격화된 가운데, '테라 사태'에 따른 규제의 화살까지 거래소를 향하면서 국내 거래소들이 설상가상의 상황에 놓였다.

지난 14일 오후 4시 코인마켓캡 기준 비트코인(BTC) 가격은 전날 같은 시간보다 10.61% 떨어진 2만2613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오전 한 때 2만1000달러대로 떨어진 후 소폭 반등했지만, 지난주에 비해 24% 가량 떨어지는 등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더리움(ETH)은 암호화폐 대출 서비스 셀시우스의 '뱅크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난 주말부터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에 비해선 30% 이상 떨어진 상태다. 이 밖에 바이낸스코인(BNB), 리플(XRP)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모두 떨어지면서 사실상 ‘크립토 겨울’이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많다.

약세장이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업비트, 빗썸 등 국내 거래소의 매출 둔화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9월 20조원에 육박했던 업비트의 일 거래대금은 지난달 3조원대로 주저앉았다.

이런 가운데 국내 거래소는 더욱 궁지에 몰린 상황이다. ‘테라‧루나 사태’에 따른 규제당국의 화살이 거래소를 향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한 암호화폐 루나(LUNA)와 UST가 붕괴된 테라 사태와 관련, 규제당국은 이른바 ‘거래소 책임론’을 내세우고 있다. 거래소들이 루나 상장 폐지 시점과 출금 일정을 제각각 다르게 제시한 탓에 투자자 피해가 더 커졌다는 게 규제당국의 시각이다.

이에 원화마켓을 운영하는 5대 거래소는 지난 13일 자율 규제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시했다. 루나처럼 특정 암호화폐가 폭락하는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상장 폐지 시점 및 입출금 일정을 통일하겠다는 게 자율 규제안의 골자다. 또 새로운 암호화폐를 상장할 때 심사하는 기준, 거래 지원 중인 암호화폐를 모니터링하는 기준 등도 통일하기로 했다.

상장 심사를 더 까다롭게 하고, 기준에 미달한 암호화폐를 꾸준히 상장 폐지할 경우 암호화폐 거래소가 매출을 일으키기는 더 힘들어진다.

알트코인 거래 비중이 높은 국내 시장에선 더욱 그렇다. 지난 13일 국민의힘 가상자산특별위원회가 주최한 당정 간담회에서 박선영 동국대학교 교수는 "글로벌 시장에선 비트코인의 비중이 41%인 반면 국내에선 8%"라며 "국내 시장은 알트코인 거래 비중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알트코인 거래 비중이 높은 만큼, 국내 거래소들은 경쟁사들이 상장하지 않은 알트코인을 단독 상장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확보할 때가 많다. 하지만 상장 심사 및 모니터링 기준을 통일화할 경우, 특정 알트코인을 단독 상장할 수 있는 기회는 예전에 비해 줄어들 수 있다. 거래소들의 자율 규제안 마련으로 사업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특히 암호화폐 시장은 국경이 없다. 국내에 규제를 해도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를 이용하면 한국의 규제는 한국 거래소만 옥죄게 된다. 국내 거래소만 역차별받고 투자자들은 해외 거래소로 빠져나갈 확률이 커지는 셈이다. 5개 거래소가 동시에 특정 암호화폐를 상장 폐지할 경우, 해당 암호화폐를 거래하려는 투자자들은 자연히 바이낸스 같은 해외 거래소로 향하게 되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거래소 이용을 막을 방법이 없는 만큼, 국내 거래소의 거래량이 줄어들 가능성도 커졌다.

이처럼 국내 거래소에 악재가 연이어 닥친 상황이지만, 거래소들은 우선 서슬퍼런 규제 움직임에 대응하고 향후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코인베이스를 비롯해 해외 거래소들은 이미 구조조정 등에 나섰지만 올해 초 공격적인 채용을 예고한 국내 거래소들은 고용 기조에 있어서도 별다른 궤도 수정이 없는 상태다.

한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이런 약세장에 규제 이슈를 받아들이고 준비해야 다음 상승장이 왔을 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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