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차별금지법 제정 소명 다하라"..각계 인사 813명 비상시국선언
[경향신문]
사회 각계 인사 813명이 “국회가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면하고 있다”며 비상시국선언을 했다.
‘차별금지·평등법 제정을 위한 비상시국선언’ 참가자들은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들을 차별과 혐오에 방치해두는 정치를 ‘나중에’가 아니라 ‘바로 지금’ 끝내야 한다”며 “국회는 차별금지·평등법 제정으로 시대적 사명을 다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의 지난 15년간 차별금지법이 수없이 발의됐고 시민사회의 입법 요구가 계속됐으나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미류·종걸 활동가는 법 제정을 요구하며 18일째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 중이다.
시국선언에는 함세웅·문정현·문규현 신부, 박경서 대한민국 초대 UN인권대사,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등 사회 원로들이 참여했다. 최영애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최초의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씨도 동참했다. 하리수씨는 “트랜스젠더 연예인으로서 방송에서 당한 차별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앞에서는 굉장히 당당했고 유쾌해 보이는 삶을 살았지만 뒤에선 눈물 흘리는 날이 많았다”고 말했다.
시국선언에 참여한 이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이 소수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 전체의 권리와 민주주의에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입법 절차를 빠르게 진행하라고 촉구했다.
박경석 대표는 “과연 한국에서 차별받는 사람이 어찌 장애인뿐이겠느냐”면서 “차별받는 사람들의 넘치는 고통과 신음을 진지하게 해결해야 하는 책무를 정치권이 마땅히 져야 한다”고 말했다. 양경수 위원장은 “노동 현장은 성별, 연령, 외모, 국적, 비정규직 차별 등 우리 사회에 있는 모든 차별이 집약된 곳”이라며 “어디서는 다수일 수 있지만 어디서는 소수일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그래서 차별금지법 제정은 우리 모두가 다수가 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에 반대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목소리가 과대 대표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이사장인 홍인식 목사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는) 보수 기독교 목소리는 과대대표돼 있다는 걸 목사이자 평생 교회의 삶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며 “현장의 교인 대다수는 이 법에 찬성하고 있고, 최근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국민 다수가 찬성한다. 이제 정치권은 종교탓을 그만두라”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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