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님, 요즘은 말이죠.." 기업에 부는 MZ '역멘토링' 바람

전성필 2022. 4. 1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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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DB

국내 한 대기업의 부장급 직원 A씨는 최근 부서의 90년대 출생 직원들과 ‘점심 미팅’을 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이 회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듣고 싶어서였다.

A씨는 젊은층에서 자주 찾는다는 서울 강남의 한 ‘핫플’(핫플레이스) 브런치 카페를 장소로 잡았다. 경청하는 모습을 보이려고 태블릿PC도 챙겼다. 그는 “MZ세대의 취미생활, 인간관계, SNS 활동 등의 생생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회사와 상사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도 배울 수 있어 부서 관리나 업무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MZ 탐구’에 몰입 중이다. 민간 기업은 물론 위계질서를 중시하던 공기업까지 MZ세대와의 눈높이 맞추기를 하고 있다. 기업들이 MZ세대에 몰두하는 건, 이들이 각 조직의 주력으로 성장하며 미래 성장엔진으로 자리하고 있어서다. 동시에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MZ세대에 눈을 돌리지 못하면, 인력이 이탈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위계’ 조직구조 없애고 소통창구 늘리고

19일 재계 및 IT업계에 따르면 SK스퀘어의 자회사 티맵모빌리티는 최근 그룹·실·팀 단위 조직을 모두 없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위계가 선명한 조직체계가 불편하고, 수평적 관계를 선호한다는 의견이 잇따라서다. 티맵모빌리티는 조직 개편 이후 신입 직원부터 대표이사까지 서로를 ‘OO님’으로만 부른다.

티맵모빌리티는 또 주 4일 근무제 제안을 받아들여 매월 셋째 주 금요일을 휴무일로 지정하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운용하기로 했다. 사내 ‘지정석’도 일부 없앨 예정이다. 직급에 따른 고정좌석을 없애고, 자유롭게 모바일로 좌석을 예약해 앉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티맵모빌리티 관계자는 “님이라는 호칭을 도입해 수평적 문화를 정착시킨 데 이어 근무 방식까지 MZ세대에 맞춰 혁신하기 위해 젊은 직원들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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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경영진들이 MZ세대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운영 중이다.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는 2030세대 생각과 경험을 사업부장에게 직접 전달하는 ‘MZ 보드’를 만들었다. 상사들은 MZ세대 직원에게 회사 제품과 소비자 트렌드 관련 생각을 듣고 SNS에서 이슈인 중요 사안도 공유 받는다. 상사들이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이미지나 영상)을 공부하는 시간인 셈이다. 디자인경영센터에서는 MZ세대로 구성된 젊은 디자이너들이 ‘크리에이티브 보드’(Creative Board)를 통해 센터장에게 직접 디자인, 트렌드, 조직문화 관련 의견을 전달한다.

KT도 만 39세 미만의 직원으로 구성된 ‘블루보드’(청년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과거 공기업 시절부터 내려온 수직적 문화를 수평적 문화로 바꿔가는 데 초점을 맞춘다. KT 관계자는 “MZ세대 직원과 경영진 사이에 자유롭게 소통을 해 상품·기업이미지를 MZ세대 특유의 생각·경험에 맞춰 개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주력 소비층 MZ 잡기’ ‘인력 이탈 막기’

기업들이 MZ세대를 ‘열공’하는 건 이들이 ‘지갑을 여는 주요 세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기성세대가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를 중시해 경제적 소비를 하는 반면 MZ세대는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중시한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개인적 만족도가 높으면 소비를 선택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주요 타깃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일보 DB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에 1980~2000년대 출생자 38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46.6%가 가심비를 가장 중요한 소비 가치관으로 꼽았다. 이어 ‘미닝아웃’(소비를 통한 개인의 신념 표출)이 28.7%, ‘돈쭐’(돈으로 혼내주는 구매운동) 10.3%, ‘플렉스’(자랑·과시형 소비) 7.9%, ‘바이콧’(불매운동의 반대인 구매운동) 6.1% 등이었다.

MZ세대 배우기는 기업의 생존 전략이라는 측면도 있다. 수직적 조직문화를 고수하는 기업에서는 ‘MZ세대 이탈’이 가속화하고 있다. 유능한 인재의 유출이 이어지면 기업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MZ세대는 조직 충성도나 헌신에서 약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수직형 구조의 기업을 선호하지 않는다. 경직된 문화가 남아 있는 기업일수록 인력 이탈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MZ세대 탐구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공기업도 다르지 않다. MZ세대에 맞춰 조직문화를 앞다퉈 쇄신하는 중이다.

한국수자원공사는 5년차 이하 젊은 직원이 참여하는 내부 이사회를 운영해 업무수행 방식, 주요 사업에 의견을 반영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공단도 올해 대리급 이하 직원들로 구성된 ‘KEA 브릿지’를 만들어 경영진에 MZ세대 의견을 직접 전달하는 창구를 운영할 계획이다.

에너지공단은 “이사장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MZ신문고, 조직 구성원들이 함께 방탈출게임 등을 할 수 있는 ‘친해지길 바라’ 등의 활동을 추진해 MZ세대도 만족할 조직문화를 만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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