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신용등급 '정크'로 강등 .. 디폴트 위험 커졌다

최희진 기자 2022. 3. 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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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방의 금융 제재에 유럽 시장에서 철수한 러시아 최대은행 스베르방크 간판. 로이터연합뉴


피치와 무디스 등 세계 3대 신용평가사가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투기 등급으로 일제히 강등했다. 러시아가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커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AFP통신은 3일 피치와 무디스가 러시아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꺼번에 6계단씩 강등해 이른바 ‘정크 등급’을 매겼다고 보도했다. 정크는 쓰레기·폐물이라는 뜻으로 국가채무를 상환할 수 없는 디폴트 상태의 국가에 부여되는 투기 등급을 뜻한다.

무디스는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금융제재를 추가 검토한 후 러시아 장기 국채의 신용등급을 종전 Baa3에서 B3로 강등했고, 피치도 러시아 신용등급을 BBB에서 B로 낮췄다. 앞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주 러시아를 투기등급으로 강등했다.

피치는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 제재로 러시아의 국가채무 상환 의지가 약해질 수 있다고 지적하면서 국가 신용등급이 한 번에 6계단 강등된 것은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 당시 한국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또 러시아 중앙은행과의 거래를 금지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는 이전의 다른 제재보다 러시아의 신용 여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EU 등 서방은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결제망에서 배제하기로 하고, 러시아의 외환보유고 접근도 제한하는 금융 제재를 가했다.

이 조치가 발표된 후 달러 대비 러시아 루블화 가치는 연일 사상 최저로 추락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일 오전 모스크바 외환거래소에서 루블화 환율은 달러당 117.5루블, 유로당 124.1루블까지 치솟았다. 러시아 루블화의 가치가 달러당 110루블을 넘어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까지만 해도 1달러당 75루블 수준이었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루블화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기존 9.5%에서 20%로 끌어올렸지만 효과는 신통치 않다.

JP모건은 경제 제재로 국제 채권시장에서 러시아 국채의 디폴트 가능성이 현저히 커졌다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이달 7억달러(약8400억원) 규모의 국채가 만기를 맞는데 일부 자산 동결과 다른 체재로 부채 상환이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러시아는 국제 금융지수에서도 퇴출됐다. 금융 지수업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과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러시아 주식을 자사 지수에서 퇴출한다고 이날 각각 발표했다. 러시아 증시는 오는 9일 MSCI 신흥시장지수에서 제외되고, FTSE 러셀에선 7일 제외된다. MSCI는 압도적 다수의 시장 참가자들이 러시아 증시를 ‘투자할 수 없는’ 곳으로 간주한다고 밝혔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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