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와 직접소통'..이사회만큼이나 중요해진 'MZ위원회'

함정선 입력 2022. 1. 16. 11:53 수정 2022. 1. 1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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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문화 바꾸는 기업]②
대기업들, MZ세대 의견 듣기 위해 소통 강조
MZ세대 아이디어 조직문화에 반영하며 '지지'
일부선 기존 'X세대' 등 소외 우려도

[이데일리 함정선 기자]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기업 내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간 MZ세대를 나이가 어린 새로운 기술에 익숙한 집단쯤으로 인식해온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MZ세대의 가치관과 성향을 흡수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오랜시간 고착된 문화를 고수해온 기성세대 중심의 대기업마저도 MZ세대의 특징을 살려 조직문화를 혁신하고 나섰다. 공정과 성과, 평등과 정의를 내세우는 MZ세대의 특징이 성과주의 수평문화를 정착하는 데 가장 필요한 요소로 손꼽히기 때문이다.

영보드, 밀레니얼·섀도 커미티…조직 중심 떠오른 MZ

대기업들이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것은 MZ세대와의 소통이다. 단순히 기존의 의견 개진을 벗어나 MZ세대가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현실화하는 것이 예전과 달라진 점이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한 일 중 하나가 서울과 대전 등의 사업장을 찾아 MZ세대를 만난 것이다. 권 부회장은 MZ세대로 구성된 주니어 보드를 직접 만나는 한편, MZ세대 등 임직원들이 좀 더 쉽고 편하게 의견을 말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개별 채널인 ‘엔톡’을 만들기도 했다.

LG전자는 MZ세대로 구성된 협의체 ‘섀도 커미티’(그림자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삼성전자 역시 MZ세대와 소통을 위한 ‘밀레니얼 커미티’를 두고 있다. 포스코는 MZ세대로 구성된 위원회인 ‘영보드’를 통해 이들과 소통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 기업은 MZ세대와의 소통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와 의견 등을 적극 경영과 마케팅, 조직문화 개선에 반영하고 있다.

포스코는 영보드의 의견을 반영해 직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한 오프라인 강좌를 개설하는 한편, 전문 자격을 취득하면 장려금을 제공하는 등의 교육제도 개선에 나섰다. 이와 함께 자녀 초등학교 입학선물이나 휴게실 등 시설 보수 등의 복지 확대 의견도 받아들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 등 제품의 디자인을 결정하거나 아이디어를 내는 단계에서 MZ 커미티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MZ세대들의 이야기를 담고 각 구성원이 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최정우 회장이 공모로 선발한 ‘영보드’ 직원들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MZ세대 익숙한 플랫폼 활용하고 사업 기회도 제공

기업들이 MZ세대를 타깃으로 직급을 통일하는 등 조직체계를 바꾸고 복지제도를 확대하는 것은 기본이다. 일부 기업들은 MZ세대가 익숙한 플랫폼과 콘텐츠를 적극 활용하며 MZ세대가 보다 적극적으로 사내 활동 등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금호석유화학은 지난해 하반기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메타버스를 이용한 교육을 진행했다. 신입사원들은 연수원 등에 모이는 대신 메타버스인 ‘게더타운’에 모여 교육을 받고 OX퀴즈, 보물찾기 등의 공동 활동도 진행했다.

한화시스템은 메타버스 등 디지털 기반으로 조직문화를 혁신하고 있다. ICT부문은 메타버스를 이용해 신입과 경력사원의 면접 전형을 1차 팀장부터 3차 임원까지 진행하고 있고, 방산부문은 신입사원의 사내 교육훈련을 메타버스로 진행했다.

LG화학은 MZ세대 직원들이 직접 미래 성장동력 아이템을 발굴하고 사업화할 ‘영탤런트’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선발된 사원·선임급 직원들에게는 최신 트렌드와 글로벌 기업들의 혁신적인 일하는 방식에 대한 교육을 제공하고 이들이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등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특징이다.

금호석유화학은 ‘메타버스’를 활용해 신입사원 교육을 진행했다.
‘X세대’ 소외 우려도…“성과 중심 조직문화 필요”

MZ세대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조직문화를 개선하며 한편에서는 그간 회사를 위해 헌신해온 X세대(1960년대와 1970년대 베이비붐 이후 세대)가 소외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사내에서 자칫 세대갈등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조직 혁신과 세대교체가 가속화하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회의 ‘허리’로 여겨졌던 4050세대가 회사에서는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비판도 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기업인 사람인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60.6%가 ‘임직원 간 세대 갈등이 있다’고 답했으며 기업의 98.2%는 ‘세대갈등이 조직문화와 경영성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MZ세대의 특징을 조직문화에 반영하면서 다른 세대와 갈등을 만들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성과를 인정하는 시스템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여주기가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나이나 세대가 아니라 성과를 내면 누구나 보상을 받는다는 인식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함정선 (mint@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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