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만 코로나 확진자 급감' 미스터리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2021. 11. 2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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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당시 2만 명까지 치솟았던 하루 확진자, 두 자릿수로 떨어져
일본 학계와 언론조차도 정확한 원인 규명 못 해

(시사저널=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확대되고 있는데도 코로나19 대유행은 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코로나19가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다시 맹렬한 기세로 확산일로다. 유럽에선 11월 들어 하루 30만 명을 넘는 신규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백신 접종이 확산하면서 일시적으로 떨어졌던 하루 확진자는 지난 9월 이후 다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2020년 최고치를 넘어설 정도다.

글로벌 통계사이트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11월23일 기준으로 하루 확진자가 2만 명을 넘는 나라가 7개국에 이른다. 독일 7만3966명(인구 8400만), 영국 4만3676명(6800만), 러시아 3만3558명(1억4600만), 프랑스 3만2591명(6500만), 폴란드 2만8380명(3700만) , 체코 2만5864명(1000만), 네덜란드 2만3709명(1700만) 등이다.

일본은 최근 코로나 감염 하루 확진자 수가 급감하고 있다. 사진은 도쿄에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아사쿠사 지역을 걷고 있는 모습ⓒ뉴시스

유럽은 락다운 재개 따른 국민 반발로 '몸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유럽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다.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곳곳에서 방역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BBC 등에 따르면 오스트리아는 11월22일부터 최다 20일간 통행금지(락다운)를 다시 도입했다. 식료품을 사러 나갈 때를 제외하고는 집 밖으로 나서는 것이 금지됐다. 독일에선 백신 미접종자에게 감염이 확산 중인 지역에서 음식점 등을 이용할 수 없게 했다. 벨기에는 주 4일 재택근무를 의무화했으며, 마스크 이용 의무도 확대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일시 도입했던 전국 휴무를 재도입했다. 전국적으로 11월7일까지 9일간을 비(非)노동일로 지정했다. 출근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체코의 경우 음식점 등을 이용할 때 백신 접종이나 코로나에서 회복됐음을 증명하도록 의무화했다. 백신이나 감염으로 면역력을 확보한 사람만 식당 등을 이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유럽에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전국적인 락다운을 실시한 오스트리아는 유럽이 느끼는 당혹감을 잘 보여준다. 인구 900만의 오스트리아는 백신 접종으로 지난 5월말 이후 8월말까지 하루 확진자가 수백 명대에 머물렀다. 8월말부터 1000명대를 기록했지만,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을 유지했다. 그러나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10월21일 5000명을 넘었고, 11월10일에는 1만1398명이 발생해 처음으로 1만 명을 넘었다. 이전까지 최고 기록인 지난해 11월13일의 9586명도 깨졌다. 오스트리아의 코로나19 확산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11월20일에는 하루 확진자가 1만5279명으로 1만5000명 벽도 넘었다. 결국 오스트리아는 락다운에 들어갔다. 백신 접종자와 비접종자 할 것 없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했다.

이처럼 엄격한 방역조치의 부활로 유럽 각국 국민의 반발도 커지고 있다. 독일과 벨기에, 네덜란드 등은 방역 규제 철폐를 요구하는 시위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방역 강화로 경제 상황도 다시 얼어붙고 있다. 백신으로 집단면역을 확보해 행동도 자유로워지고 경제도 다시 활기를 찾을 것으로 기대했던 각국 국민의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감염 억제와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EU(유럽연합)는 먹는 코로나 치료제의 허가를 서두르고 있다.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는 상황에서 치료제를 조기에 시장에 내놓음으로써 사망률을 낮추고 사람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서다. 한마디로 유럽에 비상경계령이 발령된 상황이다.

11월12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정부의 코로나 감염 억제를 위한 강력한 봉쇄 조치에 반발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마주하고 있다.ⓒAFP 연합

기시다 내각은 코로나 대응으로 신뢰 유지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기온이 낮을수록 확산이 잘되는 바이러스의 특성상 겨울이 오면서 코로나19가 다시 고개를 들 것이란 예상은 있었다. 지난해에도 이맘때쯤 늦가을과 초겨울을 맞은 북반구를 중심으로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쳤다.

그런데도 유럽 각국이 올해 초부터 대대적으로 백신을 접종한 것을 고려하면 코로나19의 급속한 재확산은 의외다. 블룸버그 백신 트래커에 따르면 EU 27개국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11월25일 현재 68.4%로 59.1%인 미국보다 높다. 부스터샷 접종률에선 EU가 6.9%로 미국의 11.3%보다는 낮다. 영국은 접종 완료율이 69.2%이며 20%가 부스터샷을 이미 맞았다. 백신 접종 완료율 78.6%에 4.1%가 부스터샷을 접종한 한국도 하루 3000~4000명대 확진자가 발생하며 역대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이렇게 높은데도 확진자는 늘어나는 기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구 1억2600만 명의 일본에선 11월 들어 경이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다. 확진자가 연중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어서다. 11월1일 하루 확진자가 84명으로 두 자리 숫자를 기록했다. 일본에서 하루 확진자가 두 자리로 떨어진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인 202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11월22일에는 44명까지 떨어져 기록을 경신했으며, 24일에도 77명에 그쳤다. 23일 107명을 기록하는 등 다른 날도 100명 전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76.6%이며 부스터샷을 곧 시작할 예정이다.

일본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급감한 이유에 대해 누구도 정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일본 언론에서조차 '미스터리'란 표현이 나올 정도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검사 건수가 줄었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검사자 대비 확진율도 낮기 때문이다. 백신을 충분히 접종해 집단면역을 형성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사실 일본의 백신 접종률은 유럽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다만, 마스크 착용 의무화 등 방역수칙을 여전히 지킨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그렇다면 유럽과 일본의 코로나 확진자가 크게 차이 나는 요인은 단지 마스크 때문일까. 하지만 이런 추정도 한·일 비교에선 무의미해진다. 한국과 일본은 백신 접종 완료율도 비슷하고, 기후도 큰 차이가 없으며 마스크 착용에서도 거의 동일하다. 그런데도 확진자 발생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일본의 경이적인 코로나 확진자 감소 요인은 백신이나 마스크 같은 단일 요인이 아닐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전문가들도 일본에서 이처럼 확진자 발생이 줄어든 이유를 정확히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에서 델타 변이가 일본에선 맹위를 떨치지 않은 것을 지적하지만 이는 결과일 뿐 원인으로 보기는 힘들다. 일본에서 미스터리한 일이 벌어지고 있지만 원인은 불명인 셈이다. 과학적·의학적·보건학적인 원인을 찾기가 힘들다. 일본은 기온이 높은 편이지만 가을이 오고 겨울이 다가오는 건 유럽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기후도 원인이 될 수 없다.

특이한 점은 일본의 확진자 격감이 갑작스럽게 찾아왔다는 사실이다. 따지고 보면 지난 7월23일부터 8월8일까지 열린 2020 도쿄올림픽은 코로나19로 얼룩졌다. 도쿄올림픽은 일본에 5차 대유행을 불렀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올림픽이 개막한 7월23일 1451명이던 일본 전국의 확진자 수는 그다음 주인 7월31일에는 1만494명으로 1만 명을 넘었다. 확진자는 올림픽 기간 중에는 물론 그 뒤에도 급격히 늘어 올림픽 폐막 보름 뒤인 8월22일에는 2만6184명으로 절정을 이뤘다. 당시 일본은 넘쳐나는 코로나19 환자로 의료 붕괴 위기에 내몰렸다.

그런데 그 뒤 놀라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확진자 증가도, 감소도 상당히 짧은 시간에 이뤄졌다. 이런 과정을 거쳐 현재의 안정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

주목할 점은 상황이 이런데도 일본 정부는 긴장을 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 내각은 11월12일 코로나19 종합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6차 대유행에 대비해 내놓은 코로나 방역 대책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을 고루 담아 백신과 검사, 그리고 진료의 코로나 대응 '삼각 편대'를 모두 강화하기로 했다. 새로 들어선 기시다 내각이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유지하는 핵심을 코로나19 대응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확진자 급증하는 한국 상황 예의주시

이번 종합대책의 핵심은 부스터샷 접종이다. 2차 접종 뒤 8개월이 지난 18세 이상을 대상으로 희망자 전원에게 12월부터 차례로 부스터샷을 접종하기로 했다. 백신을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최고의 '전략무기'로 보는 시각이다.

더해 무료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늘리기로 했다. 건강상 이유 등으로 백신을 맞을 수 없거나 무증상인 사람에겐 PCR 검사를 무료로 해주기로 하고 3000억 엔(약 3조310억원)의 예산을 쏟기로 했다. 검사 체제 강화를 위해 예산을 대대적으로 투입하는 것이다.

눈길을 끄는 건 코로나19 확진자가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는 병상을 늘려 진료 체계를 대폭 강화하기로 한 점이다. 올림픽 기간 5차 대유행 당시 전국적으로 병상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의료 붕괴 우려가 나왔던 경험을 적극적으로 참조했다. 그래서 당시보다 30% 더 많은 3만7000개 병상을 확보해 그 정도 환자가 전국 의료기관에서 동시에 입원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11월 안에 만들기로 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11월24일 회견에서 "일본의 신규 감염자는 감소세가 이어져 지난해 여름 이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평하고 "한국이나 유럽에서 감염이 확산하는 걸로 알고 있어 정부로서는 여러 나라의 확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률이 높은 나라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상황을 보고 일본도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일본은 높은 백신 접종 완료율과 마스크 착용에도 확진자가 급증하는 한국의 사례를 특히 주시하고 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다시 맹위를 떨치는 것에 대비하기 위한 연구다. 여섯 번째 대유행이 언제 올지 모른다는 위기의식이다. 한국에 대한 연구를 통해 확진자가 일본에서 급감하고 유럽에선 급증하는 원인이 드러날 전망이다. 과학적으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의외의 일이 벌어진다는 것은 거기에 대한 정보가 부족함을 의미한다. 유럽과 일본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는 인류가 바이러스에 대해 얼마나 정보가 부족한지를 잘 보여준다. 확실한 것은 앞으로 코로나19와 관련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여전히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긴장을 풀지 말고, 계속 철저한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긴 터널의 끝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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