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아바타로 소통하는 10대들의 놀이터 메타버스 세상 들여다보니..

이영규 에듀&테크 기자 입력 2021. 11. 22.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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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옷·염색 원하는 대로 '아바타 꾸미기' 열풍
'대리 커스텀'까지 성행해.. 시세 몇만원 수준

“댈컴(대리 커스텀) 해드립니다. 아바타를 원하는 스타일로 바꿔드려요.”

가상현실에서 아바타의 모습으로 소통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 초등학교 6학년 이모양은 이곳에서 하루 평균 5개의 아바타를 꾸며 유행하는 스타일로 만드는 일을 한다. 이른바 대리 커스텀. 최근 제페토를 이용하는 이들이 늘면서 남들보다 눈에 띄는 외모로 꾸미고 싶다는 이유로 많은 의뢰가 들어온다. 일종의 캐릭터 성형이지만 이것을 반복할 경우, 가상현실에 대한 과의존도 현상 등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타버스 통해 다양한 아바타 꾸며요

가상현실 속 아바타에 대한 열기는 뜨겁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10대들은 가상현실에서 부캐(부캐릭터)를 만들어 현실과 같은 사회·문화적 활동을 한다. 전 세계 2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제페토의 이용자 중 80%가 10대 청소년일 정도다. 이러한 인기 속 10대 사이에는 아바타를 개성 있게 꾸미는 커스텀이 열풍이다. 나아가 이를 대신해주는 대리 커스텀까지 등장했다.

대리 커스텀의 진행 방식은 간단하다. 커스텀을 맡길 이에게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담긴 계정과 함께 원하는 방식을 메시지로 보내면 된다. 커스텀은 얼굴부터 헤어, 메이크업, 의상 등 다양하게 이뤄진다. 심지어 얼굴 형태부터 눈 크기까지 조절돼 어떤 스타일이든 원하는 커스텀이 가능하다. 핼러윈 복장, 아이돌 무대의상, 명품 액세서리 등 꾸미는 스타일도 각양각색. 대리 커스텀을 해준 사례로 젬이라 불리는 가상 화폐, 혹은 현금 등을 요구한다. 가격은 커스텀 실력 등에 따라 정해진다. 최모(17)양은 “아바타 1개를 커스텀할 경우 1만원 정도를 받는다”며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은 이보다 몇 배를 번다”고 말했다.

화려하고 개성이 넘치는 아바타일수록 수요가 몰린다. 이 때문에 대리 커스텀을 위해 공부를 하는 이도 적지 않다. 안모(12)양은 “예쁜 아바타를 많이 꾸며 용돈을 벌고 싶었다”며 “대리 커스텀을 위해 한 달 동안 유튜브를 보면서 공부했다”고 설명했다. 박모(12)양은 “독학으로 1~2개월 정도 커스텀 연습을 했다”며 “처음에는 얼굴만 가능했지만 이제는 옷이랑 헤어까지 예쁘게 매치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취재원들에 따르면 한 개의 아바타를 꾸미는 시간은 짧게는 5분, 최대 30분 이상이 걸린다.

10대들이 대리 커스텀에 열광하는 이유는 대리만족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꾸밈에 제약이 있다 보니 평소에 시도하기 어려웠던 모습을 아바타에 투영하는 것이다. 한 번도 해볼 수 없는 화려한 염색이랑 개성 있는 옷차림이 가능한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신모(14)양은 “학생은 학교의 교칙에 따라야 하기 때문에 원하는 만큼 꾸미지 못한다”며 “메타버스는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나 누구도 간섭하지 않는 자유를 느끼게 해줘서 좋다”고 전했다.

대리 커스텀이 유행을 하면서 인터넷 카페, 모바일 메신저 오픈 채팅방 등에는 잘 꾸며진 아바타를 구매하는 일이 더러 있다. 실제 취재하며 만난 10대들은 1만~3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현금 등을 지불해 아바타를 산다. 잘 꾸몄거나 구매 수요가 몰리는 경우 최대 5만원까지 올라간다. 권모(12)양은 “예쁜 아바타를 얻고 싶어서 용돈을 모았다”며 “다른 이들이 내 아바타를 칭찬할 때마다 뿌듯하다”고 했다.

디지털 문화에 익숙한 10대들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아바타를 대신 꾸며주는 대리 커스텀을 한다. 손가락 터치만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아바타가 완성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제페토 화면 캡처

잦은 사용 시 과의존 현상 경계해야

일각에서는 대리 커스텀 요구 시 계정 대여가 필수인 점을 지적한다.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담긴 정보를 상대방에게 쉽게 알려주다 보니 개인정보 노출, 계정 탈취 등의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타인의 계정에 몰래 접속해 아이템을 강제로 구매하는 일도 빈번하다.

실제 피해를 겪은 홍모(11) 양은 “대리 커스텀을 받고 싶어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알려준 적이 있다”며 “이후 상대방이 내 계정에 몰래 접속한 후 아이템을 구매해 금전적인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제페토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누가 내 계정을 몰래 삭제해 신고했다’ ‘대리 커스텀 사기를 2번 당했다’ 등의 글이 다수 게재되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같은 피해 사례는 정보통신보호법 위반이나 컴퓨터 등 사용 사기죄에 해당되지만 대부분 가해자가 10대인 점과 손실 금액이 그리 많지 않다는 이유로 처벌까지 가는 경우는 드물다.

김태연 태연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합의하에 이뤄진 계정 대여·판매의 경우 불법은 아니지만 재산상의 피해를 끼치면 민·형사상의 책임을 질 수 있다”며 “상황에 따라 실형 선고도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13세 이상부터 형사처벌이 이뤄지지만 편취한 금액이 적은 경우가 많아 견책으로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입장이다.

이 외에도 전문가들은 가상현실 내 아바타를 오래 사용할수록 과의존도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메타버스’ 저자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아바타는 현실에서 벗어난 화려한 삶을 보여줘 10대의 의존도가 높은 상황”이라며 “나이가 어릴수록 그 정도가 심해 온라인 세상의 모습이 진짜라고 믿는 왜곡된 환상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이 교수는 대부분 부모가 가상현실 환경을 파악하지 못해 문제의식이 부족한 것도 함께 지적했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우선 가정에서 메타버스 이용에 대한 적절한 규제·교육이 필요하다”면서 “단 무턱대고 이를 통제할 경우 반발심이 생겨 이용을 많이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아이에게 가상공간과 현실은 다름을 꾸준히 인지시키는 교육을 해 스스로 문제점과 위험성을 깨우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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