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피부양자 인정' 건강보험..동성 부부는 왜 차별하나"

신민정 2021. 11. 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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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행정법원 지하 대법정.

2019년 5월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건보공단에 '직장가입자인 김씨의 피부양자로 동성 배우자인 소씨를 등록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고, 공단으로부터 '사실혼 관계 배우자는 피부양자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아 소씨를 김씨의 피부양자로 등록했다.

지난 세 차례 변론기일에서 소씨 쪽은 "건보공단이 동성이란 이유만으로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에게 피부양자 자격을 주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는 주장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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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 사실혼 피부양자 자격 부여하는데 성별 알고 등록 취소
소성욱·김용민씨 동성 부부, 행정소송..내년 1월 첫 선고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열린 \

지난 5일 서울행정법원 지하 대법정. 동성 배우자와 결혼해 살고 있는 소성욱(30)씨가 증언대에 섰다. 방청석에는 소씨의 남편 김용민(31)씨와 이들 부부를 응원하는 지인 1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소씨는 지난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동성배우자도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이 있음을 확인해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낸 당사자다. 이날 열린 마지막 변론기일에서 증인석에 선 소씨는 “(남편의 피부양자로 등록했을 당시) 저희 관계가 배우자로 떠서 엄청 놀라고 기뻤는데, 어느 날 전화 한통으로 권리가 박탈됐다. 저희도 사랑해서 결혼하고 가족을 꾸려 살아가는 부부다. 재판부께 정의로운 판결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2019년 5월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지난해 2월 건보공단에 ‘직장가입자인 김씨의 피부양자로 동성 배우자인 소씨를 등록할 수 있는지’를 문의했고, 공단으로부터 ‘사실혼 관계 배우자는 피부양자 자격 취득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아 소씨를 김씨의 피부양자로 등록했다. 그런데 이러한 사실이 지난해 10월 <한겨레21> 보도로 알려지자, 건보공단은 일방적으로 소씨의 피부양자 자격을 취소했다. 동성 배우자는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될 수 없으며 지난번 등록 조처는 실수였다는 것이다. 소씨 부부는 곧바로 소송을 냈다.

국내에서 동성부부가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다투는 소송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재판장 이주영)에서 심리 중인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사실혼 관계인 다른 동성부부들에게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세 차례 변론기일에서 소씨 쪽은 “건보공단이 동성이란 이유만으로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에게 피부양자 자격을 주지 않는 것은 위법하다”는 주장을 폈다. 건보공단은 혼인신고 전 사실혼 관계인 배우자에 대해서도 가족관계증명서, 사실혼 관계 인우보증서 등 서류를 구비한 경우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왔다. 원고 쪽 법률대리인인 김지림 변호사는 “이성부부였다면 의심의 여지 없이 혼인 의사를 가진 커플로 인정돼 이런 소송을 할 필요가 없다. (이성부부와 다른 점은) 성별의 차이뿐이다. 원고와 남편은 실제 거주를 함께하는 경제공동체인데, (배우자 성별이) 여성이 아니라는 이유로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성별에 의한 차별이고 (헌법상) 평등권 위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월 가족법 전문가 증인으로 출석한 차선자 전남대 로스쿨 교수도 소씨 주장에 힘을 보탰다. 차 교수는 법정에서 “(이성 간 혼인만 인정하는) 민법상 사실혼과 사회보장에서의 사실혼은 그 출발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각각 다르게 해석돼야 한다. 사회보장은 개인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쪽으로 해석돼야 하므로, (동성 간) 사실혼도 최대한 인정하는 게 사회보장제도 취지에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차 교수에 따르면 프랑스에선 성별과 무관하게 파트너도 건강보험 등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반면 건보공단 쪽은 “법률상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민법상 가족 개념을 적용하는 게 원칙”이라며 동성 배우자를 피부양자로 인정하지 않는 게 법 해석상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정부는 지난 5월 법률적 혼인제도 밖에 있는 가족 형태도 정부 정책에 포함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소성욱·김용민 부부의 소송은 내년 1월7일로 선고일이 잡혔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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