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항공사 CEO가 한국 대사에게 '환갑·오징어 게임' 물어본 까닭은

류호 2021. 11. 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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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M, 한국-네덜란드 수교 60주년 행사 개최 
코로나19지만 지나칠 수 없는 양국 우호 행사
피터 앨버스 CEO "한국식 서비스 확대할 것"
정연두 대사 "KLM 통해 양국 관계 강화 기대"
피터 앨버스(오른쪽) KLM항공 최고경영자(CEO)와 정연두 주네덜란드 한국 대사가 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국제공항에서 열린 '한국-네덜란드 수교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하멜 하우스를 들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하멜 하우스는 KLM이 '하멜 표류기'의 저자 헨드릭 하멜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미니어처다. KLM 제공
"'환갑'을 한국말로 어떻게 발음하나요."

피터 앨버스 KLM항공사(네덜란드 국적기) 최고경영자(CEO)와 정연두 주네덜란드 한국 대사는 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 스키폴국제공항에서 만나 환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어를 웬만큼 공부한 외국인에게도 어려운 단어를 앨버스 CEO가 정 대사에게 물어본 이유는 무엇일까.

KLM은 이날 유럽의 허브로 불리는 스키폴공항 내 F5 게이트 앞에서 '한국-네덜란드 수교 60주년 기념행사'를 열었다. 기념 영상에서 환갑을 강조할 만큼 앨버스 CEO와 정 대사는 1년 6개월 전부터 이날을 뜻깊은 행사로 만들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양국의 경제·문화 교류가 활발하게 벌어지는 요즘, 양국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 때로 봤기 때문이다.

KLM 암스테르담 지상직으로 28년 동안 근무한 이미영씨와 김태영씨, 신지연씨도 이날 행사에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씨는 "스키폴공항은 전 세계 사람들이 환승할 때 자주 찾는 곳인데, KLM이 중간다리 역할을 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하멜이 유럽에 조선을 소개한 것처럼… '하멜 하우스' 선물

피터 앨버스(오른쪽 두 번째) KLM항공 최고경영자(CEO)와 정연두(왼쪽 두 번째) 주네덜란드 한국 대사가 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국제공항에서 열린 '한국-네덜란드 수교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스키폴공항에서 KLM 지상직으로 근무하는 한국인 직원들과 기념 케이크를 들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미영씨, 정 대사, 김태영씨, 앨버스 CEO, 신지연씨. KLM 제공

정 대사는 2019년 12월 주네덜란드 한국 대사로 부임한 직후부터 앨버스 CEO와 수시로 만났다. KLM이 1일부터 기내에서 방송하는 수교 60주년 기념 영상 역시 두 사람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만들어 낸 아이디어다.

앨버스 CEO는 정 대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1년 6개월 만에 공식 행사를 열었다. KLM이 기념 행사를 개최한 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이다. 그는 "두 달 전 정 대사와 저녁 식사를 하면서 이번 행사를 열기로 약속했는데 이를 지킬 수 있어 다행"이라고 강조했다.

수교 60주년 행사를 올해가 얼마 남지 않은 11월에 연 건 또 하나의 특별한 날을 맞았기 때문이다. 10월 30일은 '서울(인천국제공항)-스키폴 공항 취항 37주년'이었다. 두 공항은 아시아와 유럽의 허브로, 37년 동안 전 세계인이 세계 곳곳을 다닐 수 있게 다리 역할을 했다.

1984년 10월 30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서울 항공편 첫 취항일에 암스테르담 스키폴 국제공항에서 찍은 기념사진. KLM 제공

앨버스 CEO는 이를 기념하고자 정 대사에게 KLM이 만든 미니어처 '하멜 하우스'를 전달했다. 하멜은 한국인들이 거스 히딩크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다음으로 가장 잘 아는 네덜란드인이다. 항해 도중 조선에 표류, 13년 동안 조선 에 머물렀던 경험을 담은 기행문 '하멜 표류기'를 쓴 헨드릭 하멜이다. 하멜 하우스는 KLM이 탑승객에게 기념품을 주는 96번째 미니어처로, 앨버스 CEO가 취임한2015년에 처음 만들었다.

그는 "저에게 하멜 하우스는 한국과 네덜란드의 특별한 관계를 상징하는 곳"이라며 "한국과 일본 지사장으로 근무할 당시 한국과 네덜란드와의 관계를 긴밀하게 발전시켰다"고 떠올렸다. 정 대사도 "팬데믹(대유행) 상황에서도 KLM은 양국 간 교역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다"며 "코로나19로 전 세계의 발이 묶인 상황에서도 아시아나 중동, 아프리카인이 유럽을 오갈 수 있게 도운 게 바로 KLM"이라고 평가했다.


네덜란드에서도 인기인 '오징어 게임', 한국 인지도 올려놔

피터 앨버스(오른쪽) KLM항공 최고경영자(CEO)와 정연두 주네덜란드 한국 대사가 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국제공항에서 열린 '한국-네덜란드 수교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KLM 제공

이날 앨버스 CEO와 정 대사가 나눈 대화 중 또 하나의 단어가 눈길을 끌었다. 세계 드라마 시장을 평정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이다. 네덜란드 역시 오징어 게임 인기가 뜨겁다. 네덜란드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고 더 많이 이해할 수 있게 도와준 연결 고리이기도 하다.

정 대사는 "이날 행사 시작 전 앨버스 CEO가 오징어 게임을 물어봤다"며 "40년 전 우리가 어렸을 때 했던 게임이 드라마에서 나와 인기를 얻으면서도 선과 악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담은 드라마라고 설명했다"고 말했다.

피터 앨버스(사각형 틀 안 오른쪽) KLM항공 최고경영자(CEO)와 정연두(사각형 틀 안 왼쪽) 주네덜란드 한국 대사가 1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국제공항에서 열린 '한국-네덜란드 수교 6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해 KLM 파일럿, 승무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KLM 제공

앨버스 CEO는 "오징어 게임과 K팝에 대한 인기는 네덜란드에서 한국의 인지도를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면서 "더 많은 네덜란드 사람들이 KLM을 통해 한국을 방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객 수요가 회복되면 운항 횟수를 늘리고 한국식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KLM은 2004년 5월 프랑스 국적기 에어프랑스와 손잡으며 유럽 대표 항공사인 '에어프랑스-KLM'으로 재탄생했다. 에어프랑스-KLM은 합병 당시 매출 기준 세계 1위 항공사로 우뚝 서며 세계 항공업계의 인수·합병(M&A) 유행을 이끌었다. 에어프랑스-KLM은 16년 연속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평가(DJSI) 월드 및 유럽 지수에 올랐다.

암스테르담=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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