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점수 잘 관리한 게 죄냐" 40대 직장인 뿔났다..은행 고신용자 대출 중단 논란

전종헌 2021. 11. 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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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들 "중저신용자에 혜택 더 주자"
신용 820점 초과하면 신규대출 불가 방침
"신용점수, 소득과 비례 관계 아닌데..
신용 좋은 중저소득자 되레 불이익도"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중소기업 연봉 수준의 40대 직장인 김호정(가명) 씨는 직장생활을 시작한 20대 후반부터 신용점수를 꾸준히 관리했다. 사회초년생 때 1000점 만점에 580점 수준이었던 신용점수는 현재 910점(나이스평가정보 기준)에 달한다.

김씨는 신용점수를 볼 때마다 뿌듯하다. 꾸준한 관리 덕에 특히 대출을 받을 때 금리혜택을 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씨는 최근 들어 신용점수를 잘 관리한 게 되레 허탈하다. 신용점수를 높이는 방법을 열심히 공부하고 실천한 것 뿐인데, 일부 은행이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제한하거나 아예 취급하지 않기로 하면서다.

김씨처럼 신용점수를 잘 관리해 온 고신용자 직장인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신용점수가 금리를 비롯해 대출승인 여부에 영향을 주는 만큼 신경을 더 써 관리를 한 것이 되레 역차별에 직면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고신용자와 고연봉자가 동일시 되는 인식 탓이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는 오는 6일부터 연말까지 고신용자 대상 마이너스통장(마통) 가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KCB 기준 신용점수 820점 초과 고신용자 대상으로 마통 신규 개설과 증액 신청을 중단하는 것으로, 이미 마통을 개설한 고신용자의 경우에 한해 만기 연장만 가능하다.

반면, 신용점수 820점 이하의 경우 마통 신규 신청, 증액 등 별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예컨대 연봉 9000만원인 직장인 A씨의 신용점수가 820점 이하면 대출에 별다른 제한을 받지 않지만, 신용점수가 900점인 연봉 3000만원인 직장인 B씨의 경우 마통 신규 신청, 증액이 불가한 방식이다.

케이뱅크는 은행권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침에 동참하면서도, 중저신용 고객의 이자부담 경감,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 중심의 대출 활성화를 배경을 설명했다. 고신용자 대출을 제한하는 대신 중저신용자에게 그 혜택을 돌려주겠다는 의미다.

[사진 제공 = 연합뉴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보다 앞서 지난달 8일부터 고신용자 대상 신규 대출을 중단한 상태다. 대상은 KCB 기준 신용점수 820점 초과 고신용자이며 상품은 신용대출과 마통을 포함해 연말까지 신규 취급을 받지 않는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일부 대출 상품의 신규 대출 중단은 가계대출 관리 차원"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고신용자 대상으로 신용대출을 축소하거나 제한하는 방식 등으로 가계대출 관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역차별 논란이다.

금융당국이나 금융권에서 고신용자를 마치 '고소득자'라는 의미로 통용하면서 소득이 많지 않은 데도 신용점수가 높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어서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대출 운용 방식도 이같은 맥락과 일치하다. 고신용자 대출 중단을 발표하면서 대신 중저신용자 대상으로 혜택을 더 집중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인데, 겉으로는 명분이 있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오류가 많다. 고소득자이면서 중저신용자에 해당할 경우 당초 내세운 취지에 맞지 않을 뿐더러 계속해서 역차별 논란이 불가피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들 은행 관계자 역시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방침이라 따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인신용평가회사 KCB와 나이스평가정보 관계자는 "신용점수는 소득과 비례하지 않는다"며 "소득이 낮아도 신용점수는 1000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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