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혁명]① "엄마, 이게 뭐야?"..인천 상륙한 '배달로봇' 거리 누빈다

김근욱 기자 2021. 10. 24.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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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에 갇혔던 배달 로봇, 이제 '거리'로 나온다
속도 조절에 사람 피하기까지..첫째도, 둘째도 '안전'

[편집자주]배달하면 떠올리던 '짜짱면 배달통'이 10년전 등장한 '배달의민족'으로 일대 변화가 일어나더니 이제는 '배달로봇' 시대가 열리고 있다. 우리 일상으로 침투하는 배달로봇, 어디까지 왔고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자율주행 스타트업 ‘뉴빌리티’가 출시한 배달로봇 모델 ‘뉴비’. 2021.10.14 / © 뉴스1 김근욱 기자

(서울=뉴스1) 김근욱 기자 = "엄마, 이게 뭐야?"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치킨 프랜차이즈 전문점 앞. 오토바이 대신 세워진 바퀴달린 아이스박스(?)가 동네 어린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박스 전면에 그려진 사슴 같은 눈동자는 혹 애니메이션 '로보카 폴리'를 연상케하는 귀여운 모습이었다.

의문의 박스는 대학생들의 발걸음도 멈춰 세웠다. 박스 중간엔 형형색색의 'LED 패널'이 허리띠처럼 채워져 있었고, 박스 곳곳엔 10개 이상의 '카메라 렌즈'가 무늬처럼 박혀 있었다.

자장면과 치킨은 기본. 물과 화장품까지 주문하는 '배달 사회'가 도래한 가운데 배달업의 패러다임을 바꿀 '신입 배달원'이 나타났다. 바로 배달로봇 '뉴비'다.

자율주행 배달로봇 '뉴비'가 식당서 음식을 받는 모습. 2021.10.14 / © 뉴스1 김근욱 기자

◇ 건물 속 배달 로봇, 이제 '거리'로 나온다

지난 14일 오후, 인천의 한 치킨 프랜차이즈 전문점 앞에서 배달로봇 '뉴비'를 만났다. 뉴비는 자율주행 스타트업 '뉴빌리티'가 만든 배달로봇이다. 그간 국내 배달로봇의 활동 범위는 실내 또는 아파트 단지가 전부였다. 도심에서 '인도'를 달리는 실외 배달로봇이 나타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출동 지시를 받은 뉴비는 가게 앞으로 이동해 뚜껑을 열고 음식을 실었다. 목적지는 700m 거리에 위치한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의 한 건물 앞. 출발 신호가 떨어지자 뉴비는 목적지를 향해 힘차게 달려갔다.

사실 현행법상 배달로봇은 차도·인도·공원에서 운행할 수 없다. 다만 뉴비는 지난 9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규제샌드박스 실증 특례를 지정받았다. 규제샌드박스는 제품이나 신서비스를 출시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단, 안전을 위해 '오퍼레이터'(조작자) 1인이 동행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뉴비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조작자의 출발 신호 이외에 별다른 '조작'은 없었다. 뉴비는 제 알아서 기다린 보도블럭을 지나 횡단보도를 건넜다. 야트막한 언덕도 무리없이 건넜다. '나무'와 '사람'은 알아서 피해갔다. 목적지까지 걸린 시간은 약 10분. 속도는 일반 성인의 걸음 수준이었다.

자율주행 배달로봇 ‘뉴비’가 사람을 피하는 장면. 2021.10.14 / © 뉴스1 김근욱 기자

◇ 속도 조절에 사람 피하기까지…첫째도, 둘째도 '안전'

배달로봇의 자율주행은 '안전'에 방점이 찍혀 있다. 대표적인 예가 '속도 조절'이다. 뉴비는 10개 카메라와 레이더, 초음파 센서 등을 이용해 주변 상황을 인지한다. 그리고 일반적인 길에서는 평균 속도를 유지하다가, 폭이 좁은 길에 접어들면 속도를 최대한 낮춘다.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행인을 피하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배달 중인 뉴비 앞에 사람이 끼어들자 무릎이 닿기 전에 알아서 방향을 틀고 제 갈길을 갔다.

배달로봇에 설치된 '깃발'과 'LED 조명'도 모두 안전을 위한 것이다. 뉴비는 본체에 1m가 훌쩍 넘는 깃발을 꽂고 있다. 자동차 안에서도 배달로봇을 인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허리춤에 설치된 LED 조명은 야간 주행시 우주선처럼 반짝인다. 이 역시 사람들이 배달로봇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 미국은 이미 '배달로봇' 상용화 단계

세계 시장에선 이미 배달로봇이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배달로봇 개발사 '스타십 테크놀로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시작된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배달건수 100만회를 달성했다.

스타십은 지난해 4월 미국 내 코로나19 전염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기숙사에서 자가격리 중인 대학생들을 위해 서비스를 실시했다. 가족들과 떨어져 홀로 지내는 학생들에게 간단한 음식과 식재료를 배달해주며 유명세를 탔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럭스리서치에 따르면, 2030년 배달로봇의 전체 배송물량 처리 비중은 20%를 차지할 예정이다. 시장 규모는 5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스타십 테크놀로지의 하인라 대표는 "사람들은 로봇이 물건을 배달할 수 있다고 믿지만 이것이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로봇은 매일 전 세계적으로 수천 건의 배송을 하고 있으며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기간동안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배달로봇 '뉴비'를 제작한 김현곤 뉴빌리티 전략이사는 "한국도 로봇이 배달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데에는 누구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배달로봇 기술은 글로벌 업체와 비교해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ukgeu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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