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생수' 마셨는데..알고보니 수질 '부적합' [신선미의 똑.소.리]

신선미 기자 입력 2021. 8. 24. 17:29 수정 2021. 8. 24.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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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수 제조업체 절반은 '수질 부적합' 판정
대형마트 PB 생수도 수질 위반 업체가 납품
땅 면적 대비 취수원 61곳으로 많아
경고·과징금 대체 등 솜방망이 처벌

[한국경제TV 신선미 기자]
<앵커> 현명한 소비를 위한 지침서,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신선미 기자 나와 있습니다. 신 기자,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했습니까?

<기자> 네, 오늘 준비한 소식은 물입니다. 혹시 물 어디서 구해서 드세요?

<앵커> 저는 그냥 사마십니다. 요즘 마트나 인터넷에서 대량으로 싸게 살 수 있잖아요. 편하던데..

<기자> 네, 생수 사서 드시는 분들 많으실텐데요. 그런데 만약 여러분이 드시는 생수가 수질 기준에 미달한다면 어떠시겠습니까?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우리가 사먹는 생수가, 그것도 상당히 많은 생수가 기준에 못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앵커> 보통 사마시는 건 안전하다고 생각할텐데 그게 아니란 말입니까? 충격적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제가 사진을 준비했는데요. (롯데아이시스, 쿠팡 탐사수, 먹는샘물 크리스탈)

<앵커> 다들 본적이 있는 익숙한 생수들인데요?

<기자> 네 그런데 사실 이들 세 개는 같은 물입니다.

그러니까 같은 수원지에서 똑같은 제조사가 만들었는데, 상표만 달리 붙여서 판매하고 있단 건데요.

이 3개의 생수 중 일부 제품은 수질 기준 부적합으로 행정 처분을 받은 제조사가 생산했습니다.(아이시스, 탐사수 제조사는 4곳 이상임)

지난해 기준, 환경부에 등록된 먹는샘물 제조업체만 61곳입니다.

이 가운데 ‘수질기준 부적합’으로 적발된 업체만 최근 6년간 28곳입니다.

사실상 2곳 중 1곳이 먹는 샘물로 부적합했단 얘기입니다.

<앵커> 심하게 말해서 시중에 파는 생수 두개 중 하나 골라 잡으면 부적합할 위험이 있다 라는 얘긴데,

여기서 말하는 수질기준이라는 게 어떤 걸 말하죠?

<기자> 수질기준은 원수와 먹는샘물 2가지를 검사합니다.

원수는 생수를 만드는 원재료죠. 지하수를 의미하고, 먹는샘물은 여과장치를 거쳐서 병입까지 한 물을 말합니다.

업계 관계자 인터뷰 들어보시죠

[생수업계 관계자 : 원수는 기본적으로 깨끗해야하고, 먹는샘물도 수질기준에 부적합하면 안됩니다. 둘 중 하나라도 부적합하다고 나오면 시중에 팔리면 안되는 거죠]

<앵커> 시중에 팔리는 모든 생수를 일일이 수질검사를 할 수 있는 게 아닐테니까,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문제가 있는 생수를 마셨을 수도 있겠습니다.

유명한 업체들에서 파는 생수도 마찬가지라 이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대표적으로 롯데칠성음료가 생산하고 있는 `아이시스` 많이 들어보셨을텐데요.

`아이시스`는 제주삼다수에 이어 생수 점유율 2위입니다.

사실상 음료와 생수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롯데칠성에서 수질관리가 안 되고 있단 점은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는데요.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할까요. 롯데칠성음료의 자회사 4곳(씨에이치음료·양주공장, 산청음료, 백학음료) 중에는 수질 문제로 행정처분을 받은 사례는 없었습니다.

다만, 취수량 한계로 5곳에서 추가로 생수(아이시스)를 납품받고 있는데요.

이 가운데 2곳(청도샘물, 크리스탈→씨엠)은 최근 6년간 3번이나 수질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업체입니다.

아이시스 상표가 붙어있다고 해서 다 똑같은 아이시스 생수가 아니란 얘기인데요.

생수 구입시 상표명만 볼 게 아니라 제조사와 수원지까지 비교해서 구입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제조업체 씨엠의 경우 올해부터는 아이시스를 생산하고 있지 않다"며 "청도샘물 또한 2016년 2번, 2017년 1번 수질 기준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바 있지만 현재는 롯데칠성의 관리하에 철저하게 수질을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이시스 외에도 생수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인 크리스탈과 스파클, 석수(하이트진로), 동원샘물, 풀무원샘물도 수질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제조업체가 포함됐습니다.

<앵커> 저렇게 유명한 생수업체들도 포함이 됐다고 한다면, 요즘 대형마트들도 자체 브랜드로 생수 많이 만들잖아요.

그쪽도 문제가 될 수 있겠습니다.

<기자> 네 그렇습니다. 대형마트나 e커머스의 PB생수 또한 안심할 수 없습니다.

샘물 제조업체 61곳은 자신들의 고유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것 외에도 주문자상표부착방식, OEM으로 대형마트나 유통업체에 납품하고 있습니다.

제조업체 수(61개)에 비해 생수 브랜드가 169개로 3배 가량 많은 이유인데요.

대형마트나 e커머스에 납품되는 생수도 수질 기준을 비롯해 각종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업체가 다수 포함돼 있습니다.

참고로 유통업체 PB 생수의 시장 점유율은 18.6%입니다. 업계 2위인 아이시스(13.7%) 생수보다 점유율이 높은데요.

많은 소비자들이 삼다수 다음으로 대형마트나 e커머스의 PB생수를 마시고 있단 얘기입니다.

<앵커> 업체별로 한번 살펴보죠. 어떤 업체에서 팔고 있는 생수가 수질 부적합 판정을 받았습니까?

<기자> 먼저, 이마트 PB 생수는 현재 2가지입니다. 가성비의 노브랜드, 프리미엄의 피코크 상품.

하지만 프리미엄으로 꼽는 피코크 생수(트루워터)는 지난 6년간 3번이나 수질 부적합 판정을 받은 한국청정음료에서 생산하고 있습니다.

이 업체는 편의점 이마트24의 PB생수(하루이리터)도 생산중입니다.

또 롯데마트는 5곳에서 PB생수를 납품받고 있는데, 절반이 넘는 3곳(제이원, 대정, 삼정샘물)의 제조업체가 수질 부적합 판정을 받은 바 있습니다.

로켓배송 덕분에 쿠팡에서도 생수 많이 시켜드셨을텐데요.

쿠팡의 PB생수인 탐사수도 제조업체 4곳 중 3곳(삼정샘물, 기쁜우리월드→우리샘물, 크리스탈→씨엠)이 수질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곳입니다.

특히 제조업체 2곳(우리샘물, 씨엠)은 반복해서 수질기준을 위반, 현재는 이름을 변경해 영업중인 그 2곳입니다.

<앵커> 우리가 자주 접하는 업체들에서 이렇게 수질 부적합 판정을 받은 바 있는 생수들이 팔리고 있다 라는 얘깁니다.

이렇게 대형마트나 이커머스 같은 곳들은 MD들이 제품을 깐깐하게 선정하잖아요. 왜 이런 걸 못 걸러내고 그냥 파는 거죠?

<기자> 맞벌이와 1인 가구 증가로 물을 사먹는 사람이 늘자 유통업계가 각각 초저가 대표 상품으로 생수를 내걸고 `물전쟁`을 벌인 바 있습니다.

장보기 필수 상품이 된 생수를 유인책으로 자사몰이나 오프라인 매장에 방문토록 하기 위해섭니다.

하지만 제품 확보와 가격에만 집중하다보니 수질 관리까지는 신경을 쓰지 못한 것 같습니다.

유통업계 관계자 인터뷰 들어보시죠.

[유통업계 관계자 :동일 수원지에서 여러 브랜드 음료를 만드는 이유도 수원지가 제한적인 부분이 있어서인데, 대형 유통업체는 안정적으로 생수를 판매하려면 취수지에서 생산량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제조업체 선정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실제로 대형유통업체는 일일취수 허용량이 1000톤을 넘는 곳 위주로 OEM 계약을 맺었는데, 제조업체와 수원지가 겹치면서 똑같은 문제가 발생한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이런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이 뭔지 한번 따져봐야 겠습니다. 생수 제조업체들은 왜 수질이 미달인 생수를 제조하고 있는 겁니까?

<기자> 기본적으로 깨끗한 수원지가 중요한데요. 한국이라는 작은 땅덩어리에서 좋은 수원지는 별로 없는데 생수 제조업체는 61개로 너무 많은 상황인거죠. 이 가운데 10개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중소업체고요.

게다가 수질관리도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먹는샘물, 생수는 지하수에서 퍼올린 물로 만드는데, 아무래도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수질 관리가 필수인데요.

한 때 신세계푸드도 제이원을 인수해 생수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수질 부적합으로 2번 행정처분을 받자, 3년 만에 포기하고 나올 만큼 쉽지 않은 영역입니다.

생수는 부피도 크고 무게는 많이 나가는데, 가격 전쟁으로 납품단가는 계속 낮아지니 수익을 내기도 어렵고요.

<앵커> 그러니까 수질관리 자체가 어려운 일이고, 업체들 간의 저가 경쟁이 더 관리를 어렵게 한다는 얘기네요.

그렇다고 기준에 못미치는 생수를 계속 팔게 해서도 안되는 거잖아요. 정부가 관리 안합니까?

<기자> 수질 부적합은 소비자들의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큰 사안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벌은 경고에 그치거나 15일~한달정도 영업정지 또는 취수정지에 불과했습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절반은 영업을 지속했습니다. 영업정지 처분을 과징금을 내는 것으로 대신했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처벌이 약하다보니 반복해서 수질기준을 위반한 업체도 다수입니다.

최근 6년간 4번 넘게 수질검사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기업도 있습니다. 인터뷰 들어보시죠.

[박순장 소비자주권회의 팀장 : 경고나 돈으로 대체하면 바로 또 생수를 판매할 수 있는 거거든요. 적발되나 마나예요. 혹여 취수 정지가 돼도 업체명을 변경해 버리는 거예요. 다른 사람이 인수해서 다시 영업하는]

실제로 수차례 수질 부적합 판정을 받았던 제조사 2곳(크리스탈→씨엠, 기쁜우리월드→우리샘물)은 현재 이름을 변경해 영업하고 있습니다.

<앵커> 지금까지 생수 수질위반이 이렇게까지 많은 줄은 몰랐습니다.

그동안 이런 문제에 대한 지적이 거의 없었던 건 왜일까요?

<기자> 관련 자료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행정처분을 받은 제조업체에 대한 공지 또한 환경부 홈페이지에 4개월 정도만 올렸다가 모두 내리는 식입니다.

최근 6년간 행정처분을 받은 생수 업체에 대한 자료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얻을 수 있었는데요.

소비자들이 알아야 할 정보임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공지하는 건 생수 제조업체에 부담을 줄 수 있단 해괴한 답변을 내놨습니다.

환경부 관계자 인터뷰 들어보시죠.

[환경부 관계자 : 행정처분을 이미 받고 있는 상태고, 이후는 수질이 개선되면 정상 가동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이미 처벌을 받았는데 계속적으로 공지를 하면 이중적으로 부담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거죠.]

뿐만 아니라 공지 내용에는 해당 제조업체와 행정처분 이유만 있을 뿐, 어떤 상표를 붙이고 판매되고 있는지는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즉, 지금 상황에선 소비자 스스로 4개월에 한번씩 환경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위반 제조업체를 확인해야 합니다.

또한 이 업체들이 대형마트나 e커머스 PB생수로 납품하고 있는지까지 일일이 비교해 파악해야 하는거죠.

<앵커> 한마디로 공지를 하긴 하는데 소비자가 잘 알 수 없는 방식으로 공지를 하고 있다 라는 겁니다.

앞으로 어떤 게 바뀌어야 할까요?

<기자> 국민들이 생수를 안심하고 마실 수 있도록 샘물 관리에 강력한 제도 개선이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입니다.

우선, 제조업체의 위반 및 행정처분 내역을 공개토록 법령을 바꿔야겠고요.

수질기준 위반으로 지속해서 적발될 경우, OEM 방식의 생산 판매를 금지토록 하는 방식도 고려돼야 할 거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 생각만큼 빨리 개선되진 않겠죠.

소비자들은 생수를 구매하기에 앞서 취수원과 제조사까지 꼼꼼하게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신선미 기자였습니다. 잘들었습니다.
신선미 기자 ss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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