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플라스틱 줄일 계획 있나요?" 기업에 물었더니 돌아온 답변

정종훈 입력 2021. 08. 16. 16:00 수정 2021. 08. 19. 15:4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어스 2부] 3회
중앙일보-환경운동연합, 19곳에 공동 질의
페트병 제조 공장. 왕준열 PD


「 '플라스틱 줄이는 중인가요? 줄일 계획은 있나요?' 」

단도직입적으로 물으면 기업들은 어떻게 답할까.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건 소비자지만, 그 플라스틱을 시장에서 제공하는 건 기업이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상품 대부분은 플라스틱과 직ㆍ간접적으로 연관돼있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줄이려면 소비자만큼 기업의 생각도 달라져야 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재활용률은 70%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에 발맞춰 국내 기업들도 친환경 경영 계획과 플라스틱 감축안 등을 속속 내놓고 있다.

'플라스틱 감축 계획' 질의 응답 여부.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중앙일보 특별취재팀은 지난 6~7월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탈(脫) 플라스틱 청사진이 제대로 진행되는지 확인하기 위해 기업들에 직접 질의했다. 대상은 환경부와 '포장재 재질ㆍ구조 개선 자발적 협약'(2018년)을 맺은 19개 기업이다.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 등 각종 포장재를 스스로 줄이겠다고 밝힌 곳들이다. 지난해 환경운동연합이 처음 질의했고, 이번엔 중앙일보와 손잡고 두 번째로 조사했다.

특별취재팀은 기업들에 최근 5년 치 플라스틱 사용량, 2025년까지 연간 플라스틱 감축 목표와 구체적 계획 등을 요청했다. 그랬더니 19곳 중 14곳이 공식 답변을 보내왔다. ▶CJ제일제당 ▶광동제약 ▶남양유업 ▶농심 ▶대상 ▶동아제약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매일유업 ▶서울우유협동조합 ▶아모레퍼시픽 ▶애경산업 ▶오비맥주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등이다. 5곳(LG생활건강·빙그레·코카콜라음료·하이트진로·해태에이치티비)은 플라스틱 감축과 관련한 답이 없었다. 이중 하이트진로는 2년 연속 답변을 하지 않았고, 나머지 4곳은 지난해에는 답을 했던 기업이다.


1년 새 답변 기업 5곳↑ "관심 늘어 긍정적"
지난해 조사에선 절반에 못 미치는 9곳만 응답했지만, 이번엔 질의에 답변한 기업이 대폭 늘었다. 감축 계획과 이행 실적 등도 상세한 경우가 많았다.

플라스틱 알마나 쓸까.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생활환경국 활동가는 "답변한 기업, 구체적 목표치를 제시한 기업 모두 많이 늘었다. 실제 시행 중인 대안들이 증가한 것도 긍정적"이라면서 "기업들이 플라스틱 문제에 더 관심을 갖고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질의 대상 기업들은 국내서 플라스틱 사용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힌다. 환경부 협약 당시 이들이 생산한 페트병을 다 합치면 국내 전체 출고량의 55%에 달할 정도였다. 실제로 답변에 응한 기업들은 한 해에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만t의 플라스틱을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답변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5만767t의 플라스틱을 썼고, CJ제일제당은 3만3042t, 농심 2만8298t,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2만7789t 순이었다. 그렇다 보니 이들 대부분은 플라스틱을 '다이어트'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플라스틱 ‘얼마나’ 줄일까?.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 중 6개 기업은 2025년까지 연간 감축 목표량도 구체적으로 설정했다. 대상은 올해 320t을 줄이는 것에서 시작해 2025년엔 1300t까지 감축량을 늘리겠다고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4년 뒤엔 플라스틱 예상 사용량의 9.4%인 1300t을 줄이겠다고 했고, 남양유업도 사용량의 20% 수준인 2000t을 감량하겠다고 밝혔다. 수치를 밝히지 않은 기업들도 감축 계획을 갖고 있다는 답변이 다수였다. 예를 들어 광동제약은 "2018년 이후 플라스틱 사용량은 지속 감소 중이며, 현재 감축 계획을 마련 중이다"고 답했다.

상품 제조 시 품질을 지켜야 하는 만큼 조심스럽다는 입장도 있었다. 롯데칠성음료는 내부적으로 2030년까지 자사 제품에 재생원료 30%를 쓰는 게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품질 안전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감축 목표치를 정한다고 밝혔다. 농심도 식품 안전성, 품질 안정화, 생산 공정 등의 문제를 들어 구체적 목표 공개가 어렵다는 뜻을 전했다. 다만 농심 측은 지난 2년간 지속가능한 포장재를 도입하면서 연 2000t 이상을 절감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환경 분야 다자 정상회의인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라벨이 없는 그린에디션(Green Edition) 제주삼다수 제품을 첫 공개했다. 연합뉴스



감축 시기만큼 방법 중요…업계별로 다양
탈 플라스틱 과정에서 '언제'만큼 중요한 게 '어떻게'다. 업계 사정에 따라 탈 플라스틱을 위한 나름의 방법이 제시됐다. 식품 기업들은 "선물세트 포장을 줄이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CJ제일제당은 즉석밥 '햇반'의 빈 공간을 최소화해 플라스틱 사용량을 40% 줄인다고 밝혔다. 선물세트 내 제품 고정용 트레이 규격을 줄이고, 이들 소재로 햇반 용기 생산 후 남은 걸 쓰겠다고 공약했다. 장류 제품이 많은 대상도 선물세트 패키지에서 플라스틱 사용을 5% 감량하겠다는 목표를 전했다.

화장품·제약 업계 등에선 용기를 재활용하기 쉬운 소재로 바꾼다는 답변이 여럿 나왔다. 아모레퍼시픽은 ‘그린사이클’ 캠페인을 통해 공병 수거를 진행중이며, 제품 1차 포장재에 재활용 플라스틱(PCR)을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아제약은 색깔이 들어갔던 '가그린' 페트병(어린이용 포함)을 재활용이 쉬운 무색으로 변경했다. 그 덕분에 전체 페트병 출고량 중 무색 비중이 2018년 3.5%에서 지난해 92.8%로 크게 뛰었다고 알려왔다. 애경산업도 유색 페트병의 투명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고, 오비맥주는 2024년 말 사용 중단 예정인 갈색 페트병을 대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대형마트 진열대에 놓인 맥주 페트병들. 뉴스1

우유업계는 일회용 빨대 제거에 방점을 찍었다. 매일유업은 올 상반기 플라스틱 빨대를 뺀 멸균 팩ㆍ컵 커피 제품을 출시했고, 플라스틱 용기는 연포장 파우치로 대체하는 중이라고 했다. 서울우유협동조합도 빨대, 캡 스티커라벨 등을 없앤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롯데제과는 올 하반기에 엄마손파이·카스타드 등에선 플라스틱 트레이를, 칸쵸·씨리얼 등에선 플라스틱 컵을 각각 없애기로 했다. '제주삼다수'를 생산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지난해 페트병 반납 기계를 설치했고, 올 5월부터 무(無) 라벨 제품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쉽게 라벨이 떼어지는 어린이용 가그린. 사진 동아제약


"감축 경향 비슷, 획기적 대책 적어 아쉬움도"
저마다의 플라스틱 감축안을 내놨지만, 구체적 방법론으로 들어가면 아쉬운 부분도 눈에 띈다. 대체로 당장 줄일 수 있는 방안 위주로 계획이 마련됐다. 자연 분해가 쉽거나 곧바로 재활용할 수 있도록 제품 소재 자체를 전환하기보단 플라스틱 크기나 무게를 줄이는 식이다. 라벨과 접착제, 부속 제품 등을 없애거나 바꾸겠다는 목표도 이러한 경향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2018년 환경부와 협약을 맺을 당시 약속한 내용도 100% 지켜지진 않았다.

플라스틱 사용이 도드라진 19개 기업이 탈 플라스틱에 성공하면 국내 출고량은 대폭 줄어들 수 있다. 소비자들이 그만큼 플라스틱을 덜 쓰게 된다는 의미다. 또한 다른 기업의 친환경 전환 노력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산업계를 주도하는 이들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이유다.

지난해 6월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우유 묶음 상품. 연합뉴스

백나윤 활동가는 "기업들의 감축 방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거의 다 비슷한 편이다. 패키지 경량화와 용기 감축, 포장 줄이기 등이 전반적인 트렌드인데, 이렇게 플라스틱을 확 줄이는 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플라스틱 포장재 경량화와 감축에만 매달리지 말고 친환경 종이·캔 포장재 대체처럼 적극적이고 파격적인 방안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도 매년 기업들의 탈 플라스틱 이행 상황을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70년. 플라스틱이 지구를 점령하기까지 걸린 시간입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플라스틱 사용이 급증하면서 플라스틱 쓰레기는 지구의 문제를 넘어 인류의 건강까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에 중앙일보는 탄생-사용-투기-재활용 등 플라스틱의 일생을 추적하고, 탈(脫)플라스틱 사회를 위한 대안을 모색하는 '플라스틱 어스(PLASTIC EARTH=US)' 캠페인 2부를 시작합니다.

특별취재팀=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정종훈·편광현·백희연 기자, 곽민재 인턴기자, 장민순 리서처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Copyrightⓒ중앙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