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도 0.4도 오르면, 길에서 북극곰 만난다

선정민 기자 입력 2021. 8. 10. 03:38 수정 2021. 8. 10.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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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C 보고서, 온난화 강력 경고
이상기온에 도심으로 나온 북극곰 - 지난 2019년 6월 야생 북극곰이 먹이를 찾아 수백 ㎞를 남하해 북극권 인근 러시아 노릴스크 도심에 출몰했다. 기후변화로 세계 곳곳이 가뭄, 폭염, 홍수 등 이상기후를 겪고 극지방은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벌어진 현상 중 하나다. /AFP 연합뉴스

향후 20년 안에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도 상승할 것이 확실시된다고 전 세계 과학자들이 경고했다. 최근 세계 곳곳서 벌어진 폭염과 산불, 홍수, 가뭄 같은 극한 현상이 수십년간 잇따를 수 있다는 것이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지난 6일까지 진행된 제54차 총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제6차 평가보고서(AR6)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승인했다고 기상청이 9일 밝혔다. 2018년 IPCC의 ‘1.5도 특별보고서’는 지구 온도 1.5도 상승 시점을 2052년까지로 상정했는데, 이번 보고서는 예측 시기를 2040년까지로 12년 앞당겼다. IPCC가 탄소 감축 노력과 경제 발전 수준에 따라 분석한 5가지 시나리오 모두에서 ‘1.5도 상승’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됐다. ‘1.5도’는 2015년 파리협정이 제안한 가장 강력한 감축 목표였다. 이 마지노선을 넘어 ‘2도’에 달하고 나면 상승 추세 자체를 되돌리기 힘들어진다.

2019년 8월 그린랜드 해안에 떠다니는 녹아내리는 빙산들./AFP 연합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2011~2020년 지구 온도는 이미 1.09도 상승해 2003~2012년 예측 상승분(0.78도)에서 0.3도 더 올랐다. ‘이미 저질러진’ 탄소 배출로 1.5도에 0.4도 차로 근접했다는 뜻이다. 각국이 과감한 감축 행동에 나서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이산화탄소는 대기에 풀리면 수백년 이상 체류하며 온실효과를 누적·강화시킨다.

보고서는 금세기 말까지 지구 온도는 인류의 노력 여하에 따라 1.0~5.7도 상승하고 평균 해수면은 0.28~1.02m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013년 IPCC 5차 1실무그룹 보고서에서 제시한 ‘최대 4.8도 온도 상승, 해수면 최대 0.82m 상승’보다 한층 악화됐다.

‘1.5도’ 상승의 파괴력에 대해서는 “전례 없는 극한 현상의 발생이 증가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평균 기온이 1.5도만 올라도 50년에 한 번 발생할 정도의 ‘극한 고온’ 빈도가 8.6배 커지고, 곳곳에서 폭염과 폭우, 가뭄 등 어디로 튈지 모를 ‘복합 이상기후’가 속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구 온도가 오르면 빙하 감소와 해양 산성화, 해류 변화 등 대기·해양 순환 시스템에 변형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불타는 지구촌… 그리스에선 산불로 서울 면적만큼 불타 - 8일(현지 시각) 그리스 아테네 북부 에비아섬 산불 현장에서 한 주민이 진화용 호스를 들고 물을 공급해달라는 손짓을 하고 있다. 섭씨 47도의 기록적인 고온과 건조한 날씨가 겹치면서 7월 말부터 그리스 곳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2주 넘게 계속되고 있다. 이번 산불로 그리스 전체에서 서울 면적(605.2㎢)에 육박하는 약 566.55㎢가 불에 탄 것으로 집계됐다. 그리스뿐만 아니라 이탈리아, 터키 등 유럽과 캐나다 서부, 미국 캘리포니아 일대, 러시아 등에서도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AFP 연합뉴스
2021년 8월 그리스 산불/AP 연합뉴스

올 들어 북미 지역에서는 100년 만의 폭염으로 사망자가 속출했고 일본과 중국, 인도 등지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다. 독일과 벨기에 등 서유럽에서도 대규모 폭우와 홍수가 발생했다. 최근 1~2년 새 아마존과 캘리포니아 산불 등은 이번 보고서 준비 시점까지 반영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IPCC는 “현재 이산화탄소 농도는 최근 200만년간 전례 없는 수준”이라며 “온난화는 명백하게(unequivocally) 인류 활동이 원인”이라고 못 박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IPCC가 인류의 기후 범죄에 유죄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IPCC는 “온도 상승이 ‘2도 이상’으로 커지면 폭풍과 광범위한 가뭄 등 각종 이상 현상이 더 커진다”고도 했다. 지구 온도 상승을 최대한 1.5도 근처에서 막아보려는 인류의 노력을 획기적으로 가속화하자는 제안이다.

2014년 5차 종합보고서 발간 이듬해 파리협정이 채택되는 등 IPCC 보고서는 기후변화 논의에 이정표 역할을 해왔다. 당장 오는 11월 영국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한국 등은 탄소 저감 목표치 상향 압박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현재 정부는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기존(24.4% 감축)보다 높은 40% 안팎으로 상향을 검토 중이지만 재계에서는 “무리한 목표는 기간산업 경쟁력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1988년 세계기상기구(WMO)와 유엔환경계획(UNEP)이 출범시킨 기후변화 연구 국제기구. 195국 과학자들이 각국 연구를 평가해 5~7년마다 검증·합의된 보고서를 내놓는다. 2014년 IPCC 5차 보고서를 토대로 이듬해 파리협정이 출범했고, 이어 2018년 특별보고서를 통해 지구 온도 상승 1.5도 이내 억제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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