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1.5도 상승, 20년 내 현실로..'온난화 마지노선' 뚫렸다

정종훈 2021. 8. 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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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모스크바 근처의 발전소 굴뚝에서 나온 연기가 햇빛을 가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산업화 이전 대비 1.5℃ 상승. 국제 사회가 지구 온난화의 마지노선으로 설정한 목표치다. 하지만 지구의 기온 상승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면서 향후 20년 이내에 1.5도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됐다. 기존 전망치보다 10년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전 지구적 기후 위기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면 폭염·폭우·가뭄 같은 기상이변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도 온난화의 직격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온실가스 배출 억제 등 탄소 중립 정책이 더 절실해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국 베이징에서 뿌연 하늘 아래 차량들이 이동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9일 제6차 평가보고서 제1 실무그룹 보고서 요약본을 공개했다. 보고서 요약본의 핵심은 21세기 중반까지 현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유지하면 2021~2040년 중 지구 기온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수준 대비 1.5도를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앞서 2018년 IPCC 총회에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는 이 시점을 2030~2052년으로 내다봤다. 3년 새 지구 온도 상승곡선의 기울기가 훨씬 가팔라진 셈이다. 온실가스 배출에 획기적 변화가 없다면 이 추세는 바뀌지 않는다.

이준이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교수는 "단기 미래를 2021~2040년으로 정의했을 때, 이 기간에 평균 온도 상승 폭이 1.5도에 도달한다는 의미다. 보고서 시나리오상으로는 2030년대 중반에서 후반쯤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온·해수면 급등 "인간 영향 온난화 명백"
더워진 지구가 불러온 수치상 변화는 과거보다 뚜렷해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ppm(2019년 기준)으로 최근 200만년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이다. 산업화 이전 대비 2011~2020년 지표면 온도는 1.09도 올랐다. 2013년 발표된 IPCC 5차 보고서에서 0.78도 상승(2003~2012년)한 것과 비교하면 크게 뛰었다. 지구 평균 해수면은 1901~2018년에 20cm 상승했다. 1901~1971년엔 연평균 1.3mm 오르는 데 그쳤지만, 2006~2018년 들어 해마다 3.7mm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변영화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연구관은 "5차 보고서는 지구 온난화를 더는 왈가왈부 못 할 명백한 사실이라고 했는데, 이번엔 한 발짝 나아가 인간 영향에 따른 온난화가 명백하다는 증거를 제시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다가올 미래도 잿빛 전망으로 채워졌다. 산업화 이전 50년에 한 번꼴로 발생했던 '극한 고온' 현상은 1.5도 상승 시 8.6배 잦아질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온실가스 배출 시나리오 5개를 통해 2021~2040년, 2041~2060년, 2081~2100년 세 시점의 지표면 온도 상승 폭을 살펴봤다. 그랬더니 5개 모두 2021~2040년 가까운 미래에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이상 높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왔다. 특히 최악의 가정이 현실이 되면 2081~2100년 기온은 최대 5.7도까지 급등하게 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한국, 폭염 잦아지고 호우 위험 커질 듯
한국도 더는 안전지대가 아니다. 온난화가 심해질수록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선 폭염이 자주 찾아올 것으로 전망된다. 호우와 홍수도 더 강하게, 더 자주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변영화 연구관은 "동아시아에선 극한 고온이 증가하는 반면 한파 관련 지수는 감소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연안 지역 해수면 상승과 해양 산성화 등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경자 부산대 대기환경과학과 교수는 "큰 대륙 연안에 있는 우리나라는 호우의 강도도 강해지고, 홍수 피해 지역도 넓어질 수밖에 없다. 비가 몰아서 오면 다른 때엔 가뭄이 일어나기도 쉽다"라면서 "이에 대비할 장기적 대책을 국가적으로 미리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온난화를 막을 방법은 있을까. 보고서는 탄소 중립으로 이산화탄소 누적 배출량을 제한하고 메탄 등 다른 온실가스 배출도 대폭 줄여야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다고 봤다. 탄소 중립, 이른바 '넷제로'가 지구 온난화를 안정화할 수 있는 유일한 전제 조건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메탄 배출 감축이 이뤄지면 온난화를 억제하고 대기 질도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다.

최근 그리스에서 산불이 확산중인 가운데 8일(현지시각) 한 주민이 불타는 숲을 바라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번 보고서는 국제 사회와 각국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 수립에 과학적 근거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에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정책에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 권고나 의무 사항은 아니다. 이 때문에 지난 5일 초안이 공개된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 등에 곧바로 반영되긴 쉽지 않아 보인다. IPCC 6차 보고서는 향후 제2, 제3 실무그룹 보고서를 거쳐 내년 9월께 종합보고서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박성찬 기상청 기후정책과장은 "탄소 중립 로드맵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향후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국가 차원에서 결정돼야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기후위기비상행동 회원들이 지구의 날인 4월 22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2030년 온실가스 절반감축과 해외 석탄투자 철회, 기후정의에 입각한 정책 수립 등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관련 공약 절실" "지자체 적극 나서야"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더 강하고 세밀한 기후 변화 대응 정책을 주문했다. 그린피스는 화석연료의 빠른 퇴출을 위한 정책적 결단, 사회적 합의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장다울 그린피스 정책 전문위원은 "과학계가 제시하는 대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현재보다 절반 이상 줄이고, 2050년 전까지 반드시 탄소 중립을 실현해야 한다. 정부와 대선 주자 등의 정책, 공약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하경자 교수는 IPCC 보고서를 계기로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실현 가능한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교수는 "한국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유독 이산화탄소 배출 비율이 높은 편이다. 그런 특성 등을 고려해 탄소 중립 정책을 세세하게 다뤄야 한다"면서 "온실가스 배출 사정이 제각각인 지자체들도 현황 파악부터 시작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 필요할 때는 시민들도 설득하면서 이전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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