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숏컷이 문제라고? '머리 길이' 는 거들뿐.. 의도가 투명하다

권수연 2021. 7. 30.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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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MHN스포츠 권수연 기자] 한국 양궁 대표주자로 나선 안산(광주여대)의 짧은 머리길이가 별안간 도마에 오르며 해외까지 진출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국제적 망신이라며 거세게 비판하고 있다. 

지난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2개를 딴 한국 양궁 선수의 짧은 머리가 반페미니스트들을 자극했다" 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안산 선수를 향한 공격에 대해 "온라인 학대" 라며, "젊은 한국 남성들 사이의 반페미니즘 정서가 기저에 깔려있다" 고 지적했다.

최근 일부 남초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안산의 짧은 헤어스타일이 화두에 오르며 안 선수가 '페미니스트' 가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졌다. 일부 네티즌들은 안산의 숏컷 헤어스타일 이외에도 '여대' 에 다닌다는 점, 아티스트 '마마무' 를 좋아한다는 점, '오조오억' 과 '얼레벌레', '웅앵웅' 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안산을 페미니스트로 몰아가고 있다.

덧붙여, 세월호 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만든 노란색 리본 뱃지를 등에 단 모습까지 포착되며 정치적 보수 성향을 가진 네티즌들에게도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자신있고 씩씩한 모습으로 올림픽 과녁을 노렸던 안산은, 본인이 논란의 과녁이 되어 반페미니스트들의 조준을 받게 된 것이다. 

사진= 안산 인스타그램 계정(본인)

그러나 이는 조금만 들춰보면 터무니없는 비난이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올림픽에 출전한 국가대표 여성 선수들의 짧은 헤어스타일은 타 종목에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여자 태권도 68kg급에 출전해 기량을 뽐낸 이다빈, 여자 유도 78kg급에 출전한 윤현지, 여자 배구 팀의 간판 선수인 김희진, 여자 농구 대표팀의 진안, 안혜지, 사격 국가대표 박희문 등 짧은 머리를 한 선수들은 많다. 왜 유독 안산만 도마에 올랐을까?

안산은 올림픽 개막 초반, '젊은 여성 선수' 가 낼 수 있는 기량을 눈에 확 띄게 보여줬다. 주체적인 모습과 안산 개인의 초월적인 능력이 최대 궁합을 발휘했다. 국민들은 안산의 놀라운 능력에 크게 환호하고 찬사를 보냈다. 연일 극찬 보도가 쏟아졌다.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시민이라면 금메달 2개를 따온 '한국 선수' 의 기량에 탄복하고, 응원하는 것이 끝이다. 선수가 보여준 능력과 결과, 그 이상의 것을 더 보려고 하지는 않는다. 이 과정에서 성별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부 반페미니스트 성향을 가진 네티즌들에게 '나이 어린 여성' 의 주체적인 모습과 시원시원한 성격, 뛰어난 능력은 심리적인 자극을 불러왔다. 이후 하루 아침에 유명인이 된 안산에게는 소위 말하는 '악플러' 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여성 혐오적 요소를 표출하지 않는 단순한 악플러들이었다. 안산은 이에 대해 "방구석에서 열폭 메시지를 보내는 당신보다 금메달 두 개를 딴 내가 낫다" 라며 적극적인 불만을 표출했다. 이 사건이 일부 네티즌을 자극했다. 

본격적인 '페미니스트 사냥' 은 이 때부터 시작되었다. 타 여성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이가 어리고, 사회적 경험이 부족한 채로 올림픽 초반부터 세계적 유명인이 된 '여성 선수' 인 안산은 곧바로 정중앙 타겟이 되었다. 

반페미니스트 성향을 가진 네티즌들은 무차별적으로 안산의 SNS에 공격을 퍼부었다. 대한양궁협회에 연일 항의 전화와 게시글이 쏟아졌다. 항의하는 네티즌들은 주로 "안산은 페미니스트다", "안산 선수가 남성 혐오표현을 사용했으니 금메달을 반납하라고 해라" 등의 억지 요구를 들이밀었다. 

물론 받아들여질 리 없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29일,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금메달을 박탈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말이 안된다" 며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사진= 안산 인스타그램 계정(본인)
사진= 안산 인스타그램 계정(본인)

안산을 응원하는 대다수 네티즌들은 대한양궁협회 게시판에 "안산 선수를 보호하라" 며 연일 건의를 올렸다. 정의당 국회의원인 심상정도 지난 29일, 자신의 SNS에 "숏컷인 안산 선수를 응원한다" 며 격려 메시지를 보냈다. 

기타 여성 유명인들도 소위 '숏컷' 캠페인을 시작하며 안산을 응원하는 물결에 합류했다. 배우 구혜선과 정의당 의원 류호정이 지난 28일 자신의 숏컷 사진을 공개했다. SNS를 통해 숏컷으로 머리를 자른 여성들이 이 대열에 뛰어들며 "여성은 사회적 편견에 허락받지 않고 자신을 표현할 자유"가 있음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 이재명 경기도지사 공식 트위터 계정

이재명 경기도지사 또한 지난 29일 자신의 SNS에 "머리가 짧다는 이유, 여성이라는 것은 비난의 근거가 될 수 없다" 며, "땀과 노력의 성과가 차별의 언어로 덧칠되는 것에 반대한다" 고 밝혔다. 

여성, 그리고 인간으로써 존재하는 한 안산에게는 자신을 적극적으로 표현할 자유가 있다. 그것이 선수로써의 능력이든, 머리 길이든 상관없다. 안산은 안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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