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보다 가격이 우선..한국만 후진적인 최저가 입찰
미국은 기술지표가 70% 차지
최저가 입찰 부작용 속출에도
수익성 우려에 종합평가 외면
◆ 탈선위기 韓 철도산업 (下) ◆
15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선진국 가운데 가격이 전동차 입찰 결과를 좌우하는 입찰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한국은 두 단계에 걸쳐 기술·가격 평가를 나눠 실시한다. 1단계에서 기술과 사업능력 등이 최저 기준만 충족하면 2단계에선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업체가 입찰을 따내는 구조다. 반면 미국과 유럽, 대만, 싱가포르 등 해외 주요국들은 전동차 교체 사업을 추진할 때 기술과 가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종적으로 공급업체를 선정한다. 미국은 가격지표와 기술지표에 각각 30%, 70% 비율로 점수를 배정한다. 대만과 이집트 또한 비슷한 구조로 종합평가를 진행한다. 싱가포르와 이탈리아는 1단계 기술평가와 2단계 가격평가 점수를 합산해 최종 낙찰 업체를 결정한다.
한석인 우송대 교수는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가격 이외 요소를 함께 살펴보는 종합평가 방식의 발주가 이미 자리 잡고 있다"며 "최저가 입찰제도는 차관 형태로 자금을 조달해 사업을 진행하는 일부 개발도상국에서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어 "국내 전동차 시장이 납기도 짧고 가격도 낮은 비정상 구조로 변하면서 시장 경쟁이 왜곡되고 있다"며 "국가적 차원에서 철도 산업 경쟁력이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저가 입찰제도가 사업 부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는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됐다. 정부도 업계의 지적에 공감하고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국가계약법)'의 최저가 낙찰제를 종합심사 낙찰제로 2015년 개편했다. 종합심사 낙찰제는 가격뿐만 아니라 공사 수행 능력, 사회적 책임 등을 종합해 평가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방위, 건설 산업에서는 이미 종합심사 낙찰제도가 도입됐지만 철도 산업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기준과 동떨어진 '최저가' 관행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와 부산시, 대구시 등 주요 지방자치단체들은 여전히 가격에 좌우되는 입찰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전동차 운영 업체인 산하 공기업들이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최저가 입찰제를 포기하면 수익성이 더욱 악화된다는 우려에서다. 최진석 한국교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저가 입찰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질이 가장 나쁜 제품이 공급된다는 것"이라며 "사고 위험이 크고 정비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에서 노동조합도 이 같은 제도를 반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입찰가는 낮지만 (전동차) 전체 생애비용은 오히려 커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격뿐만 아니라 기술력, 유지·보수 용이성, 사후 관리 등을 함께 평가하는 종합심사제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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