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 휩쓸던 스타 게이머, 군입대 공백 끝에 한 현실 선택

이연주 더비비드 기자 2021. 7. 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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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취업 분투기] 게이머에서 전기 전문가로 도약 꿈꾸는 청춘의 취업 도전기

코로나 사태로 실물 경제가 큰 충격을 받고 있습니다. 그 어느 해보다 힘든 고용상황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어려움 속에도 희망은 있습니다. 취업난을 극복하고 있는 청년들을 통해 희망을 전하는 ’2030 취업 분투기'를 연재합니다.

전 카트라이더 프로게이머 이재인(26) 씨는 2020년 7월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올해 3월 한국폴리텍대학 남인천캠퍼스 스마트전기과에 입학해 늦깎이 신입생으로 캠퍼스를 누비는 중이다. 자동제어 엔지니어라는 새로운 꿈을 향해 주행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게임이 꿈이었던 시절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는 이재인씨. /본인 제공

이 씨는 2012년 넥슨 카트라이더 리그에 지원해 프로게이머가 됐다. e스포츠팀 ‘큐센화이트’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하루 10시간을 꼬박 게임 훈련에만 바쳤다. 훈련이 없을 땐 다른 프로게이머의 대회 영상을 보면서 연습했다. 그들의 키보드 세팅까지 따라했다. “데뷔 하자마자 우승을 거머 쥔 천재형 게이머는 아니었어요. 피나는 노력으로 프로게이머로 활동할 수 있었죠.”

그가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한 건 2014년부터다. ‘넥슨 카트라이더 배틀로얄’ 리그에서 우승을 한 것이다. 카트라이더는 목표 지점을 향해 자동차를 타고 달려가는 온라인 레이싱 게임인데, 실제 자동차처럼 안정적인 코너링과 핸들링이 중요하다. 두 팀이 총 3번의 경기 중 앞선 2번의 경기에서 양팀 점수가 1:1인 경우 마지막 경기에서는 각 팀 대표 선수 1명씩 대결을 펼친다. “3세트(마지막) 경기를 에이스 결정전이라 부르는데요. 여기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드린 적이 있어서 ‘에결종결자’라는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후 참가하는 경기마다 4강 이상 진출하며 정상급 선수 자리에 올랐다. 2017년 ‘넥슨 카트라이더 듀얼 레이스 시즌2’에서 우승하며 전성기를 이어가던 때 군대에 입대했다.

2년간의 공백 후 e스포츠팀 ‘긱스타’에 입단했다. 계속 선수로 활동할 수 있어 좋았지만 시간의 공백은 기량에 영향을 미쳤다. “여타 스포츠 선수처럼 e스포츠 선수도 신체적인 조건과 체력이 중요합니다.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 기량이 가장 좋죠. 20대 중반에 접어든 저는 노장 축에 속했어요. 어린 후배들이 리그를 장악하고 있었고, 예전처럼 쉬지 않고 훈련을 해도 공백을 메우기 힘들더군요.”

2020년 7월 은퇴를 했다. 화려한 은퇴식은 없었다. “인생에 게임이 전부이던 제게는 모든 게 끝난 거 같아서 두려웠어요. 마음 추스리는 데 시간을 보냈어요. 친구들과 여행 다니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새로운 진로를 찾던 그에게 부모님은 한국폴리텍대학을 추천했다. “첨엔 크게 관심이 없었어요. ‘뭘 배울 수 있는지나 보자’라는 마음으로 검색해보면서 맘이 바뀌었어요. 전기 엔지니어로 일하는 사촌형의 ‘일단 해보라’는 권유도 마음을 움직였구요.”

◇폴리텍 진학으로 갖게 된 새로운 꿈

올해 3월 한국폴리텍대 남인천캠퍼스 스마트전기과에 입학했다. “생전 처음으로 자기소개서도 썼구요. 교수님들과 면접도 봤어요. 교수님들께서 ‘전혀 다른 분야인데 잘 할 자신 있겠냐’고 물어봤는데 순간 ‘못 할 게 뭐있냐’는 승부욕이 샘솟았어요.”

이 씨가 공부하고 있는 스마트전기과는 1년 전문기술과정이다. 전기이론, 전기설비, 시퀀스제어, 캐드(CAD)를 배운다. 실습과 이론 비중이 7:3으로 실습 위주로 진행된다.

“전기이론은 전기를 알아가는 첫 단계라서 모르는 용어와 수학 공식이 많아 어려워요. 전기설비는 도면을 보고 전선, 케이블을 이용해 공사를 하는 과정이구요. 시퀀스제어는 도면을 보고 전선으로 회로를 만드는 건데 어렵지만 재밌어요. 신호등처럼 순차적으로 움직이는 회로가 시퀀스제어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전기설비나 시퀀스제어를 위해 필요한 도면을 만드는 게 캐드(CAD) 수업이죠. 뭔가를 설계해서 결과물을 내놓는 게 게임 전략을 짜는 것과 비슷한 듯 해요.”

◇자동제어 엔지니어를 향한 노력

현재 목표는 각종 자격증 취득이다. 승강기기능사 자격증 실기 시험을 앞두고 있다. 하루 6시간 이상 공부에 매진해 단번에 필기시험에 합격했다. 승강기기능사 자격증을 따고 나면 다음 목표는 전기기능사와 전기산업기사 자격증이다. “프로게이머 시절 한 자리에 앉아 주구장창 훈련만 했던 게 끈기 있게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되네요.”

학교에서 원할 때마다 실습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 공부에 큰 도움이다. “모르는 게 있으면 교수님들께 바로 물어볼 수 있어 좋아요. 현장 경험이 많으셔서 산업 현장에서 어떤 인재를 원하는지도 직접적으로 들을 수 있어요.”

자동제어 엔지니어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게 꿈이다. “처음 진로를 바꿀 땐 누구나 방황을 해요. 조급해하지 말고 찬찬히 탐색해보세요. 하지만 새로운 꿈을 정하고 나면 확실한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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