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민팅해봤어?".. 중학생부터 기성작가까지 'NFT 아트' 돌풍

손영옥 입력 2021. 06. 20. 20:19 수정 2021. 06. 21.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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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의 블록체인 기술 활용
디지털 작품에 고유 인식값 부여
美 비플 그림 780억원에 낙찰 등
작품값 급등·경매시장서도 주목
NFT 아트는 디지털 작품을 하던 작가뿐 아니라 회화 조각 사진 등 실물 작업을 해오던 기성 작가들도 참여해 시장을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사진은 한국의 원로 사진작가 황규태의 NFT 아트 작품 전시 ‘픽셀 픽시’가 메타버스의 하나인 솜니엄 스페이스에 전시 중인 모습. 홈페이지 캡처

“아직 민팅(미술작품을 NTF화 하는 것) 안 했어?”

작가들 사이에 이런 대화가 나올 정도로 한국 미술계에 ‘NFT 아트’ 돌풍이 거세다. 작가들은 디지털 작품을 NFT화해서 전용 플랫폼에서 판매하거나 가상공간인 메타버스 등에 전시한다. 갤러리와 경매업체도 NFT 아트 거래로 사업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현상들=NFT 아트는 실물이 아닌 가상세계에 존재하는 시각예술이다. 핵심은 디지털 콘텐츠에 NFT(Non-Fungible Token·대체불가능토큰), 즉 비트코인에 쓰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함으로써 특정 디지털 콘텐츠에 고유한 인식값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디지털 콘텐츠도 저작권과 소유권을 명확히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 미술품 생산과 거래의 패러다임까지 바꿀 기세다.

블록체인 소셜 미디어 피블이 전시기획사 나비타아트와 함께 원로 사진작가 황규태(83)의 NFT 아트 전시 ‘픽셀 픽시’(Pixel Piexie)를 가상의 ‘메타버스’(가상을 뜻하는 Meta+경험세계를 뜻하는 Universe=현실과 연동된 가상세계) 2곳에서 지난 5월부터 동시에 하고 있다. 각각 성격이 다른 메타버스 공간인 ‘솜니엄 스페이스’에 16점, ‘크립토복셀’에 20점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4월 작가 요요진(37)은 서울 성수동 ‘공장갤러리’에서 NFT아트 전시를 했다. NFT아트는 디지털에만 존재하지만 관람객이 이해하기 쉽도록 오프라인에서 구경시켜준 것이다. NFT 전용 거래 사이트 오픈씨와 연동해 15점이 완판됐다. 1점당 30만∼280만원에 팔렸다. 5월엔 NFT 아트 작가들의 그룹전인 ‘NFT빌라’전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렸다.

한국의 30대 작가 요요진의 디지털 아트 작품 ‘요요 형상’. 작가 제공


경매회사들도 NFT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서울옥션 자회사인 서울옥션블루는 블록체인 업체 두나무와 NFT 사업을 공동 진행하기로 하고 NFT 콘텐츠 발굴을 위한 작가 공모전을 21일부터 진행한다. 피카프로젝트는 이달 초 미술품 전용 NFT 마켓 플레이스 ‘피카아고라’를 열었다.

고미술품경매사 마이아트옥션은 NFT 작품 거래소인 타이거리스트를 설립했다. 첫 사업으로 조선시대 궁중 장식화 ‘십장생도 6폭 병풍’을 디지털 작품으로 NFT화한 뒤 소유권에 대한 공모를 이달 실시했다. 마이아트옥션은 NFT화한 십장생도를 21일 주당 1500원에 타이거리트스에 상장한다. 최근에는 코빗 등 국내가상자산거래소도 NFT 아트마켓을 열었다.

누가, 왜?=NFT는 원래 게임 아이템이나 인터넷 밈(인터넷을 통해 전파되는 사진이나 GIF파일) 등에서 재미처럼 적용됐다. 꼬리에 무지개를 달고 다니는 고양이 냥캣(Nyan Cat) 움짤이 지난 2월 300이더리움(약 7억원)에 거래된 게 그 예다. 디지털 아트 작가들은 여기서 새로운 가능성을 봤다. 실물 예술품과 달리 인터넷상에서만 존재하는 디지털 작품은 무한복제가 가능해 소유권 입증이 어려웠는데 그 난제를 NFT 기술이 단박에 해결해준 것이다.

3월 초 미국의 디지털아티스트 비플(본명 마이클 빈켈만)이 매일 그린 5000장의 디지털 그림을 한데 모은 NFT 아트 작품 ‘매일: 첫 5000일’이 크리스티 경매에서 6900만 달러(약 780억원)에 낙찰됐다. 생존 작가 중 세 번째로 높은 가격이었다. 이는 전 세계 미술시장에서 쿠데타로 받아들여졌고 NFT아트에 대한 관심을 확산시켰다.

디지털 아트 작가가 아닌 작가도 가세하고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스위스 출신 조각·설치·사진작가인 어스 피셔가 그런 예다. 미국 페이스 갤러리 전속인 피셔는 3D로 스캔한 일상의 사물 2개를 연결한 ‘디지털 조각’을 ‘카오스’라는 제목으로 연작 501점 제작에 나섰다. 예컨대 계란과 라이터를 스캔해 디지털상에서 조합함으로써 낯선 효과를 낸다. 지난 4월 5일 카오스 연작 1번이 추정가의 100배인 9만800달러에 판매되는 등 기대 이상의 반응을 낳았다.

스위스 작가 어스 피셔가 NFT 아트에 도전하며 선보인 디지털 조각 연작 ‘카오스’. 작가 제공


컴퓨터그래픽(CG) 등 상업적인 작업을 하던 일반인들도 NFT 아트에 뛰어들고 있다. 서울옥션블루 관계자는 “NFT 아트가 미술 시장 진입의 허들을 크게 낮추며 작가군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에서는 NFT 작가들의 커뮤니티 ‘클하 NFT’가 3월 초 생겨 30대인 미상, 이소연, 요요진 등을 중심으로 8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요요진 작가는 “회원들은 중학생부터 80대까지, 기존 작가부터 중단했다 재개하는 작가, 아마추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고 전했다.

부작용은 없나=실물 회화를 디지털로 찍어내는 ‘디지털 쌍둥이’도 있다. 박수근 작가의 작품 같은 실물을 복제한 뒤 NFT화해서 쪼개 판매하는 데 이 방법이 주로 쓰인다. 마이아트옥션이 NFT화한 ‘십장생도’도 이처럼 실물을 연동한 NFT 아트다. 마이아트옥션 관계자는 “고미술품인 ‘십장생도’를 선택한 이유는 문화재보호법의 한계를 뛰어넘어 고미술품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현행 문화재보호법(제12장 90조)은 제작 이후 50년을 초과한 미술품 및 문화재는 국외 수출 및 반출을 금지한다. 국내에서만 유통되다 보니 고미술품은 가격이 오르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이를 NFT화해서 주식처럼 쪼개 팔면 외국인도 살 수 있어 가치를 올릴 수 있다.

시장이 과열돼 잡음도 나온다. 마케팅업체 워너비인터내셔널이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등 한국의 3대 근대 거장의 작품을 ‘최초로’ NFT 예술품으로 재탄생시켜 온라인 경매에 내놓으려 했다가 저작권자의 반발로 취소했다. 작품 소장자의 동의는 얻었지만 저작권자인 유족이나 재단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게 문제였다. 작품에 관한 저작권은 사후 70년간 보장된다. 1956년 별세한 이중섭의 저작권은 소멸했지만, 박수근과 김환기 작품의 저작권은 유효하다.

캐슬린 김 변호사는 “NFT 아트 세상이 구축됐기 때문에 거품이 사라져도 NFT 아트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다만 내가 구매하는 게 저작권인지 소유권인지 등을 살펴야 하고 거래소나 플랫폼은 익명으로 거래돼 분쟁이 생기면 해결이 쉽지 않은 만큼 구매 시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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