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잡았는데 같이 한잔해요" 요즘 청춘들 위험한 방역꼼수

최연수 2021. 6. 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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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지난 17일 오후 10시 15분쯤 강남역 인근의 술집 근방의 모습. 거리에 나온 사람들이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 '길맥'을 하거나 방역수칙을 어기고 '방팅'을 시도했다. 최연수 기자

“종로에 방 잡았는데 자리 옮겨서 한잔할까요?” 지난 17일 오후 10시 15분쯤 강남역 10번 출구 인근의 골목. 3명의 20대 남성 무리가 여성 2명을 상대로 말을 걸었다. 초면으로 보이는 이들은 서로 통성명 등 대화를 나눈 지 9분여 만에 콜택시를 타러 이동했다. 5인 이상으로 집합금지이지만,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이런 광경이 오후 10시가 넘어가자 강남역 일대 곳곳에서 벌어졌다.

방역수칙에 따라 오후 10시 이후 술집들이 문을 닫자 청춘 남녀들이 거리에 쏟아졌다. 약 400m 정도 되는 골목에 15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부슬비가 내리는데도 도로를 서성이며 새로운 ‘2차’ 모임을 모집했다. 어떤 무리는 방을 잡아서 노는 ‘방팅(방+헌팅)’을 제안하기도 했고, 상대가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면 길거리에서 편의점 맥주를 마시는 등의 차선책을 제안하기도 했다.


규제 피해 만들어진 유흥문화 ‘방팅’

지난 17일 오후 10시 15분쯤 강남역 인근의 술집 근방의 모습. 거리에 나온 사람들이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 '길맥'을 하거나 방역수칙을 어기고 '방팅'을 시도했다. 최연수 기자

방팅은 최근 2030 사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방역수칙를 피하는 신종 유흥문화로 ‘각광’을 받고 있다. 더 놀고 싶은데 음식점과 술집이 문을 닫자 만들어진 그들만의 ‘묘책’인 셈이다. 공유 숙박업소의 경우, 5인 이상 집합금지 규제가 소홀하다는 허점을 노렸다.

초기에는 오후 10시가 넘어간 시간에 삼삼오오 모여 처음 만난 사람과 함께 편의점에서 산 술을 길거리에서 마셨다. 운영이 끝난 술집 인근 도로에서 사람들이 북적이는 진풍경을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유튜버도 있었다. 직장인 이모(29)씨는 “코로나 시국에 사람들을 만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지니 이렇게라도 노는 것 같다”며 “술에 취한 상태에서 아쉬우니까 방역 수칙을 어기면서까지 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팅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숙박 공유 앱을 이용해 2차 장소를 확보했다. 일반 숙박 시설의 경우 3인 이상은 출입이 잘 안 되기 때문에 입장 시 확인이 없는 공유주택을 이용하는 것이다. 한 20대 남성은 “여기서 헌팅에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친구들끼리 술 먹고 아쉬우니 약속 전에 방을 미리 잡고 술을 먹었다”며 “헌팅이 성공하면 좋지만, 실패하더라도 우리끼리 그곳에서 마시면 되니까 상관없다”고 말했다. 강남역 일대의 공유 숙박의 하루 이용료는 10만~20만 원대다.


무뎌진 방역 감수성…범죄 온상 될 수도
하지만, 이러한 유흥문화가 자칫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학생 김모(21)씨는 “학교에서 비대면 수업을 하니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 놀 수가 없어서 이곳을 추천받아 놀러 나왔다”며 “서 있기만 해도 사람들이 와서 2차 가자고 하는 게 신기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들과 ‘방팅’까지 하는 건 너무 위험할 것 같아서 조심해야 할듯하다”고 했다.

한편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0일 새로운 거리두기 개편안을 확정해 발표하기로 밝혔다. 백신 접종자가 1300만명을 돌파하면서, 코로나19에 지친 시민들의 일상 회복을 위해 이에 맞는 개편안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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