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차별 쿠폰 논란' 무신사, 조만호 대표 사임.."책임 통감"

함지현 2021. 6. 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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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논란 이후 문제 해결·후임자 인선 준비 해와
경영 일선 물러나 중장기 전략 수립 등 이사회 의장 역할
개인 지분 매각해 500억원 마련..패션 펀드 출자
별도로 "주식 1000억 규모 임직원과 나누겠다" 약속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창업자 조만호 대표가 지난 3월 논란이 됐던 ‘성차별 쿠폰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 무신사는 후임자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른 시일 내에 신임 대표를 결정할 예정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 대표는 “특정 고객 대상 쿠폰 발행과 최근에 있었던 이벤트 이미지 논란으로 무신사에 실망한 고객분들과 피해를 입은 입점 브랜드에 진심으로 송구스럽다”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통감하고 20년 전 처음 무신사를 만든 이후 지금까지 유지해 온 운영자와 대표의 자리를 내려놓는다”고 사퇴의 이유를 밝혔다.

회사 측은 수 개월 전 회사에 사임 의사를 표한 조 대표는 그동안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문제 해결과 후임자 인선 준비에 집중해왔다고 설명했다.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무신사가 여성 고객에게만 할인 쿠폰을 지급한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됐다. 이후 조 대표는 공식 사과문을 통해 우수 이용 고객에게 더 큰 혜택이 돌아가도록 쿠폰 운영 방향을 개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무신사는 2001년 조 대표가 고등학교 3학년 시절에 시작한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출발했다. 이후 길거리 패션과 스타일 트렌드를 소개하는 무신사 매거진을 발행했고, 2009년에는 회원들이 믿고 구매할 수 있는 판매처 역할을 하기 위한 커머스 기능을 도입해 현재의 무신사 스토어로 성장했다.

그는 국내 디자이너와 중소 브랜드의 온라인 판로 개척과 성장 가능성 높은 브랜드 발굴에 앞장서며 패션 생태계 활성화에 힘써왔다. 특히 ‘브랜드 동반성장’을 경영 철학으로 마케팅, 생산 자금 대여, 조기 정산 등의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 입점 브랜드 성장 지원이 무신사 매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이런 노력을 바탕으로 2013년 100억원 수준이던 무신사 스토어 거래액은 7년 만에 120배로 늘어나 지난해 1조 2000억원을 기록했다.

조 대표는 사임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무신사 스토어 운영에는 참여하지 않고, 해외 사업을 포함한 회사의 중장기 전략 수립과 한국 패션 브랜드의 성장을 위한 지원 활동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한 앞으로 개인 지분 일부를 순차적으로 매각해 약 5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고, 이를 무신사의 투자 자회사인 무신사 파트너스가 운용하는 패션 펀드에 출자할 계획이다. 해당 펀드는 소규모 신생 브랜드 중심의 초기 투자에 집중하고 조 대표가 무신사 스토어를 운영하며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도 나눌 예정이다.

조 대표는 이날 오후 무신사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의를 공식화했다. 이를 통해 개인 주식 중 1000억원 상당을 임직원과 나누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무신사 운영의 최종 책임자로서 결자해지를 위해 책임을 지고 대표의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사퇴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일선에서 물러나지만, 여러분들께서는 우리가 지금까지 가져왔던 ‘입점 브랜드의 성공을 돕고 고객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드린다’라는 목표를 잊지 않고 서비스를 이어가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한 “우리는 백화점과 대기업 위주였던 패션 유통 산업 구조에서 중소 규모 브랜드들이 큰 영역을 차지할 수 있도록 도와 더 건강한 생태계를 만드는데 기여했다”며 “실력과 노력이 뒷받침된 브랜드는 큰 자본과 전국적인 오프라인 유통망 없이도 무신사를 잘 활용해 수백억 대의 매출을 올릴 수 있게 됐고, 실제 이런 과정을 거쳐 수천억 원대의 가치를 인정 받는 회사가 생겨났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울러 “이제는 무신사에 전체 조직의 관리와 사업 전반의 관장까지 더 뛰어난 역량을 가진 새로운 리더가 필요한 시점이 된 것 같다”며 “무신사 대표로서 제 개인의 임무는 여기서 마치고 회사와 관련된 업무는 모두 내려놓지만, 중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 높은 신생 브랜드를 발굴하고 한국 패션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서 저의 역할을 찾아보려 한다”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저를 믿고 무신사를 함께 만들어 온 본사 임직원 여러분과 무신사와 뜻을 함께하기로 한 관계사 구성원, 그리고 근시일 내 합류할 분들께 제 개인의 주식 중 1000억원 상당을 나누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함지현 (ham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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