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SNS의 마법 '블로그' 2030세대가 반했다

반진욱 2021. 6. 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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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인기 끄는 블로그

# 대학생 권채현 씨(26)는 최근 네이버 블로그에 글 쓰는 재미로 산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며 무기력한 일상을 보내던 중, 친구 권유를 통해 몇 년 전 만들어뒀던 블로그를 다시 시작했다. 시작한 지 한 달 만에 하루 글 2건 이상을 올리는 등 열혈 블로거 반열로 올라섰다. 한동안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만 사용하던 권 씨가 블로그에 다시 빠지게 된 것은 ‘편안함’ 때문이다.

“다른 SNS와 달리 블로그의 가장 큰 차이점은 내 일상과 생각을 거리낌 없이 적어도 괜찮다는 점이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은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에게도 사적인 부분을 드러내야 한다는 게 썩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블로그는 정말 친하고 나를 궁금해하는 사람들만 본다. 너무 개방된 SNS는 부담스럽지만 적당한 관심은 원하는 ‘소심한 관종’에게는 블로그가 딱이다.”

인스타그램·틱톡 등에 밀려 사라진 줄 알았던 SNS ‘블로그’가 부활했다. 각종 수치가 인기를 증명한다.

지난해 작성된 블로그 게시물은 연 3억건에 달했다. 네이버가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역대 최고 기록이다. 월평균 콘텐츠 생산량도 28% 증가했다. 블로그 신규 이용자도 증가했다. 지난해 새로 개설한 블로그 수는 2019년 대비 120% 늘었다. 사용 연령층이 대폭 낮아진 게 특히 눈에 띈다. 신규 블로거 중 30%가 20대다. 블로그에 글을 하루에 1건 이상 꾸준히 쓰는 ‘활성 블로거’ 중 20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가 넘는다.

힌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 4월 진행된 1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네이버 블로그가 20대를 중심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트렌디한 매체로 부각 중”이라고 자랑했다.

최근 네이버 블로그 열풍이 뜨겁다. 사진 위주의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대신 글 중심으로 호흡하는 블로그를 찾는 MZ세대가 많다(좌). 블로그의 인기 뒤에는 막강한 점유율을 지닌 포털 ‘네이버’ 효과가 자리 잡는다(우). <독자, 네이버 제공>
▶블로그 역주행 이유는

▷네이버 영향력에 ‘폐쇄성’ 더해져

빠르고 짧은 SNS의 부상으로 이제는 ‘지는 해’라고 여겨졌던 블로그가 다시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집콕족’ 증가와 블로그가 가진 특유의 ‘폐쇄성’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무엇보다 코로나19로 늘어난 ‘집콕족’ 영향이 컸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외부 활동 시간이 줄어들고 자연스레 사진·영상을 찍어 올리는 SNS의 사용량도 함께 감소했다. 설문조사 플랫폼 오픈서베이가 내놓은 ‘소셜미디어와 검색포털 리포트 2020’에 따르면 지난해 사진을 활용한 SNS 게시물 선호도는 2019년에 비해 7% 감소했다. 반면 글로 쓰여진 콘텐츠는 같은 기간 선호도가 2% 상승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외부 활동 감소로 생활 반경이 좁아지면서 글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이나 일상을 남겨두는 이가 급증했다”며 “글은 사진 촬영이나 영상 제작에 투자하는 시간이나 비용 대비 상대적으로 생성이 용이하기 때문에, 일상을 글로 기록하는 시도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블로그만이 가진 ‘폐쇄성’이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 등 SNS는 개인 일상이 불특정 다수에게 보여진다. 해시태그 기능 때문에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내 일상이 노출되기도 한다. 반면 블로그는 사용자와 가까운 소수의 사람만 보는 매체다. 지인들끼리 공유하다 보니 보다 내밀하고 자세한 일상의 공유도 가능하다. 과도한 노출을 기피하는 MZ세대가 블로그에 몰리는 이유다. 김보연 네이버 블로그팀 리더는 “블로그는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면서도 타인과 일정 거리를 유지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느슨한 연대감’을 원하는 20대 청년층에게 블로그가 인기를 끄는 이유”라고 밝혔다.

네이버 포털의 ‘높은 영향력’도 블로그 인기가 계속되는 이유 중 하나다. 구글·유튜브·인스타 등 SNS가 많지만 국내에서는 여전히 네이버 점유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SNS 마케팅 회사 포미컴퍼니의 박주애 대표는 “2020년도 데이터를 보면 국내 소비자가 검색을 가장 많이 하는 플랫폼이 네이버다. 70~80%는 검색을 네이버로 한다. 사용량만 놓고 보면 네이버는 다른 SNS가 이길 수 없는 강적이다. 압도적인 점유율을 가진 포털을 배경으로 갖고 있다는 게 블로그의 가장 큰 이점”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블로그 전망은

▷커버스·전문가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블로그 전망이 밝다고 판단한다. 네이버가 ‘커머스·전문가’ 플랫폼으로서 블로그를 전문적으로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네이버는 채널 영향력을 활용한 커머스 시스템인 ‘인플루언서’와 전문가 플랫폼 ‘엑스퍼트’를 블로그에 접목해 적극 활용 중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인플루언서 항목 개편 전후로 블로그를 활용해 월 500만원 이상의 수익을 얻는 인플루언서는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연 1억원 이상 광고 수익을 거두는 인플루언서도 속속 등장하는 중이다.

SNS 마케팅 컨설팅사 제이콥스튜디오 관계자는 “네이버는 블로그를 단순한 SNS 그 이상으로 만들려고 한다. 스마트스토어(네이버 내부 쇼핑몰)를 만들지 않더라도 블로그에서 고객을 모으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활용도가 점점 높아지는 만큼 블로그를 찾는 사용자도 늘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블로그는 ‘꾸준함’이 중요했다. 좋은 글을 올리는 것보다는 어떤 콘텐츠라도 매일 올려야 ‘파워 블로거’로 인정을 받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블로그 콘텐츠의 질이 떨어졌고 사용자가 떠나갔다.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이제는 글을 1건만 쓰더라도 전문가 수준의 퀄리티 높은 글을 원한다. 전문성을 갖춘 블로거가 ‘파워 블로거’가 된다. 앞으로 블로그는 수준 높은 콘텐츠를 공유하는 플랫폼으로서 자리 잡을 것이다.”

박주애 대표의 분석이다.

블로그 인플루언서가 되려면

수준 높은 콘텐츠를 꾸준히 올려라

‘블로그 인플루언서’가 돼 부수입을 노려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방문 기록과 조회 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인기 블로그 특징을 분석해봤다.

첫 번째는 꾸준한 업로드다. ‘좋아요’가 세 자릿수로 달리는 일상 블로그는 일간 혹은 주간이라는 일정한 업로드 주기를 정해두고 포스팅을 올리는 경향이 있다. 다만 전제 조건이 있다. ‘전문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다. 단순히 의미 없는 글만 올리면 인플루언서로 인정받기 어렵다. 내실을 갖춘 콘텐츠를 주기적으로 올려야 한다.

두 번째는 진정성이다. 일상 포스팅을 찾는 독자는 꾸며지지 않은 진솔한 언어를 기대한다. 지나치게 꾸며진 듯한 포스팅에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세 번째는 포스팅에 정보를 추가로 제공하는 것이다. 내가 간 장소의 정보나, 해 먹은 요리의 레시피를 간단하게 써서 사진 아래에 텍스트로 붙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블로그를 찾는 사람들은 정보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 글 외에 정보를 추가 제공하면 조회 수를 더 쉽게 높일 수 있다.

[반진욱 기자 halfnuk@mk.co.kr, 장지현 인턴기자 vemile4657@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11호 (2021.06.02~2021.06.0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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