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코인 광풍' 이유 있었네..순자산, 20대만 쪼그라들었다

임성빈 2021. 5. 25.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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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차 직장인 A씨(29)는 최근 코인 가격이 떨어지면서 한 달 치 월급 정도의 손실을 봤지만, 그래도 투자금을 더 넣었다. A씨는 “돈을 잃을까 불안하긴 한데, 순식간에 수십 배씩 오르는 코인이야말로 돈을 모을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이란 생각에 계속 투자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20대는 왜 코인 투자에 빠졌을까. 통계를 살펴보면 이유는 두 가지로 좁힐 수 있다. 첫째 가만히 있으면 재산이 줄어드는 것 같아서. 둘째, 먼 미래에도 쌓아둔 재산이 없을 것이란 불안감에서다.

25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주가 29세 이하인 가구의 순자산액 중앙값은 3152만원이었다. 순자산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액으로, 20대 가구 중 순자산이 가장 적은 집부터 순자산이 가장 많은 집까지 줄을 세웠을 때 정중앙에 있는 집이 3152만원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전체 가구의 순자산액 중앙값은 2억218만원이었다. 50대가 2억4200만원으로 가장 많고, 20대가 가장 적다.

8년간 20대만 순자산 감소, 빚은 급증.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노동시장 진입을 갓 시작하는 20대의 순자산이 다른 연령대보다 적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20대의 순자산만 유독 감소했다는 점이다.

통계청이 가계금융복지조사를 시작한 2012년 이후 전체 가구의 순자산은 꾸준히 늘어 2012년 1억4091만원에서 2020년까지 43.5% 증가했다. 반대로 20대 가구의 순자산은 2012년 4809만원이었는데 지난해까지 34.5% 감소했다. 이처럼 20대의 순자산 감소가 추세적으로 나타는 것은 우리 시대 젊은 층의 자산형성이 그만큼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20대 가구의 순자산이 유일하게 감소한 것은 빚이 가장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2012년 20대 가구의 부채 중앙값은 1000만원이었다. 지난해에는 2880만원으로 188% 급증했다. 다른 연령대 모두 빚이 늘긴 했지만, 20대보다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연령대는 없었다. 30대 가구의 부채가 2012년 대비 181.3% 증가했다.

청년실업률 추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좋은 일자리에 취업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며 근로소득은 하락하고, 주거비 등 부담은 커진 탓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청년실업률(15~29세)은 7.5%에서 9.0%로 올랐다. 20대 가구주가 임대보증금 몫으로 지고 있는 부채(중앙값)도 4000만원에서 8000만원으로 두 배로 불었다. 부모·가족의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거나 차마 손 벌릴 수 없게 되면 결국 금융회사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다.

일해서 번 돈을 모을 시기도 짧아지고 있다. 지난해 통계청의 국민이전계정 통계를 보면 한국인은 생애 주기상 28세에 처음 흑자를 달성하고 59세에 적자로 전환한다.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처음 발표한 2019년 통계에서는 27세부터 흑자로 전환했는데, 1년이 더 늦춰진 것이다. 청년이 노동시장에 안착하는 나이가 점점 늦어지면서, 재산을 모아둘 시간도 적어질 것이란 계산이 가능하다.

암호화폐 신규 투자자 절반이 2030.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최근에는 부동산 가격까지 급등해 사회 초년생의 자산 형성이 더 어려워지면서 20대는 더 빠르게 코인 투자로 몰려갔다. 지난달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4대 암호화폐 거래소(빗썸ㆍ업비트ㆍ코빗ㆍ코인원)의 올해 1분기 신규 가입자 가운데 32.7%인 81만6000명이 20대였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20대는 중ㆍ장년보다 더 큰 위험을 감수하려는 성향이 있다”며 “취업도 쉽지 않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요즘 시기에 아무리 위험이 커도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코인 투자를 매력적으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다만 코인 투자에 뛰어든 사람들이 대체로 긍정적인 정보 위주로만 몰입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성년의 날을 맞아 페이스북에 “청년층의 자산형성 기회를 최대한 확대해 나가겠다”며 “청년층의 관심이 높은 국내 자산시장에 대한 정책적 세밀함과 지원 노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체 청년층을 위한 가장 중요한 해법 중 하나는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보다 많이 제공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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