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송이라뇨? IT 개발자 오히려 문과 출신이 강점" [인터뷰]
삼성의 융합형인재 출신 개발자.."전공보단 흥미 중요"
삼성전자와 삼성SDS는 지난 2013년 '한국형 스티브잡스'인 융합형 인재를 키우겠다며 SCSA 채용 과정을 신설해 C언어 등 프로그래밍 언어를 비롯, 제품·반도체·웹 등 특화과정 교육에 들어갔다. 교육생이지만 수습사원 수준의 월급을 받으면서 전문 엔지니어와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이었다. 최종 평가에서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최종적으로 입사가 확정됐다.
고려대 한국사학과를 졸업한 송 팀장은 SCSA 1기로 입사해 현재 왓챠 개발 부서의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커리어 전환'을 해낸 셈이다.
그는 "최근 SW업계를 중심으로 개발자 양성 교육이 많이지고 있는데 긍정적으로 본다"며 "개발 전문가를 전공자, 비전공자를 나누는 건 옛말이 됐다. 현업에서 보면 개발자의 백그라운드(배경)는 정말 중요하지 않다. 그 사람이 얼마나 해왔는지, 팀원들과 잘 협력할 수 있는지가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런 면에서 송 팀장은 인문계열 전공자로서의 강점이 분명히 있다고 봤다. 그는 "인문계열은 글을 쓰고 토론하는 수업이 많다보니 초반엔 기술적 부분이 부족하더라도 의사소통에서 많은 이점을 봤다"며 "개발직군은 기존에 배운 걸 계속 활용한다기 보다 새로운 걸 계속 알아나가야 하기 때문에 능력보단 흥미를 잃지 않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비전공자이지만, 어렸을 때부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많았다. 컴퓨터 게임도 즐겼다. 흥미가 있었기 때문에 힘든 순간에도 개발을 놓지 않을 수 있었다.
송 팀장은 "대학생 때 아이폰이 처음 나왔다. 심장이 뛰면서 문과생인 내가 뭘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했다"면서 "하지만 아이디어가 있어도 실제 앱을 만들 수 없어 답답했다. SCSA에 지원하면서도 삼성맨보단 IT키즈가 되고 싶단 점을 강조했다. 당시 1기라 실험적인 시도가 많아 4개월만에 '조기졸업'해 현업으로 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3년여 뒤 퇴사해 스타트업인 왓챠에 합류했다. 현재 왓챠의 유료계정 수는 138만명에 이른다.
송 팀장은 최근 취업시장에서 코딩학원 붐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이해하면서도 자아성찰을 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학원을 다니는 게 효율적이긴 하지만, 작은 프로젝트일지라도 꾸준히 해나가며 흥미를 잃지 않고 있는지 스스로 계속 확인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송 팀장은 "최근엔 비전공자가 프로그래밍을 접해볼 기회가 많아진 만큼 현실적으로도 생각해 봐야 한다. 누구나 개발자가 되기만 하면 높은 연봉을 보장받는 것도 아니고, 업무가 자신의 성향과 정말 안 맞을 수도 있다"며 "예를 들어, 폴더블 스마트폰이 나왔다면 어떤 기술이 적용돼 있고 어떻게 기술을 적용해야 하는지 궁금하고 흥미가 생겨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과 개인이 모두 로스(손실)를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 채용문을 넓힐 것이 아니라 '개발 체질'이 맞는지 빠르게 판단할 수 있도록 세분화된 과정을 만드는데 집중해야한다고 봤다. 송팀장은 "개발자로 키우려 했는데 결국 지원자가 프로그래밍을 포기한다면 기업과 직원 모두에게 큰 마이너스"라며 "도전 환경 그 다음 단계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생활 시작 10여 년만에 이제 '면접관'이 된 그는 지원자가 단순히 많이 알고 있는 것보다 빠르게 흡수해 잘할 수 있는지를 판단하려 노력한다. 송 팀장은 "취업할 때를 떠올려 보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걸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 취업할 땐 알고 있는 것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다"면서 "단순히 많이 알고 있는 건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어떤 타이팅에 어떤 결정을 내려 왔는지, 어떤 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왔는지를 면접 전에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왓챠만 하더라도 직군의 경계 없이 PM(Product Manager), 디자이너, 개발자가 모두 모여 충분한 회의를 거친 뒤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는다"며 "추후에는 (전공자와 비전공자의) 경계는 물론 업무 벽도 허물어질 것으로 보는 만큼 융합형 인재에 대한 사회적 요구는 더욱 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bykj@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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