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소파 맛집' 비결은

전재욱 2021. 4. 23. 05:0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스타벅스가 지난해 가구 회사 까사미아로부터 가구 수십억 원치를 사들여 매장을 공격적으로 단장했다.

코로나19로 매장 발길이 뜸해진 상황을 고려하면 뜬금없어 보이지만, 스타벅스 창업 철학과 맞닿은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 전국 스타벅스 매장이 가구 전시장으로23일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지난해 까사미아에서 유무형 자산 3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그러나 매장 고객이 '스타벅스 브랜드'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체험한 까사미아 가구를 추후 구매하고자 고려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작년 신규 매장에 까사미아 가구 33억원치 배치
코로나19로 한산해진 매장 단장해 이례적
커피 아니라 '공간' 파는 스벅 창업 이념 연장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스타벅스가 지난해 가구 회사 까사미아로부터 가구 수십억 원치를 사들여 매장을 공격적으로 단장했다. 코로나19로 매장 발길이 뜸해진 상황을 고려하면 뜬금없어 보이지만, 스타벅스 창업 철학과 맞닿은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 전국 스타벅스 매장이 가구 전시장으로

23일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감사보고서를 보면, 이 회사는 지난해 까사미아에서 유무형 자산 33억원어치를 사들였다. 1년 새 늘어난 점포 130곳을 치장할 가구를 들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이다. 까사미아와 거래 규모는 2019년 약 6억원에서 한 해 동안 5배 이상 늘었다.

까사미아는 큰 기회를 잡은 것이다. 전국 1508개(작년 말 기준) 스타벅스 매장을 전시장처럼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매력이다. 물론 스타벅스에 들어가는 까사미아 가구는 전부 매장 맞춤형(B2B)이다. 공산품 매장에 판매하는 제품(B2C)은 아니다. 그러나 매장 고객이 ‘스타벅스 브랜드’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체험한 까사미아 가구를 추후 구매하고자 고려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 스타벅스 고객이 잠재적인 가구 고객인 셈이다. 앞으로 스타벅스와 거래를 늘리면 이런 가능성은 더 커진다.

아울러 스타벅스에 가구를 팔아서 얻는 직접 매출도 무시할 수 없다. 까사미아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영업적자를 낸 점을 고려하면 스타벅스를 우군으로 삼은 것은 동력이다.

두 회사를 이은 징검다리는 신세계 남매이다. 신세계는 2018년 1월 까사미아를 인수해 현재 지분 95%를 갖고 있다. 홈퍼니싱 사업에 진출하고자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밀어붙인 사업이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이마트는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주식 50%를 갖고 있다. 정 부회장은 정 사장의 오빠이다. 두 회사의 계약 규모가 어디까지 불어날지는 지켜볼 일이다.

발길 끊긴 매장 꾸민 이유는

두 회사의 계약은 밀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를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이기까지 한 측면이 있다. 고객 발길이 끊겨 사실상 ‘개점휴업’한 매장을 꾸미는 데에 되레 수십억원을 투자한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스타벅스 출점 전략도 거스른다. 올해 개점한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매장 11곳 가운데 드라이브 스루 매장이 7곳으로 압도적이다. 뒤늦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배달 시장에도 뛰어든 상태다. ‘매장 안’ 보다는 ‘매장 밖’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변화는 불가피했지만 전통을 잃는 데 대한 우려가 따랐다. 스타벅스는 창업 이래 ‘매장’ 영업을 고수해왔다. 시류를 타고서 ‘테이크 아웃’으로 넘어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불안이었다.

이로써 스타벅스가 강조해온 ‘제3의 공간’(Third place·집과 사무실이 아닌 다른 장소) 철학이 허물어질 수 있었다. 제3의 공간 콘셉트는 지금의 스타벅스를 만든 핵심 가치로 꼽힌다. 커피가 아니라 공간을 판다는 이미지는 글로벌 대기업이라는 거부감을 지우고 지역 사회에 융화하는 데 거름이 됐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업자가 2018년 회사를 떠나면서 남긴 마지막 메시지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전 세계에 따뜻하고 안락한 제3의 공간을 제공하는 것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자 책임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스타벅스와 까사미아의 협업은 계열사 밀어주기 이상의 결속일 수 있다. 까사미아는 스타벅스가 거래하는 여러 국내외 가구회사 가운데 한 곳에 불과하기도 하다.

스타벅스커피코리아 관계자는 “까사미아 계약은 수의가 아니라 입찰을 거쳐서 맺은 것”이라며 “우리가 추구하는 매장을 조성할 수 있는지를 평가했다”고 말했다.

전재욱 (imfew@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