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용산참사, 임차인들 폭력적 저항이 본질"

2021. 3. 31.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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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훈토론서도 '내곡동 땅' 의혹에 집중.."거짓말은 아니지 않나" 해명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과거 자신의 시장 재임 기간에 일어난 용산참사 사건에 대해 '송구하다', '책임감을 느낀다'고 하면서도 철거민들의 "과도한 폭력행위"가 사건의 원인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당시 중앙·지방정부가 영세 상인인 상가 세입자들의 생존권을 외면한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재개발을 추진했던 데 대한 반성적 인식이 결여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예상된다.

오 후보는 31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공약을 보니 용산참사가 생각난다. 오 후보의 입장이 뭐냐'는 질문을 받고는 "그 지역 임차인이 중심이 돼서 시민단체 전철연(전국철거민연합)이 가세해 폭력적 형태의 저항이 있었다. 쇠구슬인가 돌멩이인가를 쏘면서 건물을 점거하고 저항했다"며 "거기에 경찰이 진입하다가 생긴 참사다. 이 사고는 과도한, 부주의한 폭력 행위를 진압하기 위한 경찰 투입으로 생겼다"고 답했다.

오 후보는 "그것이 (사건의) 본질"이라며 "제가 (당시) 조문도 갔고 당사자들도 만났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영걸 당시 서울시 균형발전본부장이 다른 일을 전폐하고 이 일의 해결을 위해 뛰어다녔다. 유가족들을 달래고 보상 협의하고"라며 "(협의 과정을 기록한) 백서도 만들어 놨다. '언젠가는 공개되겠지' 했는데, 그 자료에 협의 과정이 소상히 다 기록돼 있고 지금 서울시 어딘가 캐비닛에 들어가 있을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민주당 출신 시장 시절인 지난 2017년 서울시가 '용산참사 8주기 추모 백서'를 펴낸 적은 있었으나, 참사 직후인 오세훈 전 시장 시절 이미 용산참사 백서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려졌다.

오 후보는 다만 "(용산참사는) 시장이 큰 책임감을 느낄 사례"라며 "재개발이 꼭 필요한 사업이라도 그 과정에서 임차인 권익이 최대한 보장되는 형태로 협상이 진행돼야 바림직한 행정인데, 극한투쟁·갈등의 모습(이 나타난 것)은 시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낄 대목이고 여러 번 죄송스럽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유감을 표했다.

오 후보는 전날 선관위 주최 토론회에서도 "참으로 가슴아픈 사건이었다"며 "일어나서는 안 될 참사가 일어난 것에 대해 당시 시장으로서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었다.

오 후보는 부동산 공시지가 상승에 따라 주택소유자들의 보유세 납세액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작년에 (집값이) 너무 올라서 기절초풍하게 오를 것이다. 적어도 올해는 (보유세를) 동결해야 한다"며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서울시 아파트 중위가격이 9.5억을 넘어선 만큼 (특례세 적용) 기준을 6억에서 9억으로 옮기는 게 필요하고, 세율은 낮추는 게 맞다. 이것을 정부에 건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유일 노후 대책이 집 한 채이고 현금소득이 없는 분, 1가구 1주택인데 소득이 없는 분은 재산세를 면제해 드리는 게 옳다"며 "시장이 되면 정부와 협의할 생각이다. 공시지가를 급격히 올린 데 따른 불이익은 반드시 원위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의 부동산 정책 논란에서 서울 주택소유자들의 이해가 과대대표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가운데, 이날 토론회에서 '1가구 1주택자 대상 융자 공약은 없느냐'는 질문이 나온 것도 시선을 끌었다.

오 후보는 자신의 공약인 재건축·재개발 확대가 이뤄지면 오히려 집값이 더 올라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사실 재건축이 되면 집값을 자극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약간 오르더라도 (이를) 감수하면서 지속적으로 물량이 공급된다는 확신을 줬으면 지난 몇 년간의 부동산 폭등 대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약간 오르는 것을 감수하며 행정력으로 억누르고 주택을 공급하는 게 노하우"라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강서구 마곡·발산지구를 예로 들며 SH 등을 통해 주택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게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 동네에 싼 주택이 수천 채 들어온다고 하면 '관망하자'고 하며 거래가 줄어드는 게 소비자 심리다. (반면) 비싸게 공급을 하면 '집을 사도 되겠다'는 시그널이 돼서 가격이 오른다"고 근거를 댔다.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주장을 어떻게 민주당 시의원이 다수인 시의회에서 관철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충분히 가능하다. 시의원들이 가장 많이 받는 민원이 '우리 동네 용적률 풀어달라'는 것"이라며 "민주당도 끝까지 고집하지 못할 것이다. 본인들도 공급을 해야 한다는 사실은 아는데 3기 신도시는 해법이 안 되는 것 아니냐. 강남에 주택이 없는데 강북에 집을 짓는다? 안 된다. 서울 규제를 풀 수밖에 없고 그래야 시장이 움직인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안심소득 시범실시 공약과 관련, 국민의힘 정강에 채택된 기본소득 개념과의 차이를 지적하는 질문에는 "기본소득을 광의로 보면 안심소득도 포함하는 개념으로 저는 해석한다"며 "가능만 하면 가장 바람직한것은 안심소득이다. 경기도의 기본소득, 서울시의 안심소득(실험)이 홍보되고 이해되면 어느 시스템이 대한민국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는 시스템인지 평가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지난 2019년 광화문 '태극기 집회'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해 '증증 치매 환자'라고 특정 질환명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정확히 말하면 '중증 치매 환자도 아니고'라고 했다", "이 표현도 못 쓰면 어떤 말을 할 수 있느냐"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국민 감정과 동떨어진 대통령을 보며 가슴이 아프고 분노해서 나온 비유적 표현이었고, 이 시간 이후 그런 표현을 쓰지 않겠다"고 했다.

광화문광장 공사와 관련해서는 건축가 승효상 씨의 실명을 언급하며 "박원순 전 시장의 건축 멘토인데 이 분의 개인적 욕심이다", "한 건축가의 노욕" 등 노골적 공개 비난을 했다. 특히 "물론 틀릴 수도 있다"면서도 굳이 "승효상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학연이 있다. 그 영향력으로 서울시장 권한대행에게 영향력을 행사했을 것으로 추측한다"는 의혹 제기까지 하기도 했다.

내곡동 공방도 계속…오 "사실 왜곡" vs. 박영선 "얼굴 표정 보고 '측량 갔다' 확신"

오 후보 처가의 내곡동 땅 관련 의혹 공방도 계속 이어졌다. 오 후보의 관훈토론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약 1시간 40분가량 예정돼 있었는데, 오 후보의 모두발언이 끝난 직후 나온 첫 질문부터 내곡동 문제가 지적됐고 10시 45분까지 해당 이슈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질 정도였다.

오 후보는 기본적으로 "(이미) 정확하게 해명을 했다"며 "그 이후 (민주당에서) 나온 얘기는 다 사실 왜곡이거나 부풀리거나 비틀거나 본질을 흐린 일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부정확한 해명이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에 수긍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다만 오 후보는 "그런데 그게 거짓말은 아니지 않느냐"며 "상대방은 자꾸 '거짓말을 했다'고 하는데, (땅의) 존재를 의식하지 못한 것을 '존재조차 몰랐다'고 한 게 죄가 되느냐"고 억울함을 표현했다.

이 과정에서 상대 측에 추가 공격 빌미를 줄 만한 표현도 나왔다. 오 후보는 앞서 자신이 지난 29일 밤 MBC 100분 토론에 나와 박 후보와 공방을 펼치며 '기억 앞에 겸손해야 한다'고 했던 발언 취지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KBS라는 유력 언론이 계속 증인을 발굴해서 측량팀장도 저를 봤다, 밥까지 같이 먹었다, 이렇게 (보도)하는 것을 보고 처음에는 분노했지만 지금은 저도 '갔는데 기억을 못하는 것 아닌가'(싶을 지경이다)"라고 말한 것이다.

오 후보는 "처음에 큰 처남은 분명히 (측량 현장에) 갔다고 했다. 장인은 분명히 갔는데 누가 같이 갔는지는 기억을 못 하는데 내가(오 후보가) 안 간 것은 분명하다고 한다. 또 큰 처남은 작은 처남이 간 것은 기억을 못 하는데, 작은 처남은 잠깐 갔다 왔다고 기억하고 있다"면서 "16년 전 일이라 (다들 기억이 엇갈리는) 이런 모습을 보면서, 저도 안 갔고 기억에 없지만 '기억력은 믿을 게 못 되는구나'(싶었다)"라고 그 취지를 설명했지만, '내가 갔는데 기억을 못 하나'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선거전에 나선 후보로서는 실책성 발언이 될 확률이 높다.

민주당 측에서 오 후보 처가 땅 인근에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의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의 땅이 위치해 있었다며 "MB 패밀리와 황태자 땅이 붙어있는 곳"(박영선 후보, 전날 선관위 토론회에서)이라고 공격한 데 대해서는 "이 전 대통령, 이 전 의원 땅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저는 사실 잘 모른다"고 했다.

2009년 당시 서울시 고위관료가 국회 국정감사, 서울시의회 등에 출석해 '오 시장이 고층아파트는 배제하고 친환경 주택으로 만들자는 방향을 제시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서는 "내곡동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 서울시 전체에 해당되는 얘기"라며 "서울시 모든 아파트에 대해 성냥갑, 판상형 아파트를 하지 말자, '디자인 서울'을 하자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민주당은 연일 내곡동 관련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박영선 후보는 이날 교통방송(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오 후보에게) 측량 현장에 갔었느냐, 안 갔었느냐,. 제가 이 질문을 하지 않았나. 그때 얼굴 표정을 보면 '아, 이 분이 갔었구나' 하는 확신이 오는 그런 순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오 후보의 둘째 처남이 보상금 외에 택지 구매 기회를 부여받아 택지를 구입했다가 다시 매도한 일에 대해서도 박 후보는 "이중 계약 부분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고 수사를 해 봐야 아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오 후보 측 선대위 대변인인 조수진 의원은 박 후보가 '오 후보 얼굴 표정을 보니 측량 현장에 갔다는 확신이 든다'고 말한 것에 대해 "후삼국 시대 궁예의 관심법이 서울시장 선거전에 등판한 것"이라고 비꼬았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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