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투어하며 인증샷..10대 '신상놀이' 아시나요

김유리 2021. 3. 10.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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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꾼 10대 문화.."편의점 신상 비대면 SNS 인증"
편의점, 출시 전 인스타에 신상 공개..10대들 "신상·인기제품 입고시간도 파악"
유튜버 리뷰로 확대 재생산..업계, 중장기 충성고객 확보 경쟁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코로나19로 10대들의 놀이 문화에도 변화가 생겼다. 방과 후 친구들과 분식집 등을 찾아 대면한 상태에서 군것질거리를 사 먹으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 게 주된 재미였다면, 최근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편의점 신상품을 공유하고 이를 각자 사 먹어 본 후 인증샷을 올리는 방식의 놀이 문화가 일반화됐다. 편의점 업계에선 이같은 10대들의 특성을 파악해 이들을 주요 타깃으로 한 SNS 신상품 소개, 신상품에 힘을 실은 마케팅 등에 나서고 있다.

◆출시 하루 전 인스타로 신상 공개

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는 매주 목요일 일반 상품 신제품을 출시하는데, 이보다 하루 이틀 앞서 CU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MD의 바탕화면을 훔쳐보았다'라는 해당 주 신상품 소개 콘텐츠가 업로드된다. 10대들은 이를 발 빠르게 확인한 뒤 매주 목요일 집 근처 편의점으로 출동한다. 해당 매장에 발주가 이뤄지지 않았거나 이미 제품 판매가 끝난 경우엔 옆 동네 CU도 찾아다니면서 '편의점 투어'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렵게 구한 신상품을 맛본 후 자신의 SNS에 인증샷을 올리는 것도 특징이다. 10대들은 이를 통해 친구들보다도 빠르게 신상품을 맛봤다는 얼리어답터로서의 뿌듯함과 유명해지기 전에 먼저 평가할 수 있는 재미를 얻는다. 신상품을 구하는 팁을 서로 공유하는 것도 흥미 요소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친구들과 부대끼며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주요한 소통 방식 중 하나로 자리 잡은 것이다.

GS25와 세븐일레븐 등도 인스타그램을 통해 매주 '2거봤5?','신상 News' 등 주별 신상품 소개에 나서고 있다. GS25에선 이같은 10대들의 호응에 힘입어 지난달 '추억의분식' 시리즈로 출시한 모둠세트, 김밥세트, 떡볶이, 사라다 등이 한 달 만에 인기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떡볶이 등 분식류 메뉴 구성과 레트로 콘셉트의 패키지가 10대들의 눈길을 끌며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는 분석이다.

이같은 놀이문화에 재미를 더하는 것은 유튜브다. 유튜브 검색에 '편의점'만 입력해도 각 사의 신제품을 리뷰하는 채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일부 채널은 구독자가 60만명에 달한다. 10대들은 이같은 채널을 함께 구독하면서 자신들이 이미 맛본 제품에 대한 인플루언서의 평가를 보며 공감하기도 하고, 채널을 통해 소개받은 신상품을 새로 맛보기도 한다.

◆"미래 고객 10대 잡아라"

업계는 소비력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편의점 이용 빈도가 잦은 이들 10대들을 중장기 충성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CU는 금요일을 신상데이로 정해 화제가 된 인기 신상을 50% 할인해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한편 이들이 열광할 아이돌 굿즈 상품, 웹소설, 웹예능 콘텐츠 등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2017년부터 출시해 매년 '완판'하는 방단소년단의 이미지가 디자인된 교통카드, 지난해 인스타그램에 연재한 웹소설 친구사이(7942), 웹드라마 '단짠단짠 요정사' 등이 대표적이다. 올 초 참여형 콘텐츠 플랫폼 방구석연구소와 함께한 '2021 먹잘알 능력고사' 콘텐츠도 39만4000여명이 참여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GS25 역시 유튜브 예능 콘텐츠 등을 강화하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자사 채널 방문율을 늘리고 10대 때부터 '찐팬'을 늘려간다는 전략이다. 올 1월 GS25라는 채널명도 '이리오너라'로 변경, MZ세대의 친화적 채널을 만들어 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용명2 5다 주웠다', '우리집 앞엔 편의점이 있다', '못배운놈들' 등을 선보이고 있다. 세븐일레븐 역시 SNS를 통해 10대들이 평소 즐겨 먹는 상품을 다른 상품으로 재탄생시킨 '크로스오버' 상품을 적극 노출시켜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대표 상품으로 꽃게랑 스낵과 협업한 꽃게랑면, 참깨라면을 과자로 재탄생시킨 참깨라면타임 스낵 등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10대들이 '편의점 꿀조합 레시피'를 공유하며 편의점 제품을 섞어 새로운 음식을 탄생시키는 등의 문화는 기존에도 있었으나, 코로나19를 겪으면서 SNS를 활용한 신상품 비대면 인증 등 새로운 놀이 문화가 퍼지면서 편의점이 MZ세대의 온·오프 놀이터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며 "구매력이 약하지만 중장기적 관점에서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주요 고객이므로 업계의 '10대 마케팅'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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