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이 아닌 반려동물, 어떻게 달라질까?

김지숙 2021. 3. 9. 16:4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지난해 '경의선숲길 고양이 자두 살해사건'은 학대자에게 이례적으로 실형이 선고돼 관심을 모았다.

당시 피의자는 고양이를 바닥에 수차례 내던지는 등의 잔인한 학대행위로 죽여 동물보호법 위반 및 재물손괴 혐의가 인정돼 징역 6개월이 선고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애니멀피플]
법무부, 물건 취급받던 동물의 민법 지위 개선 추진
"학대자의 동물 소유제한 등 보호 여건 마련될듯"
법무부는 8일 ‘2021 법무부 주요업무계획’에서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현행 민법, 민사집행법 등을 개정해 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사진 동물자유연대제공

지난해 ‘경의선숲길 고양이 자두 살해사건’은 학대자에게 이례적으로 실형이 선고돼 관심을 모았다. 당시 피의자는 고양이를 바닥에 수차례 내던지는 등의 잔인한 학대행위로 죽여 동물보호법 위반 및 재물손괴 혐의가 인정돼 징역 6개월이 선고됐다.

동물이 학대로 사망했는데, 어째서 재물손괴죄가 적용된 것일까. 이유는 우리 민법에선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해 소유주의 재산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민법 98조는 ‘물건이라 함은 유체물 및 전기 기타 관리할 수 있는 자연력을 말한다’고 규정한다. 동물은 이 중 유체물(공간을 차지하는 물건)로 인정된다.

앞으로는 이러한 동물의 법적 지위가 ‘비물건화’할 전망이다. 법무부는 8일 ‘2021 법무부 주요업무계획’에서 동물의 법적 지위를 비물건화하고, 강제집행을 금지하는 민법·민사집행법 개정을 올 하반기까지 추진한다고 밝혔다. 1인 가구를 포함한 다양한 가족 형태의 공존을 위한 제도를 개선하면서, 이미 가족으로 자리 잡은 반려동물도 그에 맞는 법적 지위를 갖게 하겠다는 취지다.

동물의 법적 지위가 개선되면 동물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동물의 권리를 옹호하는 변호사들’(이하 동변)의 김도희 변호사, ‘동물자유연대’(이하 동자연) 채일택 정책팀장의 설명, 동물자유연대 동물학대 판례평석 등을 종합해 문답으로 구성했다.

-반려동물을 ‘비물건화’ 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

“우리 법 체계 안에서 동물의 지위를 다져나가는 첫 단계가 될 것 같다. 당장 동물학대 처벌이 강화될 거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현재까지 동물학대 사건이 발생하면 가장 문제가 됐던 시선이 바로 동물을 물건으로 규정하는 법과 제도, 시각이었다. 개정이 쉽지 않은 민법에서 법적 지위가 변경되면, 파생되는 특별법들도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채일택 팀장)

법무부의 이번 제도 개선은 1인 가구를 포함한 다양한 가족 형태의 공존을 위한 제도를 개선하면서, 이미 가족으로 자리 잡은 반려동물도 그에 맞는 법적 지위를 갖게 하겠다는 취지다. 클립아트코리아

동물보호법이나 형법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동물보호법이 이미 동물의 특별한 지위를 어느 정도 받아들여 만들어진 법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동물을 물건, 소유물로 보기 때문에 한계도 있었다. 이 부분을 개선하고 구체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현행 형사법에서는 동물학대 사건의 재물손괴죄의 적용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궁여지책으로 학대자를 재물손괴죄로 처벌하는 관례가 없어질 수 있다.
민사법에서는 법무부의 발표처럼 강제집행 때 반려동물은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압류의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반려동물에게 상속이나 신탁이 가능해지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김도희 변호사)

법적 지위가 상승한다고 보면 되는 건가?

“그렇다. 개정 취지가 동물을 이미 물건이 아닌 가족으로 본다는 것 아닌가. 독일처럼 동물이 제3의 지위를 부여받게 되면 소송의 주체가 될 수도 있다. 동변에서 계속 문을 두드린 것이 바로 동물이 소송의 당사자가 되는 것이었다. 2004년 천성산 터널 공사나 2019년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의 행정 소송에서 도롱뇽, 산양 등은 소송의 주체가 될 수 없었다. 법원이 동물의 당사자성을 인정하지 않아 소송이 각하됐기 때문이다. 동물이 비물건화 된다면 야생생물이나 학대 동물이 소송의 당사자가 되거나 후견인, 변호인을 선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김도희 변호사)

외국에서 동물의 법적 지위는 어떠한가?

“스위스와 독일, 에콰도르, 볼리비아는 헌법에 국민의 동물보호 의무를 명시하고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도 민법상 동물은 물건이 아니고, 프랑스의 경우 동물학대자를 처벌하는 법을 통해 동물이 감각을 지닌 생명체라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인간과 동등한 지위는 아니지만 일부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생명이 있는 특별한 존재라는 점을 명시하고 지위,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다.”(김도희 변호사)

지난해 ‘경의선숲길 고양이 자두 살해사건’은 학대자에게 이례적으로 실형이 선고됐다. 당시 피의자는 고양이를 바닥에 수차례 내던지는 등의 잔인한 학대행위로 살해해 동물보호법 및 재물손괴죄 혐의로 징역 6월이 선고됐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동물학대 처벌 강화 목소리가 크다. 이와 관련해서는 무엇이 개선될까?

“당장 형량이 늘어나거나 하진 않겠지만 피학대 동물에게는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기존에 피학대 동물의 소유권 박탈, 분리 조치가 어려웠던 이유가 바로 반려인의 소유권 때문이었다. 소유자가 동물을 학대했더라도 법적으로 물건에 불과한 동물의 소유권을 제한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동물이 제3의 지위를 얻게 되면 학대자로부터 격리, 보호조치를 하는 것이 현재보다 더 용이해질 것이다.”(채일택 팀장)

동물병원 의료사고나 동물 상해 부분도 달라지는 점이 있나?

“현재보다 손해배상 금액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기존에는 동물간 물림사고나 의료 사고에서 치료비, 분양비 외에 위자료는 인정이 소액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동물이 비물건화 된다고 하면 현재 굉장히 적은 금액으로 관례화되어 있는 손해배상금이나 위자료가 상향되거나 현실화 할 가능성이 높다.”(김도희 변호사)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