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직원 알았으면 안팔았다"..땅 치고 후회하는 매도자들

채혜선 2021. 3. 5.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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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60대 "급하게 돈 필요해 팔아
3명이 와 이상했는데 쪼개 샀다니"
27년 토박이 "뉴스 보고 기가 막혀"
"재산 강탈 LH 자폭" 동네 현수막
4일 오전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한 도로에 붙은 토지강제 수용 규탄 현수막. 연합뉴스

"처음 살 땐 여럿이 쪼개서 사는 줄 몰랐죠. 그런데 잔금 치를 때 보니 3명이 와서 '무슨 일이지?' 싶었는데…"
4일 오전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의 한 주택에서 만난 60대 A씨는 이제야 의문이 풀린다고 했다. A씨 남편은 지난해 6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에게 4042㎡ 면적의 밭을 팔았다. 부동산 등기부 등본 등에 따르면 A씨의 땅은 LH 직원 2명 등 모두 3명이 공동으로 사들였다.


LH 직원들에게 땅 판 사람들 만나 보니

국회 국토교통위 이헌승 국민의힘 간사와 국민의힘 의원들이 4일 오전 LH공사 직원 땅투기 의혹과 관련해 경기 시흥시 과림동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A씨에 따르면 공인중개사와 만나 거래를 논의할 때만 해도 1명이 왔다고 한다. 그러나 잔금을 치를 때 보니 3명이 왔길래 A씨는 의아했다고 한다. A씨는 매수자가 LH 직원인 줄 몰랐다며 뒤늦게 후회하기도 했다. A씨는 "당시 가정 문제가 있어 돈이 필요해 땅을 팔았다"며 "(사정이 있었어도) LH 직원들인 거 알았으면 땅을 안 팔았을 것이다. 뉴스 보고 얼마나 놀라고 아쉬웠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지난 2일 LH 직원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을 폭로한 후 놀란 가슴을 쓸어내린 건 70대 B씨 측도 마찬가지다. B씨 소유였던 시흥시 무지내동의 밭(5905㎡)은 2018년 LH 직원 2명과 그 가족 등 모두 4명이 공동으로 매입했다.

B씨의 한 인척은 "나이 드신 분이라 농사짓기 힘들어 땅을 판 거로 알고 있다. 뉴스 보고 나서야 LH 직원들이 땅을 샀다는 걸 B씨가 알았다고 한다"며 "우리끼리 '왜 그랬냐' '아깝다'고 아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상상도 못 했던 일"이라며 "어쩐지 그 동네에 도로가 생기고 했었는데 돌이켜보면 이러려고 그랬나 싶다. 몇 년만 참았으면 됐을 건데 (LH 직원이 사는 줄 알았다면) 절대 땅을 안 팔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아무리 돈 버는 사람 따로 있다지만, 자기들만 정보를 알고 땅을 샀다고 생각하면 이럴 수가 있나 싶다"며 한숨을 쉬었다.

시흥시 과림동 토지거래 언제 몰렸나


"허탈감" "분노" 뿔난 시흥 주민들

4일 오전 경남 진주시 충무공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에서 사람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만난 시흥 주민들은 격앙된 분위기였다. 과림동 도로 인근엔 "주민재산 강탈하는 LH는 자폭하라"며 LH를 비난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내걸렸다. 시흥에서 27년째 살고 있다는 50대 남성은 "뉴스를 보고 기가 막혔다"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지 않나. 여기 다들 어렵게 사는 사람들 모여 있는데 시흥 살면서 이렇게 허탈감 느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시흥 주민들은 오는 5일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대책을 논의하는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토지 수용에 대한 찬·반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라고 한다. '시흥·광명 신도시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LH 직원들이 직업윤리 없이 불법적으로 그런 일을 했다는데 주민으로서 상당히 분개하고 있다"며 "정부부터 모든 조사를 다 해야 한다. 질서가 무너졌다는 게 증명된 만큼 제대로 뿌리 뽑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흥=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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