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주식을 AI가 찍어준다, 투자기관들 줄줄이 도입

남민우 기자 2021. 3. 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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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시장의 '로보어드바이저'
그래픽= 김의균

체스도 바둑도, 인간계 최강자가 인공지능에 왕좌를 내준 지 오래다. 주식 투자도 마찬가지 운명일까. 주식시장 호황을 타고 새로 투자에 입문하는 사람들 사이에 AI(인공지능)가 투자 종목을 추천해 주는 ‘로보어드바이저’ 이용이 크게 늘었다. 국내 주요 로보어드바이저 회사의 운용 금액은 지난해 1조원을 돌파하면서 1년 새 수탁액이 4배 이상이 됐다. 최근엔 최고의 금융 엘리트만 모인다는 골드만삭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이 분야에 뛰어들었다. ‘휴먼’도 못 미더운데 ‘로봇’에 내 소중한 돈을 맡겨도 괜찮은 걸까.

◇젊은 층에 인기… AI마다 개성 뚜렷

로보어드바이저는 로봇(robot)과 투자자문 전문가(advisor)를 합성한 조어(造語)다. AI 알고리즘이 각종 경제 지표와 과거 주가 등의 상관관계 등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투자 전략을 짜고, 이를 고객의 성향에 맞춰 각종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채권, 예금 등으로 적절하게 배분(포트폴리오 구성)해 투자하도록 해준다. 프라이빗뱅커(PB)와 펀드 매니저 같은 인간 전문가가 하던 일을 소프트웨어가 대신해주는 것이다.

서비스마다 개성은 뚜렷한 편이다. 지난해 운용 자산을 약 6배 불린 로보 어드바이저 업계 1위 ‘파운트’는 5만개가 넘는 시나리오를 컴퓨터가 분석해 금융 자산의 비율을 찾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알파고가 바둑을 둘 때 여러 가능성을 놓고 최적의 해법을 찾는 것과 비슷하다. 여러 차례 수익률 검증을 거쳐 기관투자자의 러브콜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불릴레오’는 이와 달리 너무 많은 경우의 수를 분석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보고, 특정 테마 안에서 AI를 학습·훈련시킨다. ‘기술주’ ‘신재생에너지주’ 등 이른바 투자자의 관심이 높은 테마나 섹터에서 최적의 조합을 찾는 데 초점을 맞췄다. 미국 자산운용사 출신이 창업한 ‘에임’은 전 세계 약 2500개 상장지수펀드(ETF)를 알고리즘으로 분석한 후 ‘인간 금융 전문가’의 자문을 더해 최종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짠다.

지난해 주요 로보어드바이저 회사의 수익률은 10~20% 사이로 알려졌다. 지난해 S&P500 상승률(16%), 코스피 상승률(28%)에 조금 못 미친다. 어찌 보면 평범한 수익률이지만, 로보어드바이저로 갈아타거나 투자에 입문하려는 수요는 꾸준하다. 한 로보어드바이저 업체 대표는 “어디에 투자해야 할지 일일이 포트폴리오(투자 종목)에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편하다”면서 “각종 사모펀드 사기와 금융 상품 불완전판매 사건으로 (금융기관에 대한) 불신이 커진 영향도 있다”고 했다.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신뢰도는 첨단 기술에 호의적인 젊은 층일수록 높다. 자산운용사 뱅가드의 지난해 조사에서 ‘로보어드바이저에 안심하고 돈을 맡길 수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Z세대(1997~2002년생)와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가 각각 49%, 47%였다. X세대(1965~1980년생)의 경우 33%, 베이비부머(1956~1964년생)는 24%만이 로보어드바이저를 믿을 수 있다고 답한 것보다 1.5~2배가량 높다.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의 규모는 2023년 2조 5520억 달러로 추정되고 있다. / 자료=스태티스타

◇기존 금융회사도 속속 도입

로보어드바이저 전문 기업의 서비스가 인기를 얻자 기존 금융회사들도 유사한 서비스를 쏟아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달 초 개인용 자산 관리 앱 서비스인 ‘마커스 인베스트’를 출시했다. 골드만삭스는 1000만달러(약 112억원) 이상을 맡기는 고객만 상대한다고 할 만큼 문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마커스 인베스트먼트의 가입 기준은 1000달러(약 113만원)에 불과하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도 로보어드바이저 회사 퓨처어드바이저를 인수한 후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 운용을 시작했다.

국내에서는 신한은행 ‘엠폴리오’, KB국민은행 ‘케이봇쌤’, KEB하나은행 ‘하이로보’, 우리은행 ‘우리 로보-알파’, NH농협은행 ‘NH로보-프로’ 등이 유사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외국계 대형 금융회사들은 주로 파운트와 비슷한 방식의 로보 어드바이저를, 국내 금융회사와 은행들은 불릴레오와 유사한 방식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한발 더 나가 ‘급등주’를 찾는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가 로보어드바이저 운영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보험사 퍼시픽라이프는 지난해 ‘스웰인베스팅’이란 불리는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를 2년 만에 중단했다. 운용자산이 330만달러(약 37억원)에 불과했던 데다, 수익률 성적이 저조했기 때문이다. 버튼 맬키얼 프린스턴대 교수는 “인공지능이 낮은 수수료와 더불어 세금을 가장 덜 낼 수 있는 최적의 해법까지 찾아준다면 ‘스마트’한 펀드매니저보다 더 유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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