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을 장점으로..쿨내 진동하는 '유결점 마케팅'

전재욱 입력 2021. 3. 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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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FC 감자튀김 혹평 인정하고 신제품 출시.."매출 증가"
'우리는 2등' 대선주조, 대선소주 히트하며 어느새 부산 1등
'언젠가 1등하지 않겠어요' 오뚜기는 2등 마케팅 성공사례
해외서도 각광..악취나는 마마이트 "그래도 필요할 것"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약점이나 단점, 결점을 감추려고 하기보다 대놓고 드러내는 마케팅은 외려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계기가 된다. `유결점 마케팅`(Flawsome marketing)으로 일컫는 이런 접근 방식은 식품업계에서도 성공 사례를 써내려간 사례가 적지 않다.

(그래픽= 김정훈 기자)

KFC `감튀 맛없다` 인정하자 매출 `쑥`

2일 업계에 따르면 KFC가 지난해 11월 자사 감자튀김이 `맛없다`고 인정한 것은 파격이었다. 감자튀김 신제품 `케이준 후라이`를 출시하면서 낸 광고는 `여러분에게, 우리 감자튀김이 X라며, 그래서 준비했어. 와서 먹어봐. Oh~!를 외치게 될 거야.`라는 카피를 담았다.

그간 KFC 감자튀김은 애호가들 사이에서 타사 제품보다 선호도가 밀린다는 평이 많았다. 맛 때문이었다. KFC는 이 부분을 인정하고 기존 감자튀김 메뉴 `프렌치 후라이`를 아예 없애버렸다. 그리고 신제품을 출시하는 역발상 전략을 편 것이다. 사실 식품기업이 자기네 식품이 맛없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감자튀김 고객을 끌어오려다가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도 있었다.

소비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출시 기념으로 지난달까지 대용량으로 판매한 케이준 후라이 `3 XL`는 감자튀김 매니아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감튀 바뀌고 켑(KFC 준말)하러 갑니다`는 인증이 SNS에 넘쳤다. KFC 관계자는 “기존 감자튀김이 맛없다는 소비자 의견을 인정하고서 아예 신제품을 출시한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수치를 말하기는 곤란하지만 감자튀김 판매량이 부쩍 증가했다”고 말했다.

KFC ‘케이준 후라이’ 광고문구

2등 자처하다가 어느새 1등

부산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소주회사 대선주조도 사례로 꼽힌다. 회사가 2013년 `우리는 2등 입니다`라는 내용으로 낸 광고는 주목을 받았다. 당시 부산 지역 1위 소주는 무학이었다. 무학을 겨냥한 이 광고는 대선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담긴 것이라서 화제가 됐다.

광고는 `(우리는) 한때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만큼의 차이를 둔 1등이었습니다. 받는 사랑이 당연한 줄만 알았던 부족한 1등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1등이 아닙니다. 우리는 1등이 되기보다 가장 사랑받고 자랑스러운 부산 소주가 되고 싶습니다.`

광고를 낸 지 8년이 흐른 현재, 대선주조는 지난해 부산 지역에서 음용률(외식 기준·소매 판매 제외) 시장 1위이다. 2017년 출시한 대선소주가 히트하면서 성장을 이끌었다. 물론 대선주조의 1위 탈환이 전적으로 광고 덕은 아니다. 그러나 회사의 저자세 마케팅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였다는 게 주류업계 평가다.

대선주조가 2013년 낸 ‘우리는 2등’ 광고.

`2등 마케팅` 명가 오뚜기

오뚜기도 유결점 마케팅으로 여러 성공을 경험했다. 2006년 진라면 광고 카피는 `이렇게 맛있는데 언젠가는 1등 하지 않겠습니까?`로 소비자에게 다가갔다. 당시 광고는 진라면이 삼양라면을 제치고 라면업계 2위로 올라선 것을 계기로 만들었다. 광고는 장점만 부각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멀다. 2위 사업자라는 점을 분명히 하기 때문이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서 2등도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었다.

오뚜기 스낵면도 유사 사례다. 제품은 `밥 말아먹을 때 가장 맛있는 라면`이라는 문구로 소비자에게 소구한다. 쟁쟁한 라면 브랜드 틈바구니에서 경쟁하지 않고 밥으로 승부하는 전략이다. `솔직히 면과 국물은 별로`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드러내어 솔직하다는 반응이 뒤따랐다.

유결점 마케팅은 해외 식음료 업계에서도 단골로 등장한다. `한국판 고추장`이라는 영국의 마마이트는 악취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식품이다. 회사는 홈페이지에 `마마이트 마인드 컨트롤` 영상을 올려서 `혐오자에서 애호가가 되기`(HATER, BECOME A LOVER)를 유도한다. ‘싫어할 수도 있지만, 당신은 이것이 필요할 것`(Love It or Hate It, You’re Going to Need It)이라는 광고 카피도 마찬가지다. 제품의 약점을 피하지 않고 정면 돌파해 성공한 마케팅 사례로 손꼽힌다.

영국 식품회사 마마이트가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마마이트 마이드 컨트롤’ 포스터.

전재욱 (imf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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