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이향은의 트렌드터치] 굿즈 열풍, 꼬리가 몸통을 흔든다

입력 2021. 02. 08. 00:11 수정 2021. 02. 08.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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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소장욕 자극하는 굿즈
가치 투자와 동참 의식 깔려 있어
희귀템을 손에 넣는 쾌감도 작용
본품 구매 유도하는 마케팅 부상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

제품은 쓸모를 가지고 탄생한다. 그러나 요즘은 ‘예쁜 쓰레기’라는 오명이 오히려 인기상품으로 등극하는 세상이다. 진중한 것보다는 유희화에 길들여져 있는 MZ세대들의 소위 ‘덕심’을 자극하기 위해 많은 브랜드들이 작정하고 이색 굿즈를 만들어내고 있다.

과거 굿즈는 비물질적인 콘텐트 상품인 뮤지컬이나 콘서트, 스포츠경기 등의 산업에서 그 무대를, 그 경기와 스토리를 기억하고 기리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기념품 형태로 제작해 판매하던 상품이었다. 2000년대 들어 한류의 중심이 된 대한민국에 아이돌 광풍이 불면서 콘서트 야광봉과 아이돌 피규어와 같은 굿즈들이 팬덤을 묶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 시작했고, 아이돌산업에 힘입어 굿즈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아이돌 굿즈로 점화된 불은 브랜드 굿즈로 옮겨붙었다.

높아진 소비자들의 의식 수준과 까다로워진 취향 탓에 물건을 팔 때 단순히 합리적인 가격이나 잘 된 디자인만으로는 마음을 얻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난관을 헤쳐나가는 전략을 모색하던 중 딱히 쓸모가 없을지라도 손에 넣고 싶은 소장욕을 자극하는 굿즈가 본품의 구매를 유도하는 주요 마케팅 전략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새로운 고객을 유입하기 위해, 그것도 마켓의 블루칩인 MZ세대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브랜드들은 기가 막힌 굿즈를 기획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기성 마케팅에 의존해서는 MZ세대에 접근조차 하기 어렵고, 이들의 소비패턴과 성향은 갈수록 더 복잡다단해지고 있다. 기발한 굿즈로 그들의 흥미를 자극해 우선 친근하게 다가가고, 본품 소비로의 구매전환율을 높이는 것, 굿즈가 비교적 저비용으로 높은 효용가치를 누릴 수 있는 새로운 광고 수단으로 활약하고 있는 셈이다.

트렌드터치 2/8

굿즈로 소비자들에게 말을 걸기 위해서는 곱씹거나 음미할 필요 없이 즉각적으로 다가오는 재미를 추구해야 한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하고 접근성이 높은 식품 카테고리에서는 특히 재미 코드가 한창이다. 형상이나 컬러만 봐도 연상되는 브랜드의 시그니쳐 이미지를 활용하는 전통적인 방법에서부터 전혀 예상치 못한 이색 콜라보레이션이 주는 반전매력은 어이없음, 기발함, 기괴함, 극강의 귀여움과 같은 감정 포인트를 강조한다.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환경에 둘러싸여 살아온 MZ세대들은 아이러니하게도 투박하고 아날로그한 것들에 매력을 느낀다. 한 번도 접해본 적 없는 70~80년대 한국의 생활상을 재현한 소품들이 인기 있는 굿즈로 통용되는 이유다. 최근에는 실용성이 높고 품질 좋은 제품을 굿즈화하는 생활밀접형 굿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코로나로 갑갑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여행의 대안으로 찾는 캠핑과 관련한 아이디어 상품들, 보기만해도 톡톡 튀는 캠핑 굿즈들이 SNS를 뜨겁게 장식하는가 하면 이러한 생활밀접형 굿즈들은 리셀 마켓에서도 불티나게 거래되고 있다.

굿즈가 이렇게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굿즈열풍의 기저에는 ‘가치에 대한 투자’와 ‘동참의식’이 깔려 있다. 과거의 ‘캠페인’이 오늘날의 ‘챌린지’와 다른 점은, 캠페인이 불특정 다수에게 알리고 권유하는 계몽의 차원이었다면 챌린지는 특정 소수를 반드시 동참시키며 릴레이 방식으로 함께 해 나가는 하나의 놀이라는 점이다. 좋은 일도 재미있게 해야 직성이 풀리는 MZ세대들에게는 물건 하나를 사더라도 이야깃거리, 업로드거리가 될 수 있는 특이 굿즈를 득템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친근하게 다가가고, 함께 웃고, 인증샷을 남기고 공유하는, 굿즈는 소비자와 브랜드 사이에 즐거운 유대관계를 형성하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두 번째 이유로는 굿즈가 한정된 기간과 수량이라는 제한 조건이 걸린 희소한 아이템을 손에 넣었다는 쾌감, 즉 자기 효능감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지난여름, 300잔이 넘는 커피를 주문한 후 커피는 놔두고 굿즈로 주는 서머레디백만 챙겨간 사람이 있다는 뉴스에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처럼 갖고 싶다는 느낌, 굿즈는 뭐니뭐니해도 소장욕구와 성취감을 자극해야 한다. 때문에 한정판 전략은 굿즈와 환상의 궁합이다. 굿즈는 소소한 소장욕을 채워주고 자기효능감을 높여주며, 인증하는 과정을 통해 알 수 없이 헛헛한 우리네 마음을 달래준다. 풍요로움 속에서도 공허한 MZ세대들의 의미 부여 활동이 자아낸 굿즈열풍, 쉽게 잊힐 수 있는 경험과 가치를 기억하고 싶은 사람들은 그 기억에 대한 투자로 오늘도 굿즈를 구매한다.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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