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MZ세대 왜 콘텐츠도 '과몰입' 하는 걸까?

권보경 입력 2021. 02. 06.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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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에 깊게 파고들어 소비..해석과 소통으로 이어져
취향 비슷한 사람들과 적극적 소통..새로운 관계 맺기도
전문가 "세밀한 콘셉트와 세계관일수록 인기"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과몰입’이라는 키워드가 주목받고 있다. 과몰입은 깊이 파고들거나 빠지는 상태라는 뜻으로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아이돌 그룹 등 다양한 콘텐츠가 과몰입의 대상이다.

MZ세대는 콘텐츠를 단순히 수용하지 않는다. 콘텐츠에 푹 빠져 적극적으로 해석하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다른 팬들과 소통하며 2차 창작물을 만들기도 한다. 과몰입은 이러한 MZ세대의 문화 소비 특성이 반영돼 등장한 용어로 풀이된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과몰입’ 토론 글이 인기를 끌고 있다.

글의 주제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 만화 원피스 등의 콘텐츠 등으로 다양하다. 누리꾼들은 이곳에서 특정 콘텐츠에 푹 빠져 열띤 토론을 벌인다. 과몰입 토론 글은 처음 게시된 지 2주 만에 35개를 넘어섰다. 댓글도 적게는 200개, 많게는 1000개가 넘게 달린다.

커뮤니티 이용자 황 모씨(21?여)는 드라마 스카이캐슬 과몰입 토론에 참여했다. 여러 개의 댓글을 작성할뿐만 아니라 다른 이용자들이 다는 댓글도 꼼꼼히 읽었다.

황씨는 “(드라마가) 종영한 지 2년이나 지났지만 과몰입 토론에 참여하니 방영 당시로 돌아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응원하던 등장인물을 비난하는 댓글엔 마음의 상처를 받기도 했다.

그는 “과몰입 토론은 정말 재미있었다”며 “다른 사람들의 작품 해석을 들으며 드라마를 다각적으로 분석할 수 있어 좋았고 같은 인물에 대해서도 사람들의 평가가 갈려 흥미로웠다”고 설명했다.

세계관뚜렷한 콘텐츠가 대상...SNS서 관계 맺기도

(사진=트위터)

MZ세대는 주로 ‘세계관’이 뚜렷한 콘텐츠에 과몰입한다. ‘세계관’은 작품의 시간적·공간적 배경을 뜻한다. 드라마?영화?애니메이션은 특정 세계관을 바탕으로 내용이 전개되기 때문에 과몰입의 주 대상이다. 황 씨는 “탄탄하고 매력적인 세계관이 구축된 작품일수록 충성도 높은 ‘과몰입’ 팬층을 확보한다”고 했다.

특히 책과 영화로 제작된 작품 해리포터의 세계관은 MZ세대를 사로잡았다. 해리포터는 호그와트라는 마법학교를 배경으로 내용이 전개된다. 마법학교에 입학하면 성격 유형에 따라 '슬리데린'?'그리핀도르'?‘후플푸프’?‘래번클로’로 불리는 네 가지 기숙사 중 한 곳에 배정된다는 설정이다.

MZ세대는 이러한 세계관에 자신을 대입한다. 자신이 어떤 기숙사를 배정 받을지를 테스트하는 ‘해리포터 기숙사 테스트’가 유행했다. 해리포터 세계관을 해석한 글과 팬아트 등의 2차 창작물도 활발히 제작된다. 기숙사 유형에 따른 상황별 대처 방법을 상상하는 글 등은 꾸준히 인기다.

해리포터 세계관을 좋아하는 김모(27?여)씨는 “책 해리포터에 대한 스스로의 생각을 정리하고 탐구하기 위해 SNS 계정을 개설했다”고 밝혔다.

김 씨는 혼자 얘기하기 위해 계정을 개설했지만, 글을 올리며 자연스레 같은 해리포터 팬들과 소통하게 됐다. 마음이 잘 맞는 팬들과는 독서 모임을 하고 있다. 그는 “나이나 직업을 떠나 ‘해리포터를 좋아한다’는 한 가지 공통점만으로 접점이 없는 사람들과 대화하며 관점의 폭을 넓혔다”고 말했다.

다른 SNS 이용자 백 모씨(22?여)도 “해리포터 세계관은 기숙사 유형과 같은 설정은 마법사가 아닌 우리 같은 평범한 이들에게도 적용될 수 있어 매력적”이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백 씨는 “제 2차 창작물을 보고 다른 사람들이 ‘이런 점이 좋았다’고 코멘트하면 뿌듯하다”며 “현실에서라면 만나기 어려운 이들과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또 “친해지면서 해리포터가 아닌 다른 책이나 영화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며 “‘해리포터’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기에 다른 작품에 대한 취향도 겹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과몰입의 가장 큰 특징은 적극적인 해석

이들은 작품을 해석하며 큰 즐거움을 얻는다고 입을 모았다.

김 씨는 “한 작품의 팬이라고 말하려면 응당 깊이 있는 해석을 동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작품을 여러 번 다시 읽고, 해석하고, 재창작하면서 최대한으로 즐긴다”고 했다.

백 씨 또한 “작품 속 세계관, 인물, 스토리에 대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며 즐거움을 느낀다”며 “작품에 숨겨진 작가의 메시지들을 끄집어 내며 작품의 새로운 가치를 찾는다”고 말했다.

MZ세대가 주로 소비하는 아이돌 문화도 ’과몰입‘의 대상이다.

한 아이돌 팬 이 모씨는 “팬들은 무대 밑의 일상적인 아이돌의 모습도 알고 싶어 한다”며 “(좋아하는 멤버가) 특정 멤버와 있을 때만 나오는 특이한 모습 등을 발견하면 아이돌 가수와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좋아하는 멤버가 힘들어할 때 직접적으로 위로하거나 뒤에서 조용히 응원하는 등 멤버들마다 대처방법이 다르더라”며 “이런 모습을 보며 다른 멤버들에게도 호감이 생겼고 그룹 자체를 응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이돌 뮤직비디오에 ’과몰입‘한 영상들도 유튜브에서 인기다. 채널 운영자들은 뮤직비디오를 초 단위로 뜯어보며 세세한 부분까지 파헤친다. 아이돌 멤버들이 뮤직비디오 속에서 즐기는 보드게임 같은 소품이나 특정 장면을 해석해 자본주의 사회와 환경오염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끌어내는 식이다.

유튜브 채널 '다다랜드'를 운영하는 김다희(31?여)씨는 "뮤직비디오를 0.5~1초 단위로 잘라 여러 번 반복해서 본다"며 "무심코 넘어갈 수 있는 디테일과 상징적 의미를 발견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김 씨는 "영문학을 전공하며 다수의 문학 작품을 분석했다"며 "등장인물의 표정, 주위 환경, 상징 등을 해석하며 익힌 '모티브'가 뮤직비디오에도 다수 등장해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찾아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유튜브 채널 'NCT-NIRVANA' 운영자 박 모씨는 아이돌 그룹 NCT의 뮤직비디오를 해석한다. 박 씨는 뮤직비디오를 해석할 때 '한 명의 탐정'이 된다고 한다. 그는 "최대한 제 사심을 제외하고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며 "성경?신화?과학 분야의 지식을 활용해 뮤직비디오를 해석하면 내용이 매끄럽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돌은 대중문화를 넘어 '일상의 영역'이 됐다"며 "음악과 뮤직비디오를 단순히 받아들이는데 싫증을 느껴 다양한 2차 창작물이 등장하는 것"이라고 했다.

커뮤니티, SNS서 판 벌여 콘텐츠 소비...MZ세대의 특성

이재흔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을 MZ세대의 ‘컨셉친(concept+친(親)’적 특성이라고 분석했다. 컨셉친은 MZ세대가 취향에 맞는 콘셉트와 세계관에 과몰입하며 서로 교류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이 연구원은 “2020년 MZ세대 트렌드 키워드는 콘텐츠를 직접 참여하며 즐길 수 있는 ‘판’을 열고 논다는 의미의 ‘판플레이’였다. 이런 놀이문화가 진화하며 세계관까지 확장한 것"이라며 "MZ세대는 뚜렷한 세계관과 디테일한 콘셉트나 설정을 가지고 있어 몰입이 쉽고, 해당 콘텐츠로 다른 사람과 교류하기 쉬운 콘텐츠에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스냅타임 권보경 기자

권보경 (bonnie97@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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