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업이 끌고 MZ세대·팬덤이 밀고..코로나가 뒤바꾼 기부 지형도

이소현 입력 2021. 02. 02. 17:35 수정 2021. 02. 02.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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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일상화..기부 형식·방법도 다양화 추세로
코로나 위기 속 작년 대형재난모금 사상 역대 최대
기업 매출 줄어도 기부금 늘어..'지속가능경영' 중요
'MZ세대' 기부 증가율 최대..'팬덤 기부' 대중화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기부 문화에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매출 감소에도 기업들이 앞다퉈 기부에 앞장서는가 하면, 개인주의 성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MZ세대(20~30대)’들이 적극 기부에 동참하고 있는 것.

기업들의 코로나19 특별 기부 현황(자료=2021 기부트렌드 컨퍼런스)
사랑의 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는 2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2021 기부 트렌드 컨퍼런스’에서 코로나19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ESG)과 MZ세대, 팬덤, 비대면 기부가 두각을 드러냈다고 밝혔다.

위기 상황에서도 상생의 힘이 발휘되면서 기부금은 대형 재난모금 사상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사회·경제적으로 위축돼 기부나 모금도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은 빗나가고 도움의 손길이 이어진 것이다.

실제 코로나19와 관련한 재해구호협회와 대한적십자사,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총 기부액은 2822억원(작년 8월 기준)을 달성했다. 세월호 참사(1273억원), 강원도 산불(560억원), 포항 지진(384억원), 태안 기름유출(343억원) 등 다른 재난모금과 비교해 코로나19 기부액은 최대 8배를 웃돌았다. 또 지난해 사랑의 열매의 연간 모금액(8462억원)은 역대 최고 금액을 경신했다.

노연희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진 등 다른 재난과 달리 코로나19는 모두가 겪는 어려움으로 인식해 암묵적으로 갖고 있던 사회적 연대와 같이 살아야 한다는 상생의 힘이 발휘된 덕분”이라고 강조했다.

기업 매출 줄어도 기부금은 오히려 늘어…ESG 이슈

역대 최대 기부액 달성은 기업이 사회공헌 예산을 코로나19 긴급 기부로 신속하게 전환하며 이끈 덕분이다. 실제 삼성은 300억원, SK는 54억원, 현대차와 LG는 50억원을 특별 기부했다. 코로나19 특별 모금을 중심으로 국내 대기업 22개의 사회공헌 현황을 조사한 결과 17개 기업은 평균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코로나19 직격탄을 입은 영화·여행·항공·호텔·리조트 기업의 사회공헌 지출은 감소했다.

유승권 이노소셜랩 이사는 “매출은 줄었으나 대부분 기업의 기부금은 오히려 늘었다”며 “국내 주요 기업들은 사회공헌 부서나 기업재단만이 아니라 최고경영자를 필두로 전사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사회공헌 활동이 미비했던 중소기업도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두각을 드러낸 점도 특징이다. 향토기업 한라산소주는 손 소독제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방역용 알코올을 기부했다. 노 교수는 “어서 빨리 코로나가 물러가야 먹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해 중견·중소기업의 참여가 활발해진 면이 있다”며 “피부로 느낀 재난재해를 회사의 문제로 인식한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도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이 중대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유명훈 코리아CSR 대표는 “코로나19를 함께 극복하는데 주체적으로 참여한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숫자로 확인되는 MZ세대의 기부 증가 현황(자료=2021 기부트렌드 컨퍼런스)
기부 주도하는 ‘MZ세대’…‘팬덤 기부’ 전 연령층 확대

또 코로나19 기부를 이끈 주된 동력으로 ‘MZ세대’가 떠올랐다. 밀레니얼 세대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 기부에 소극적일 것으로 여겨졌지만, 이들이 기부에 적극 참여했다는 사실이 처음 수치로 확인된 것이다.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준 코로나19 특별모금에 참여한 기부자 가운데 MZ세대 비율은 38.2%에 달한다. 특히 20대 기부자 비율은 2014년 세월호 특별모금에서 1.8%에 불과했지만, 2020년 코로나19 특별모금에서는 12.1%로 7배 가까이 뛰었다. 작년 2월 경희대 학생 3명이 대학생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기부캠페인은 17개교 학생들이 참여해 한 달 만에 2억 7000만원을 모아 기부하기도 했다.

노 교수는 “코로나 대유행 시기 기부 행동을 분석해 보니 코로나 때 기부액을 전년보다 늘린 비율은 20대가 23.8%로 가장 높고, 30대(19.9%), 40대(11.9%), 50대(11.8%) 순이었다”며 “MZ세대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기부에 적극적인 참여자로 세상을 바꾸는 선한 영향력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아이돌 중심 젊은이의 문화로 여겨졌던 ‘팬덤 기부’는 작년을 기점으로 전 세대로 확산하는 경향을 보였다. 트로트 열풍을 타고 임영웅, 송가인 등 좋아하는 가수 이름으로 참여하는 중장년층의 기부 챌린지도 잇따랐다. 팬덤 연령대는 10대부터 60대까지 다양한데 그 주축은 40대 중반으로 경제력을 갖춘 팬들이 주류라 ‘기부계 큰손’으로 등장했다.

한편 온라인 모금활동은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더욱 커졌다. 대면 접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오프라인 모금활동이 위축된 탓이다. 카카오, 네이버 등 기부플랫폼이 활성화되면서 전자상거래를 활용한 기부 이벤트도 늘었다. 거리 모금을 진행할 때는 QR코드와 NFC(근거리무선통신) 등 비대면 기술도 적극적으로 활용됐다.

이민영 고려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 변화는 시민의 기부와 모금 활동 양상도 변화시키고 있다”며 “행동은 언택트(비대면)이지만, 교감은 온택트(컨택트) 기능을 유지하면서 시민이 요구하는 기부에 대한 투명성 문제에 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소현 (atoz@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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