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 멈추자 '팽' 당했다, 버림받은 코끼리들의 슬픈 귀향길

이민정 2021. 1. 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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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인도와 태국의 코끼리들이 생존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영국 가디언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와 태국에서 ‘코끼리 관광’은 대표적인 관광상품으로 꼽힌다. 코끼리를 훈련해 쇼를 하거나 관광객을 등에 태워 투어를 하는 상품이 특히 유명하다.

지난 9월 인도 고하티 외곽의 한 동물 보호구역에서 코끼리 2마리가 오랜 굶주림으로 먹이를 찾아나섰다가 감전사했다. 현지인들은 꽃잎을 뿌려 코끼리의 죽음을 애도했다. [AP=연합뉴스]


그러나 지난해 3월 코로나19 사태에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면서 이 코끼리 관광도 직격탄을 맞았다.

당장 수입이 끊긴 업체들은 코끼리들을 먹일 사룟값을 마련하는 것도 어려운 처지가 됐다. 코끼리는 하루 최대 200㎏ 먹이를 먹는 대식가다. 한 마리당 식비만 5000루피(약 7만 원)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굶주림에 쓰러지는 코끼리도 생겨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한 관광 시설에서 코끼리 4마리가 훈련을 받다가 영양실조로 목숨을 잃었다. 이 코끼리들은 몇 달 동안 제대로 물과 음식을 먹지 못하고 아메르(Amer) 요새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훈련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2019년 12월 태국 방콕의 관광지에서 산타 복장을 한 코끼리가 관광객들 앞에서 공연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영양실조뿐만이 아니다. 이동 제한 등 갑작스러운 환경 변화에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리는 코끼리들도 있다. 하루 최소 50㎞를 움직이던 코끼리들은 봉쇄령에 꼼짝없이 갇혀 지내는 상황이다.

관광 시설의 코끼리들은 사람들과의 교류가 줄어들면서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예민해진 나머지 사람을 공격하는 일도 잦아졌다.

동물 보호소도 재정난에 허덕이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소셜 미디어(SNS)를 통해 어려운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사육하기 힘들어”…코끼리 버리고 도망가기도
관광 산업에 투입된 코끼리가 2000마리에 이르는 태국의 상황도 심각하다. 사룟값을 구하지 못해 동물 보호소에 코끼리를 버리고 도망가는 업체들도 있다.

지난해 10월 인도 암리차르에서 코끼리가 다른 코끼리에게 줄 먹이를 옮기고 있다. [EPA=연합뉴스]


치앙마이주에 위치한 한 코끼리 공원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버려진 코끼리 여러 마리를 돌보고 있다. 형편이 어려워진 관광업체들은 코끼리를 잠시 맡아달라고 부탁한 뒤 연락을 끊어버린다고 한다. 공원 관리인은 “개나 고양이를 버리고 가는 일은 많았지만, 코끼리를 버리고 가는 일은 처음 겪는다”며 탄식했다.


먹이 찾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코끼리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동물을 착취하는 형태의 관광산업이 주춤해진 것은 다행이지만 코끼리들이 굶어 죽거나 버려지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150㎞를 걸어 고향으로 돌아가는 코끼리들. [AP=연합뉴스]

태국의 ‘코끼리 구조재단’은 지난해 5월부터 치앙마이주 관광 시설에 갇혀있던 코끼리를 고향으로 돌려보내는 운동을 하고 있다. 코끼리를 트럭에 태워 보낼 형편이 안돼 150㎞의 비포장 길을 코끼리 수십 마리와 함께 나흘간 걷기도 했다. 이렇게 8개월 동안 고향 마을로 돌려보낸 코끼리가 1000마리에 이른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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