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35만원 호캉스하면 25만원 소고기 받는다..공유 오피스 된 호텔도

유승목 기자 입력 2020. 12. 2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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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인터컨, 35만원 객실에 25만원 상당 와규 세트 제공..호텔 포코 성수는 객실을 공유오피스로 꾸며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는 신정(1월1일)부터 구정연휴인 2월14일까지 투숙객에게 4인용 와규 소고기세트를 제공하는 뉴 이어 해피 패밀리 타임(New Year Happy Family Time)를 내놨다. /사진=파르나스 호텔

코로나19(COVID-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연말연시 특별방역 강화조치'로 날벼락을 맞은 서울 시내 특급호텔들이 생존을 위해 분투 중이다. 크리스마스에서 새해로 이어지는 연말 대목 시즌에 객실 절반의 운영이 막히고 레스토랑·뷔페 운영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상황에서 독특한 마케팅으로 호캉스(호텔+바캉스)족 공략에 나섰다. 코로나 장기화로 내년 업황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다는 위기감에서다.

현재 도심 특급호텔들은 5인 이상 집합금지와 객실 예약 50% 제한 조치로 업황이 곤두박질친 상황이다. 예기치 않은 코로나 악재로 관광·비즈니스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수요가 뚝 끊기며 한 해 농사를 망쳤는데, 연말 특수마저 날리게 됐기 때문이다. 각 호텔마다 럭셔리 크리스마스 장식을 선보이는 등 고객 맞이에 나섰다가 오히려 오지 말아달라며 일부 고객에 대해 예약을 취소하는 촌극까지 빚어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특급호텔들은 오히려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며 반전을 꾀하고 있다. 예약률이 50%를 밑도는 날들이 있을 뿐더러, 방역대책이 해제되는 1월 초부터 신규 수요를 선점하기 위해서다. GS리테일 호텔부문 파르나스호텔이 운영하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이하 그랜드 인터컨)는 신정(1월1일)부터 구정연휴인 2월14일까지 투숙객에게 4인용 와규 소고기세트를 제공하는 독특한 패키지를 선보였다.

서울시 등 수도권 '5인 이상 집합금지' 행정명령이 시행된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노가리 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설, 추석 연휴에 호텔 그랜드 델리에서 판매하던 소고기 헴퍼 세트를 그대로 재구성해 패키지 혜택에 추가한 것이다. 호텔 셰프가 직접 손질한 와규 꽃등심과 채끝 등심을 1인분씩 나눠 담았는데, 시가로 25만원 상당이다. 호텔 디럭스룸 투숙 패키지가 35만원 안팎이란 점에서 사실상 썩 괜찮은 비즈니스급 호텔에 묵는 돈으로 5성급 럭셔리 호텔에 투숙할 수 있는 셈이다.

패션 등과 마찬가지로 특급호텔도 위기 때 초고가 명품 마케팅이 잘 먹힌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인 상품이다. 그랜드 인터컨은 호텔 업황은 물론 여행심리 자체가 가라앉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마련한 전략이란 설명이다. 파르나스 호텔은 지난 여름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호텔 패키지 상품가격을 대폭 낮춰 홈쇼핑에서 판매해 '대박'을 쳤는데,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진행된 파격 마케팅인 것이다.

다만 앞선 홈쇼핑 저가 전략과 달리 그랜드 인터컨이 이달 갓 개관한 럭셔리 호텔인 것을 고려해 고가 정책을 유지하며 혜택을 얹었단 점에서 차이가 있다. 수영장 등 부대시설 이용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고가의 소고기로 차별화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홈파티 수요가 늘어난 것도 공략했다. 호텔 관계자는 "호텔 특성 상 가격으로 승부를 보는 것보다 호텔을 즐긴 고객들이 집에서까지 만족감을 느껴 호텔을 자주 찾을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글래드호텔앤드리조트는 미국 유명 에그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eggslut)과 협업한 패키지를 선보였다. /사진=글래드호텔앤드리조트

신세계조선호텔의 서울 웨스틴조선호텔도 겨울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부모를 공략한 키캉스(키즈+호캉스) 패키지를 내놨다. 글래드호텔앤리조트가 운영하는 글래드 라이브 강남과 글래드 강남 코엑스센터는 2030세대에게 인기를 끄는 미국 유명 에그 샌드위치 브랜드 에그슬럿(eggslut)을 조식으로 즐길 수 있는 '글래드x에그슬럿 패키지'를 앞세워 연초 MZ(밀레니얼+제트)세대 호캉스족을 유도하고 있다.

호텔 객실의 개념을 휴식과 투숙에서 사무실로 확장하는 시도도 보인다. 코오롱 계열의 호텔과 리조트들이 코로나19 재택근무 트렌드에 맞춰 호텔에 업무공간을 마련했다. 호텔 포코 성수는 최대 4명까지 이용 가능한 공유 오피스 '오피스 포코'를 오픈했다. 미니 냉장고와 빌트인 에어컨, 무선 인터넷 등을 제공하는데, 복합기와 커피머신, 티 테이블이 구비된 커뮤니티 룸도 이용할 수 있다.

코로나 사태와 각종 방역 조치로 빈 호텔 객실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것이다. 호텔 포코 성수는 이 같은 공유 오피스 이용료를 월 250만원으로 책정했는데, 내년 1월31일까지 3개월 계약 시 월 임대료를 150만원에 제공하고 호텔 내 회의 공간 사용 혜택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고강도 거리두기로 호텔 내 부대시설 이용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방역 대책까지 더해지며 객실과 식음시설 운영마저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내년 상반기에도 내국인 호캉스 고객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방역에 발을 맞추는 선에서 차별화된 마케팅을 선보이는 호텔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유승목 기자 m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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