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일반

코로나 이후 39%↑.. '수학'에 푹 빠진 사람들, 왜?

이정희 입력 2020. 12. 29. 09:18 수정 2020. 12. 29.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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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리뷰] tvN < Shift > '트렌드 로드 2부'

[이정희 기자]

 tvN < Shift > '트렌드 로드 2부'
ⓒ tvN
 
2020년이 저문다. 2020년을 되돌아보는 '트렌드 로드' 2회가 28일 밤 방송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한 삶이 이어져왔던 지난 1년 동안 과연 트렌드도 언택트하게 바뀌었을까? 만나지 못해 서로 소원해진 사람들은 무엇으로 그 틈을 메우며 살아왔을까? 1회에도 참여했던 트렌드 전문가 김난도 교수는 'MZ세대' 대표 셀럽 에릭남과 함께 2020년의 트렌드를 살펴봤다. 

코로나19, 공간에 대한 열망을 키우다

코로나 시대, 이제 집은 그저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휴식을 취하던 공간이 아니다. 수업을 듣고, 재택 근무를 하는 등 기능이 '다층적'으로 증가했다. 코로나로 인해 이른바 '레이러드한 룸'이라는 공간의 새로운 기능이 주목받고 있다. 

집을 떠나 직장에서 하루를 보내고,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고 공연장에 들르던 사람들의 활동 반경이 줄었다. 일주일 동안 누리던 공간이 1/5 정도 줄어든 셈인데, 이를 사람들은 마치 자기 자신이 1/5 줄어든 것처럼 느끼게 된다고 건축가 유현준 교수는 진단한다. 이렇게 공간의 축소는 '코로나 블루'와 같은 현상을 낳으며 사람들이 공간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으며 살아왔는가를 역설적으로 증명했다.

바깥 세상이 위험해진 만큼 내 공간에 대한 열망은 외려 커져갔다. 미국에서는 인공지능 시스템을 바탕으로 천장에서 필요한 가구를 올리고 내리는 방식의 적극적인 공간 '창조'가 등장했다. 하지만 비싼 집은 언감생심, 꿩 대신 닭이라고 차 소비가 늘었다. 

코로나로 인해 대다수가 단절을 겪고 있지만, 사람과 사람이 관계를 맺고자 하는 열망은 잦아들지 않았다. 그러한 사람들의 본능적인 속성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남의 집 프로젝트'이다. 

온라인을 통해 취향을 공유한 사람들이 집들이처럼 남의 집을 방문하는 모임이다. 코로나로 인해 여행이 불가능해진 시대, 한 달에 한두 번 '남의 집'으로 잠시 여행을 떠난다. 이 잠시 동안의 방문이 뭐라고 그 전날 잠을 못자고 설레기도 한단다. 가드닝을 한 정원에서 '소풍'과 같은 시간을 보내고 그림책을 매개로 낯선 이와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언택트가 트렌드가 돼가는 세상에서 이런 작은 취향을 바탕으로 한 내밀한 교류는 관계에 대한 인간의 여전한 갈망을 증명한다. 

나를 증명하는 시간 
 
 tvN < Shift > '트렌드 로드 2부'
ⓒ tvN
 
사회적 접촉이 한층 줄어든 요즘, 사람들은 어떻게 시간을 보낼까? 이에 대해 김난도 교수는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타자의 시선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증명받아왔는데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존재론적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고 말한다. 나를 증명해줄 타자가 없는 상황, MBTI처럼 자기 정체성을 증명해주는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로도 제작된 <계룡 선녀전>의 웹툰 작가 장혜원씨는 색다른 공부를 시작했다. 바로 '수학'이다. 장씨와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은 이 수학 공부의 포인트가 바로 시험을 안 보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풀었다는 희열보다는 수치를 통해 참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매력이라고 한다. 

이들만이 아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 수학 관련 서적이 39.8%나 증가했다. 지난 5년 사이 처음있는 일이다. 이렇게 수학에 대한 수요는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알 수 없는 세상이지만 수학에는 정답이 있고 또 노력을 한다면 누구나 답을 얻어 쾌감을 느낄 수 있다는 데서 답을 찾을 수 있다. 

또한 그에 더해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을 증명해낼 수 없는 사람들이 수학처럼 몰두할 수 있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성장'을 견인해내고자 한다고 김난도 교수는 정의한다.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무기이자, 도구로서 수학이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어제보다 나은 '나'를 만들어 가는 방식으로 '산'을 택한 사람도 있다. 미대에 들어간 김강은씨는 졸업 무렵 그림으로 먹고사는 게 쉽지 않다는 사실에 봉착했다. 코로나로 인해 활동마저 제한됐다. 여행을 갈 수도 없고, 여력도 없던 시절, 무작정 동네 앞산을 올랐다. 숨이 차올랐지만 산봉우리에 오르니 생생하게 자신이 살아있다는 느낌을 확인받았다. 그때부터 김씨는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이 오른 산을 그렸다. 산을 통해 느낀 삶의 즐거움을 그림을 통해 표현했고, 그런 그녀의 그림은 SNS에서 인기를 끌었다. 

김씨만이 아니다. 코로나 시대가 도래한 후 등산 인구가 늘었다. 그 중 20대는 87%나 증가했다. '등린이', '산린이'와 같은 신조어가 탄생했고, 산과 관련된 해시태그가 280만 개에 이를 정도로 MZ 세대에게 뜨거운 관심을 얻었다. 

산을 오르고 수학을 공부하며 자신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젊은이. 하지만 그들이 견뎌야 하는 시절은 혹독하다. 2008년 금융 위기에 이은 코로나 팬데믹은 젊은이들에게 기회를 앗아갔다. 해고와 직업난, 직업 훈련의 기회라는 삼중고가 젊은 세대에게 얹혀졌다. 부모보다 못한 첫 번째 세대라는 불명예스런 타이틀을 얻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tvN < Shift > '트렌드 로드 2부'
ⓒ tvN
 
한때는 잘 나갔던 LA의 UX-UI 디자이너(앱과 웹을 구성하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 크리스 준은 6개월째 실직 중이다. 미국에서는 지난 4월 실업률이 폭등해 2차 대전 이후 가장 많은 실직자 수를 기록했다. 그 중 밀레니얼 세대가 500만 명에 달한다.

유럽에서 실업률이 가장 높은 프랑스에서는 전체 청년 중 1/4이 구직중이다. 일자리를 얻는다 해도 대부분 시간제나 임시직인 경우가 많다. 비단 한 국가만의 상황이 아니다. 코로나로 인해 세계 어디서나 MZ세대는 기회마저 얻기가 쉽지 않다.

인류 전체가 같은 시련을 겪고 있다. 이제 해가 바뀌면 2021년이 온다. 그 때가 오면 우리는 삶의 길을 찾을 수 있을까? 그 어느 때보다도 새해의 '희망'을 엿보기 쉽지 않은 때지만, 그래도 이 길고 긴 터널의 끝이 빨리 도래하길 기원해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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