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10년째 공사"..짓다 만 '유령건물' 전국에 322곳

홍지용 기자 2020. 12. 2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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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뼈대만 세워진 건물들, 건물 외벽에 달린 건축 자재들이 떨어질까 위험해 보입니다. 모두, 10년째 공사 중인 건물들입니다. 이렇게 짓다 만 건물이 전국에 3백 곳 넘게 있습니다. 시신이 발견되거나, 위험하단 민원으로 주민들끼리 다투기도 합니다.

현장의 모습, 밀착카메라 홍지용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천안 도심의 한 주택가입니다.

거리 끝에 건물 여섯 동이 보입니다.

22층짜리 아파트입니다.

천장이 뚫려있고, 짓다 만 건물 주변에 녹슨 철근들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사무실 앞입니다.
덩굴이 우거졌는데요.

문은 굳게 잠겨 있고, 안은 쓰레기들로 엉망진창이 됐습니다.

창문엔 천안 최초의 태양광 아파트를 시작한다는 홍보 문구가 쓰여 있는데요.

바닥에 있는 신문을 보시면 날짜가 2010년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습니다.

시행사의 자금 문제로, 10년 이상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짓다 만 건물에선 네 번이나 시신이 발견됐습니다.

근처 주민들은 노숙인이나 불량 학생들이 이 아파트를 자주 찾아왔다고 말합니다.

[정영두/주민 : 저 뒤로는 담장이 있어. 그렇게 거의 많이 들어왔어, 애들이. 애들도 중·고등학생들 이런 애들. 나보고 '할아버지, 여기 들어가서 잠 좀 잔다'고 그래. 여름에.]

사람들이 다녀간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습니다.

유리창이 깨져 있고, 바닥엔 술병이 보입니다.

주차된 차량의 앞유리가 깨졌고, 번호판이 없습니다.

전쟁을 치른 뒤 폐허 같습니다.

주민들은 흉물이 된 아파트를 완공하든, 철거하든 빨리 해결해주길 바랍니다.

[정풍현/주민 : 보기도 흉물스럽고…사람이 살았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지금. (쓰레기) 아무 데나 그냥 휙 갖다 집어 내버리고. 그 사람들 또 어떻게 할 수가 없잖아요.]

시신이 발견되는 등 문제가 계속 되자, 천안시는 건설 중인 단지 전체에 철판을 둘렀습니다.

하지만 여기까집니다.

직접 나서 해결하긴 어렵다고 말합니다.

아파트 공사와 관련된 회사들이 계속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천안시청 관계자 : '땅을 팔아서, 채무를 변제해라' 요구하는 소송인데, 안 끝났어요. 국토교통부에서 (본 정비사업으로) 선정하려고 해도 이런 걸림돌이 있으니까 못 하는 거죠.]

서울 구로에도 주민들이 다니는 길 한복판에 만들다 만 구조물이 있습니다.

초등학교 바로 앞 골목길입니다.

어린이보호구역인데요.

길가에 정체 불명의 철골 구조물이 놓여 있습니다.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있는데요.

바로 옆 11층 아파트와 높이가 거의 비슷합니다.

그 아래는 쓰레기장을 방불케 합니다.

건축자재와 가구가 뒤엉켜 있고, 지구본, 장난감 상자, 피자박스까지 버려져 있습니다.

구조물 곳곳에 철근들이 튀어나와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위험해 보입니다.

입구는 열려 있고, 출입을 막는 이도 없습니다.

9층 높이의 이 구조물엔 근린생활시설이 만들어질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주민들이 공사장의 안전조치가 부족하다고 민원을 제기하며 마찰이 생긴 뒤로, 10년 정도 공사가 멈췄습니다.

이후 해마다 건물을 철거해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구조물을 지나 학교가 있어 더 불안합니다.

[김순진/주민 : 여기 주위 다 아이들 많이 살고 있어서. 해결이 안 되니까 벌써 몇 년 몇십…꽤 됐죠. 문득 저거 너무 위험하다 쓰러지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 들었다가 급하면 또 저기로 돌아갔다가…]

태풍이 오면 불안함은 더 커집니다.

[임주량/주민 : 여름에 태풍이나 이런 것 불면, 바람 강하게 불면 저기에 뭐가 떨어질지도 모르고…]

구로구는 지난 2018년 구조물을 정비대상으로 판단했습니다.

땅을 매입해 구조물을 철거하고, 공공도서관을 세우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보상 문제를 두고 땅 주인과 협상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2년째 제자리걸음 중입니다.

이렇게 짓다 만 대형건축물이 전국에 322곳 있습니다.

2/3 이상이 10년 이상 방치됐습니다.

언제든지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국토부는 5년 전부터 상태가 심각한 건축물을 정해 공사를 다시 시작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지자체가 건물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건축주에게 철거를 명령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대부분 회사나 사람 사이의 빚 문제가 얽혀 있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 (방치 건축물 중에서) 이해관계가 복잡한 것들이 좀 있습니다. 돈에 관련한 권리이기 때문에 유치권 행사라든가 이런 게 많아요.]

자금난에, 소송에, 여러 이유로 짓다 만 건물들.

보기에도 흉물스럽고, 시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로 남아 있습니다.

공사를 마무리 짓거나 철거하도록 지자체가 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주민들은 말합니다.

(자료 : 더불어민주당 김교흥 의원실)
(VJ : 최효일 / 영상디자인 : 이정회 / 인턴기자 : 한병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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