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물고기도 고통을 느낄까요?" 횟집 수족관 '물고기 학대' 논란 [한기자가 간다]

한승곤 입력 2020. 12. 20. 08:11 수정 2020. 12. 20.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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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양식협회 집회 과정서 방어 등 물고기 내동댕이
동물권 보호단체 "어류도 고통 느껴..명백한 과학적 사실"
'물고기 학대 논란'에 '어류 고통 인지' 진위도 관심
횟집 수족관에 있는 각종 물고기 학대 논란까지 확산
서울 한 번화가 횟집 수족관에 보관 중에 있는 방어.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집회 현장에서 살아있는 물고기를 내던져 죽게 한 양식업자들이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되면서 물고기 동물 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동물권 보호 단체는 생명이 있는 물고기들이 집회 도구로 쓰였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또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횟집에서 좁은 수족관에 각종 어류를 보관하고 도마 위에 올리는 것 역시 문제라고 비판했다. 물고기에 대한 학대 논란이 일면서 소위 '수족관 보관 어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환기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일 동물권 보호단체 '동물해방물결'(단체)은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경남어류양식협회(협회) 관계자들이 시위 현장에서 동물학대를 했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집회 참석자들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앞서 협회는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상경집회에서 정부의 일본산 활어 수입에 반대하며 방어, 참돔을 바닥에 던지며 항의했다.

단체는 이 과정 자체가 명백한 동물학대라고 정의하고 강하게 규탄했다. 단체는 "경남어류양식협회는 이날 양식 어민이 죽어간다고 부르짖었지만, 정작 죽어간 것은 누구인가. 어느 나라에서 왔든, 인간에게 먹히기 위해 태어나 평생을 식용으로 착취당한 방어와 참돔이었다. 어류도 고통을 느낀다는 것은 명백한 과학적 사실"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7일 경남어류양식협회는 여의도 상경 집회에 살아있는 방어와 참돔을 데려와 민주당사 앞 도로에 내동댕이쳤다. 사진은 길에 내버려진 각종 물고기들.

이어 "비록 현행 동물보호법에서 어류 동물은 식용일 경우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집회에 이용된 방어와 참돔은 집회의 도구로 무참히 살해, 이용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산 물고기들을 산 채로 비닐봉투에 넣어 질식하게 한 점, △공개된 장소, △동종의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한 행위 등이 동물학대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동물보호법(제2조1호)에 따르면 '동물'에 대해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 포유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뿐 아니라 어류까지 해당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다만 어류의 경우,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범위에서 제외하고 있다.

경남어류양식협회 관계자는 "집회의 의도를 알리기 위한 퍼포먼스였을 뿐 학대의 의도로 생선을 던진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서울 한 번화가 횟집 수족관에 보관 중에 있는 방어. 사진=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 횟집 수족관에 갇힌 어류 동물학대 논란…시민들 반응 엇갈려

단체는 또한 물고기 학대 비판에 이어 양식업에서 동물이 사용되는 것에 대한 금지를 촉구했다. 횟집 수족관에 갇힌 어류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단체는 "코로나19와 기후 위기, 해양생태계 파괴 문제를 더이상 일본산이든 국내산이든 동물을 먹지 않는 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양식업계 역시 동물을 이용하지 않는 윤리적인 사회로의 전환을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물해방물결은 "업자들의 집회 현장에 그들이 이용하는 동물들이 직접 동원돼 처참히 도륙되는 장면을 보고 싶지 않을뿐더러, 전국 길목의 횟집 수족관에서 도마 위에 오르기 전까지 갇혀 있는 어류 동물들 또한 보고 싶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평소 회를 즐겨 먹는다고 밝힌 40대 회사원 김 모씨는 "회를 먹으면서 동물학대라고 생각해본적이 한번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동물보호단체에서 주장하는 수족관에 있는 물고기를 보면서도 학대라는 느낌을 가진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씨는 "넓은 바다나 강가에서 살다가 좁은 수족관에 있으니 답답하겠다는 생각 정도는 해봤다"라고 덧붙였다.

동물권 보호단체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반론도 있다. 30대 직장인 이 모씨는 "식용의 경우 법으로 보호하고 있지 않다"면서 "그러므로 학대라고 보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육식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채식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부분도 (단체가) 존중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수족관에 있는 어류만 보고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20대 대학생 박 모씨는 "식탁에 올라오는 잘 정리된 회는 문제없고 수족관에 갇혀 있는 모습에만 분노하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고기나 회 다 생명을 죽이고 요리하여 음식을 먹는 것 아닌가"라면서 "같은 기준이면 모두 다 학대다"라고 비판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한 번화가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50대 사장 김 모씨는 "횟감을 가지고 동물 학대라는 생각을 안해봤다"면서 "불편하면 먹지 않으면 그만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횟집 수족관에 고등어가 빽빽이 들어서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물고기도 다른 척추동물과 비슷한 방식으로 고통 대응"

반면 명백한 동물학대라는 견해도 있다. 미국의 동물학자들은 물고기도 통증을 느낀다고 강조한다. 테네시 대학 동물행동학과 출신으로 동물행동, 동물보호, 완전 채식주의 등 다양한 주제로 책과 논문을 쓴 동물학자 조너선 밸컴은 2017년 출간된 자신의 저서 에서 "신경해부학적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물고기의 통증 인식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지느러미가 없다는 이유로 인간의 수영 능력을 부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컬럼 브라운(행동생태학) 오스트레일리아 매쿼리대학 교수는 2017년 과학저널 에 실린 어류의 인지와 행동에 관한 리뷰논문에서 "물고기도 다른 척추동물과 비슷한 방식으로 고통에 대응한다는 데 학계의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어류의 지능이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03년 컬럼 브라운 교수를 포함한 케번 랠런드, 젠스 크라우스 등 과학자들은 어류의 지능을 연구한 500편이 넘는 논문을 조사했다. 이들이 내린 결론은 어류가 훨씬 더 뛰어난 지능을 지닌 동물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에 따르면 어류는 물풀이나 돌을 모아 둥지나 피신처를 만드는 등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가 하면 장기 기억을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복잡한 사회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또 자기 집단에 소속된 개체를 구별할 수도 있고 다른 물고기들이 그물에 잡히는 것을 본 물고기는 그물을 피하기도한다. 서로 협력해 포식자를 감시하고 먹이를 잡는 일종의 시스템을 유지한다.

도심 한 횟집거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美 연구진, 물고기도 고통에 진통제 찾아…'통증의 인지' 어류 관리 논의해야

한 연구조사 결과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미국 퍼듀대학 연구팀은 어류의 통증 인지 실험을 위해 수조 속 금붕어의 절반에는 진통제(모르핀)을, 나머지는 가식염수를 준 뒤 몸에 히터를 부착해 온도를 올렸다.

히터는 일정 온도가 올라가면 자동으로 멈춰 금붕어 몸에 화상을 입히지 않게 설계되었다. 연구팀은 본래 모르핀을 맞지 않은 물고기들만 고통을 느껴 꿈틀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연구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두 그룹의 금붕어 모두 일정 온도 이상으로 온도가 올라가자 꿈틀거리며 고통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 그룹에 대한 차이는 히터가 꺼진 뒤 나타났다. 모르핀을 맞은 금붕어들은 히터가 멈추자 종전처럼 자유롭게 수조를 돌아다니며 모이를 먹었다. 반면 모르핀을 맞지 않은 금붕어들은 경계하는 것 같은 태도로 한쪽에 몰려 있는 모습을 보였다.

온도가 올라가는 통증에 대해서는 두 그룹 모두 자동반사적으로 행동했다. 차이는 모르핀을 맞은 금붕어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하지 않아 바로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만, 고통을 경험한 금붕어들은 방어 태세를 취하게 되는 것이다. 이 연구는 금붕어가 고통에 신체적으로도 반응하는 것은 물론 이를 인식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실험 2시간 후 이 집단의 금붕어들은 사람과 같이 고통을 두려움으로 인지했다. 연구진은 물고기에 대한 관리에 대해 물고기가 인간적으로 다루어지는 것을 보증하는 방식으로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연구 결과는 미국 과학논문 사이트 '유레칼러트'에 실렸다.

동물해방물결이 2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살아있는 물고기를 집회 도구로 학대한 경남어류양식협회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동물해방물결

이와 관련해 다른 나라의 경우 동물복지 기준에 사람 이외의 모든 척추동물을 적용한다. 영국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는양식 물고기의 사육·운반·도살 과정에 동물복지 기준을 적용한다. 노르웨이는 연어 등 물고기 양식에 동물복지를 적용해 모든 물고기를 도살하기 전 기절시키도록 한다.

미국수의사협회는 2013년 발표한 동물 안락사 지침에서 "통증에 관한 한 물고기를 다른 육상 척추동물들과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동물권 보호단체는 개나 고양이뿐만 아니라 물고기 역시 명백하게 고통을 느끼고 있다며 어류 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했다.

동물해방물결은 "사람처럼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들의 고통을 외면해선 안된다"면서 "그들의 고통은 어쩌다 한번 있는 '이상한 집회' 현장만이 아니라, 온 도처의 횟집 수족관, 활어 운송 트럭, 양식장, 낚시장, 바다의 어선들에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더 이상 이들의 고통을 눈 감는 소비자가 되지 말자. 동물들을 위한 탈육식, 함께 실천해달라"고 당부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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