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메라]'44번 국도' 위 흉가..늘어나는 폐휴게소

2020. 12. 1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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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도 곳곳에서 폐업한 휴게소들, 수년째, 길게는 10년 넘게 버려져 있습니다.

변사체까지 발견되는 겁나는 장소로 전락했는데, 왜 방치돼 있는건지 현장 카메라 김태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경기도 양평에서 강원도 양양까지 이어진 44번 국도입니다.

국도 중간에 운전자들이 쉬어갈 수 있는 휴게소가 있는데요.

휴게소 상당수가 이렇게 폐허로 방치됐습니다.

왜 그런지, 또 상태는 어떤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

11년 전 폐업한 국도변 휴게소.

간판만 아니면 이곳이 휴게소였는지 모를 정도로 폐허가 됐습니다.

바닥엔 깨진 유리조각들이 굴러다니고, 부서진 문 사이로 건물 내부가 훤히 보입니다.

벽에는 누군가 써놓은 시뻘건 낙서가 가득하고, 방치된 유모차엔 불에 탄 아기 인형과 가면이 놓여 있습니다.

물과 전기가 끊긴 화장실엔 쓰레기가 나뒹굴고, 죽은 곤충 사체가 한가득입니다.

인근의 또다른 휴게소.

일부 상점을 빼고는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화장실을 모두 잠가놓다 보니 휴게소에 들린 이용객들은 용변을 볼 때마다 곤욕을 치릅니다.

[운전자]
"뛰어요 산속으로 뛰죠. 진짜로 그래요, 버스 옆에서 볼일 보고 급하니까요 어쩔 수 없죠."

일부 사람들은 노상방뇨를 하기도 합니다.

[폐휴게소 근처 상인]
"여기에다가 삽을 2개나 놨어요. 매일 치워서 저쪽에다 버리는 거예요 (삽까지 놨어요?) 예 (대변 치우느라?) 네."

주민들도 폐휴게소가 골칫거립니다.

"지금은 밤 9시입니다. 카메라 조명을 끄면 아무것도 안 보일 정도로 캄캄한데요. 도로에 차도 뜸하고 사람도 없습니다"

4년 전, 문을 닫은 휴게소에서 변사체가 발견된 이후 주민들은 근처에 가기도 겁난다고 하소연합니다.

[마을 주민]
"우범지역화 될 수 있는 여건이 다분히 있죠."

[강옥형 / 폐휴게소 근처 마을 주민]
"밤에는 거의 안 나가고 여자 아이 학생들 있는 사람은 부모가 가서 데리고 오고…."

취재진이 44번 국도를 따라 7km 가량 이동해 보니, 이 구간에서만 폐업한 휴게소 5곳이 나왔습니다.

과거 서울 수도권과 강원도를 잇는 주요 도로로 차량들이 붐볐지만 서울과 양양을 잇는 고속도로 개통 이후 차량 통행이 급격히 줄면서 폐업으로 내몰린 겁니다.

재개발 되는 경우는 극히 일부분, 대부분 그대로 방치되기 일쑤입니다.

[폐휴게소 소유주]
"(임대나 매매가) 빨리 안 되네요. 빨리 해결을 할게요."

더 큰 문제는 전국 국도에 휴게소가 몇 개나 있고 몇 개가 문을 닫았는지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한국도로공사가 시설 규모와 판매 품목, 고객서비스까지 규제, 관리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와 달리.

국도 휴게소는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돼 감독 기관도, 별도 규정도 없습니다.

지자체는 사유재산이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양평군청 관계자]
"강제로 할 수 있는 건 없지만 건축주한테 공문을 발송해서 시설물 관리를 잘해달라고 부탁을 해야 될 부분은 있겠죠."

국도의 흉물로 전락한 폐휴게소.

모두가 손을 놓고 있는동안 주민도, 운전자도 불편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현장카메라 김태영입니다.

live@donga.com
영상취재: 박영래 박재덕
영상편집: 방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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