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권 위협vs산업경쟁력 강화..대기업 중고차 진출 '진통'

김호준 2020. 12. 7.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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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자중기위, '대기업 중고차시장 진출 공청회'
완성차 업계 "국내 중고차시장 낙후..산업경쟁력 확보해야"
중고차 업계 "소상공인 생계 위협..생태계 무너질 것"
국회도 '독점 우려'에 무게.."중기부, 적극적인 중재 역할 필요"
서울 동대문구 장한평 중고차 시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대기업이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면 중고차 매매업 생태계는 완전히 무너지고 맙니다.”(임재강 대전중부자동차매매사업조합장)

“충분한 경쟁력 확보 기간을 줬음에도 중고차시장은 여전히 낙후한 상황입니다.”(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

중고차시장 진출을 선언한 완성차 업계와 중고차 매매업계가 국회에서 만났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채 접점을 찾지 못했다. 완성차 업계는 산업경쟁력과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중고차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하면 소상공인 생계를 위태롭게 한다며 정부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야 의원들은 양측 간 상생협약을 중재하고 있는 중소벤처기업부의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대기업의 중고자동차 매매시장 진출 관련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생존권 위협”vs“산업경쟁력”…갈등만 재차 확인

7일 오후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국회에서 ‘대기업의 중고자동차 매매시장 진출’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먼저 완성차 업계는 산업경쟁력,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 중고차시장 진출 당위성을 강조했다. 낙후한 국내 중고차시장이 중고차 수출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해외로 수출하는 저품질 중고차로 국산차 품질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이다.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는 “중고차는 신차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이라며 “중고차 매매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산업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글로벌 자동차 산업 추세에서는 제조부터 사후관리(A/S), 중고차 관리 등 전반적인 자동차 생애주기 데이터를 확보해야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금융이나 보험, 공유차 등 새로운 분야에서 부가가치를 올리기 위해서도 중고차 관련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고차 업계는 대기업 진출 자체가 소상공인 생계를 위태롭게 한다고 지적했다. 임재강 대전중부자동차매매사업조합장은 “대기업이 중고차 매집부터 영업까지 한다면 중고차 매매업 생태계는 완전히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제작과 판매, 유통까지 다하는 대기업과 소상공인이 어떻게 상생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임 조합장은 “중고차시장에 대한 소비자 불신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더욱 자정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소비자에게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고 가격정찰제나 자동차 판매원 교육강화도 시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임기상 자동차10년타기시민운동연합 대표는 “중고차를 사는 이들은 서민이나 경제적 약자인 경우가 많다”며 “중고차시장을 믿지 못하면 무리한 할부나 캐피탈을 이용해 신차를 사는 이들이 늘어나고, 결국 대기업의 배만 불리게 해주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중고차시장 변화 필요성을 지적했다.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서 대기업의 중고자동차 매매시장 진출 관련 공청회에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상무에게 질의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쳐)

국회도 ‘독점 우려’에 무게…진통 계속될 듯

이날 공청회에서 의원들은 대체로 대기업의 중고차시장 진출로 인한 독점을 우려했다. 국내 완성차시장 70% 이상을 차지하는 대기업이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면 중고차 매집부터 유통,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장악할 확률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중기부의 적극적인 중재 방안 도출노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대기아차가 중고차시장에 진출하면 물량을 ‘싹쓸이’할 우려가 있지 않느냐”며 “중고차 매매업 종사자들이 위기감을 느끼는 상황을 완성차 업계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주홍 상무는 “국내 소비자의 평균 차량 소유 연한은 8년이기 때문에, 인증중고차 사업을 하더라도 기간 내에 실제로 유통·판매하는 대수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현대차가 중고차시장 지배력 있는 사업자가 된다면, 신차 시장에서 영업전략에 따라 중고차 가격이나 물량을 왜곡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결국 독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역시 “중고차 문제는 우리 사회·경제적 약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하나의 시험대”라며 “왜 중기부가 중고차 문제에만 대기업에 관대한지 모르겠다. 이런 시장을 좀 지켜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당부했다.

참관 자격으로 참석한 박종찬 중기부 상생협력정책관은 “정부는 양측이 서로 만나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누길 바라지만, 논의가 평행선만 달려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중기부에서는 소상공인과 대기업을 설득해 보다 나은 협력 방안을 찾을 수 있는지 세심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김호준 (kazzy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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