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광고가 360만 조회수?.. "힙하고 젊어진 광고에 눈길 쏠려"

이복진 2020. 11. 25.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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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영상 ‘[SME 광고 캠페인] 성용씨의 경쟁력, 네이버’의 한 장면.
막걸리 광고이지만, 광고 같지 않은 유튜브 영상이 최근 입소문을 타고 있다.

해당 영상은 공개 한 달이 채 지나지도 않았는데, 24일 기준 360만 조회수를 넘어섰다. 주류 관련 콘텐츠, 특히 광고 영상으로는 이례적인 숫자다. 주인공은 바로 지난달 30일 공개된 유튜브 영상 ‘[SME 광고 캠페인] 성용씨의 경쟁력, 네이버’.

해당 영상은 서울 성수동에서 서울쌀로 막걸리를 빚는 ‘한강주조’ 고성용 대표의 이야기로, 네이버가 진행 중인 중소사업자(Small and Medium-sized Enterprises·SME) 광고 캠페인 하나로 제작됐다.

영상은 고 대표가 철창문을 열고 나와 길을 걸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어 한강주조란 글이 나오고 고 대표가 막걸리를 만드는 모습이 뒤를 잇는다. 영상은 건물 옥상에서 고 대표를 비롯한 한강주조 관계자들의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으로 끝난다. 영상 길이는 30초. 

다른 광고 영상과 별다를 게 없는 영상이지만, 왜 360만번이나 조회됐을까. 주류문화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인 숙명여대 미식문화최고위 과정 명욱 교수는 “막걸리라는 고정관념을 깼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강주조의 ‘나루 생 막걸리’.
명 교수에 따르면 한강주조는 지난해 6월 ‘나루 생 막걸리’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막걸리 시장에 뛰어든 신생 양조장이다. 서울 한복판인 성수동에서 서울쌀인 ‘경복궁쌀’을 사용해 막걸리를 빚고 있다. 

전통주인 막걸리를 만드는 양조장이지만, 막걸리만 예스러울 뿐 다른 것들은 세련됐다. 막걸리병은 녹색이나 불투명하지 않고 내용물이 온전히 보이는 투명이다. 모양도 원통형이며 라벨은 업계에서 사용이 드문 파란색이다. 명 교수는 “한강주조는 막걸리라는 전통주를 생산하지만, 생산물에서 ‘젊음’을 추구하고 있다”며 “이번 광고 영상이 메가 히트를 한 이유는 이러한 부분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상에는 흔히 막걸리 양조장하면 떠오르는 예스러운 게 없다. 미국 뉴욕 맨해튼의 남쪽, 휴스턴가와 커널가 사이의 화랑 밀집지대인 소호 지역을 연상케 하는 건물 등 소품들이 등장한다. 이런 소품 사이를 고 대표는 빠르게 걸어가면서 막걸리를 마신다. 앉아서 사발 등에 따라 마시는 것이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음료수를 마시듯 막걸리를 다룬다.

고 대표 모습 등 영상 자체도 젊지만, 함께 흘러나오는 음악도 막걸리 광고 같지 않다고 명 교수는 설명했다. 명 교수는 “BMG 전문 작곡 조직인 ‘얼티튜트 언더스코어’(altitude underscore) 노래가 젊음을 가중한다”며 “드럼 소리로 치고 나가는 비트에 일렉트릭 기타 소리가 얹어지면서 생동감 있는 음악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신천희 시인의 ‘술타령’.
무엇보다 이 광고를 다시 보게 되는 것은 “늘 전통이 갖은 어려움을 표현한 것이 아닌, 자신감과 자부심을 표현했다는 데 있다”고 명 교수는 강조했다. 기존 막걸리 양조장은 도움이 필요한 곳처럼 묘사됐다. 하지만 영상에서 한강주조는 ‘우리는 우리 스스로 즐기면서 막걸리를 만든다’는 자신감이 담겨있다. ‘내가 좋아서 한다’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의 취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특히 영상은 처음에 이러한 젊은 사람들의 취향과 자신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날씨야 네가 아무리 추워봐라, 내가 옷 사 입나 술 만들지” 

고 대표가 영상 초반에 하는 말이다. 이 말은 동화작가이자 승려인 소야 신천희 시인의 ‘술타령’을 인용한 것이다. 술타령은 술을 좀 마신다고 하는 사람들을 대부분 알고 있는 시로, 영상에 이 시가 사용되면서 예스러움이 아닌 힙(hip·새롭고 개성이 강하다)한 감성이 더해졌다.
명 교수는 “현재 소비자가 찾는 전통의 모습을 한강주조 영상이 잘 보여주고 있다”며 “해당 영상은 앞으로 우리 막걸리가 가야 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의미 있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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