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메라]강아지 산책 체험?..'촬영용 대여' 논란

2020. 10. 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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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내고 강아지를 산책시키는 프로그램.

이색 체험같지만, 빌려주는 어린 강아지들 모습을 보면 강아지 산책이 아니라 학대에 가깝습니다.

현장카메라, 김철웅 기자입니다.

[리포트]
"'강아지와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입소문 난 곳이 있습니다. 돈을 주면 강아지를 몇 시간 빌릴 수 있는데요. 동물단체는 이건 학대라고 주장합니다. 어떤 상황인지, 현장으로 갑니다."

경기 안성시에 있는 풍산개 농장.

생후 3, 4개월 된 강아지들이 모여 잠을 자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집니다.

하루 100명 정도 오는데 코로나19 이전엔 더 많았습니다.

한 마리와 2시간 동안 2만 원.

강아지는 돈을 낸 손님들과 '체험'이라 불리는 산책을 해야 합니다.

반려동물 전문가와 함께 상태를 살펴봤습니다.

[이순영 / 동물 트레이너]
"두 시간이 굉장히 긴 시간이에요. 가고 싶지 않은데, 사람 의지대로 가야만 하고 항상 그 스케줄을 지켜야 하는 점도 굉장히 우려스럽고 스트레스를 충분히 줄 수 있을 거 같아요."

주변에도 지쳐 보이는 강아지가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개는 평균적으로 하루 12시간 잠을 자는데 강아지는 그 이상을 자요. 쉬고 있는데 사람들은 놀고 싶어요. 그러면 얘는 놀아야 돼요."

[김철웅 기자]
"이용객들은 강아지를 데리고 나온 뒤, 사진을 찍으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자연스럽게 강아지의 휴식은 뒷전이 되고, 강아지는 사진의 배경이 됩니다."

정해진 대여 시간 때문에 사람은 조급해집니다.

강아지가 줄에 묶여 억지로 끌려가는 모습이 자주 보였습니다.

(강아지가 안 가려고 해요?)
"네. 안 가려고 하더라고요 얘가."

반려견을 아끼는 체험이라는 업체 측 주장과 달리 기본적인 관리도 부실했습니다.

[김철웅 기자]
"지금 날씨가 더운데 물이 없어서 강아지들이 물을 찾고 있습니다."

호기심에 갔다가 마음이 불편해졌다는 이들도 많습니다.

[이용객 A]
"스트레스 받을 것 같아요 느낌이. 이렇게 우리 마음대로 하려고 하는 게 미안해서."

[이용객 B]
"취지는 산책인데, 산책하는 강아지가 거의 없었어요. 애들이 무기력하고 가만히 있는 느낌. 제 돈을 내고 동물 학대에 동참한 느낌이 들었어요."

갓 태어난 새끼만 동원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지난 5월에 촬영된 영상인데, 면역력이 매우 약한 생후 1, 2개월로 추정됩니다.

강아지가 크면 어떻게 될까?

눈에 띄지 않는 뒤편 축사로 옮겨집니다.

여기서 또 다른 새끼를 낳기 위한 번식용으로 길러집니다.

업체 측은 산책 횟수를 제한하는 등 강아지 건강을 챙기고 있다면서, 체험 프로그램은 점차 줄여나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업체 매니저]
"미흡한 점은 분명히 있고, 앞으로는 체험 사업을 축소할 예정이에요."

관광 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봐달라고도 했습니다.

[업체 대표]
"농촌이 굉장히 어려웠는데 이런 새로운 테마를 가지고 마을이 발돋움해가는 과정인데…"

동물 단체는 현행법상 동물 대여가 금지돼 있는데, 체험이란 명목으로 편법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조희경 / 동물자유연대 대표]
"성견들은 가둔 상태에서 어린 새끼만 일종의 쇼윈도에 내놓은 형국이잖아요. 인형 놀이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동물 학대행위라고 생각하고요."

"강아지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란 지적에 대해서 업체 측은 겸허하게 수용하고 또 보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정 업체에 한 곳만의 문제가 아니라 동물을 돈벌이 대상, 도구로 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현장 카메라 김철웅입니다."

woong@donga.com
PD : 김종윤 석혜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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