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형 샴푸·고체치약..플라스틱 줄이니 돈 굳고 건강은 덤"

이윤식,이진한,김유신,박윤균,차창희,김금이 2020. 10. 6. 17: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제로' 열흘 체험해보니
욕실·주방엔 플라스틱 투성이
용기제품 줄였더니 알뜰 소비
마포구 재활용센터 '알맹상점'
병뚜껑 모아 치약짜개 탈바꿈
잘 썩는 플라스틱도 대안으로
친환경봉투 자발적 사용 늘어

◆ 플라스틱 팬데믹 (下) ◆

서울 마포구 제로 웨이스트 매장 `알맹상점`에서는 재활용되지 않는 작은 플라스틱 소재 뚜껑을 기부받아 칫솔 짜개 등을 만들 수 있는 `플라스틱 방앗간`으로 보내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이어트 식단을 조절하듯이 내가 언제 얼마나 일회용품을 사용하는지 확인해 봐야 해요. 쓰레기를 모르고 만드는 것과 알고 만드는 건 인식에 큰 차이가 생깁니다." (양예빈 기후변화청년단체(GEYK) 활동가)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쏟아져 나오는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쓰레기 문제와 지구온난화 같은 기후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면서 환경보호를 위한 '필(必)환경'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캠페인이다. 플라스틱 컵 대신 텀블러, 물티슈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고 과대 포장된 제품이나 비닐 등의 사용을 자제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일상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것을 알아보기 위해 기자가 직접 10여 일간 제로 웨이스트에 도전하는 '제린이'가 돼 봤다.

가장 첫 단계로 여러 물건을 담을 수 있는 큰 사이즈 에코백에 텀블러, 손수건 등을 챙겨 외출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플라스틱 성분으로 이뤄진 일회용컵과 물티슈 대신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시작부터 어려움에 부딪혔다. 자주 방문하던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개인 컵 지참 시 할인은 되지만 사용은 어렵다"고 안내하며 일회용컵에 음료를 제공했다.

그래서 일상 속에서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을 찾았다. 주방세제와 샴푸, 치약 등 집 안 욕실 용품 대부분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었다.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대학생 이재경 씨(24)는 "플라스틱 용기 제품 대신 비누 형태 샴푸, 고체 치약, 천연 세제 등 대체해 쓸 수 있는 제품이 많다"며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소비도 줄고 오히려 돈을 아끼게 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가장 처치하기 곤란한 쓰레기는 화장품이었다. 화장품에서 나오는 쓰레기에 문제를 느끼고 종이 용기와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알맹상점은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는 문구를 내걸고 친환경 제품을 판매한다. 이주은·양래교 알맹상점 대표는 "환경보호는 환경운동가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내 습관을 바꾸는 일에서 시작한다"며 "병뚜껑을 색깔별로 모아 재활용 센터 '플라스틱 방앗간'으로 보내면 플라스틱 치약 짜개로 재탄생된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플라스틱 제로,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전에 생산 단계에서 친환경 바이오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것도 중요한 대목으로 꼽힌다.

바이오 플라스틱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과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하는 '바이오 기반 플라스틱'으로 구분된다. 이 중 생분해성 바이오 플라스틱은 일정 온도와 습도 등 조건을 갖춘 설비에서 처리되면 퇴비화할 수 있다. 최근 방문한 경기도 포천의 바이오 플라스틱 가공 업체 프로팩 생산 공장에서는 바이오 플라스틱 비닐봉투를 찍어내는 기계가 정신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옥수수와 사탕수수에서 뽑아낸 성분으로 만든 원료를 기계에 넣은 뒤 가열하면 액체로 녹는다. 이후 좁은 관을 통해 이동하는 액체에 공기를 불어넣으면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일회용 비닐봉투가 탄생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일회용품 사용량 증가 등으로 폐기물 문제가 불거지자 바이오 플라스틱 봉투 주문량이 크게 늘었다. 일반 봉투와 비교해 생산 원료 차이로 가격이 2~3배가량 비싸지만 환경보호에 동참하겠다는 기업이 증가하며 주문도 늘었다고 남경보 프로팩 대표는 설명했다. 남 대표는 "최근 배달의민족 등 배달 업체도 생분해성 봉투를 주문해 사용한다"며 "1년에 1억장가량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지만 주문이 크게 늘어 생산량이 주문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플라스틱의 분리수거 시스템이 아직 갖춰지지 않은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진인주 한국바이오플라스틱협회 회장은 "정부에서 '바이오 플라스틱'과 '일반 플라스틱'을 모두 같은 플라스틱의 일종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문제"라며 "지방자치단체에서 바이오 플라스틱을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을 만들고 이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갖춘다면 현재 폐기물 문제 중 상당 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획취재팀 = 이윤식 기자 / 이진한 기자 / 김유신 기자 / 박윤균 기자 / 차창희 기자 / 김금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