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유난스러운 거야"..침묵 강요당하는 성폭력 피해자

조혜진 입력 2020. 8. 16. 22:10 수정 2020. 8. 1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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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참아라", "당신이 유난스러운 거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2차 가해 중 이른바 '사소화'라는 게 있습니다.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면 오히려 피해자를 유난스런 사람으로 몰고가 비난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실제 성폭력 피해자 대부분이 겪는다는 '사소화' 문제, 그 실태를 조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이 여성은 4년 전 다니던 회사에서 사장으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과 성추행에 시달렸습니다.

[직장 성폭력 피해자 : "자기의 몸을 저한테 이렇게 뒤에서 밀착하면서 장난을 치는 그런 행동을 자주 하셨었거든요."]

하지만 신고 대신 퇴사를 선택했습니다.

회사 분위기 때문이었습니다.

[직장 성폭력 피해자 : "(회사에서는) 늙어서 모르셔서 그랬으니 그냥 네가 이해해라 이런 식으로..."]

중학교 행정 직원인 이 여성은 2년 전 용기를 내 상사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고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공개적인 '미투' 이후로도 변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사립학교 성폭력 피해자 : "저희 학교는 성희롱적 발언은 아무렇지 않게 되는 곳이거든요. 성희롱은 처벌이 약하다, 참고 다녀라. 이렇게 얘기를 관리자가 하세요."]

이처럼 성폭력 피해자에게 참으라고 강요하고, 심지어 유난스런 사람으로 몰고 가는 걸 '사소화'라고 부릅니다.

이런 '사소화'는 피해자들을 더욱 침묵하게 만들 뿐 아니라 가해자의 입지를 강화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김보화/한국성폭력상담소 책임연구원 : "'크게 문제 삼지 않을 수 있는 문제구나' 이런 것들을 사실 모두가 학습하죠. 다음의 피해자를 양산하고, 또 그 다음의 가해자를 양산하는 것..."]

한 조사 결과 성폭력 피해자 10명 중 8명은 문제 제기조차 포기한다고 나오는데 조직 내의 '사소화'가 큰 원인입니다.

[이수연/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 : "부담을 고스란히 피해자가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그런 부분을 피해자도 이제 미리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신고까지 이뤄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고요."]

결국, 가해자는 아무렇지 않게 생활하고 피해자만 참고 견디는 게 현실입니다.

[사립학교 성폭행 피해자 : "제가 얘기한 게 후회 안 됐으면 좋겠어요, 용기 내서 말한 게 헛되지 않았으면 좋겠고,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KBS 뉴스 조혜진입니다.

촬영기자:민창호 권순두 홍성백/영상편집:유지영/그래픽:이희문

조혜진 기자 (jin2@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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