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우가 18개월형이라고요?" 글로벌 여성단체도 분노했다

심윤지 기자 2020. 8. 4.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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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여성단체 'CATW'가 본 손정우 판결

[경향신문]

“범죄 심각성 부합 안 된 판결
국경 넘나든 범죄 행위인데
범죄인 인도 청구 기각 ‘의아’

전 세계 공론화 필요한 사건
처벌 보다 더 강력해져야만
이를 대하는 문화도 바뀔 것”

징역 1년6월. 세계 최대 성착취 웹사이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24)에게 한국 법원이 내린 형량이다. 지난달 6일 서울고등법원이 손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청구를 기각하면서, 손씨의 미국행 역시 불발됐다. 웰컴투비디오를 통한 성착취는 국경을 넘나들며 이뤄졌지만 손씨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한국 사법관할권을 넘지 못했다. 지난 4월로 형기를 채우고 지난달 초 석방된 손씨는 현재 불구속 상태에서 ‘범죄수익 은닉’ 혐의에 대한 추가 조사를 받고 있다.

미국의 여성단체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전 세계에서 성착취·성매매 반대 활동을 벌이고 있는 반성착취연합(CATW) 공보담당자 마리아나 배닌은 지난달 31일 기자와 e메일 인터뷰를 하면서 “손정우에게 내려진 18개월형은 범죄의 심각성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CATW는 미국 뉴욕에 본부를 둔 세계적인 반성착취·성매매단체로, 법원의 손씨 미국 인도 불허 이후 한국 여성의당과 국제연대를 추진 중이다.

반성착취연합 활동가들은 한국 법원이 미국 정부의 범죄인 인도 청구를 기각했다는 사실을 미국 내 언론 보도와 한국계 미국인 페미니스트 단체를 통해 접했다고 했다. 당시 한국 법원은 손씨의 미국 인도를 불허할 ‘절대적 거절 사유’는 없다면서도 “손씨를 웰컴투비디오 국내 회원 수사에 활용할 수 있고 범죄인 인도가 아니더라도 사법공조가 가능하다”는 ‘임의적 거절 사유’를 제시했다.

배닌은 “이러한 기각 결정이 이례적이라는 사실은 한국 시민단체와의 교류를 통해 처음으로 알게 됐다. 법원이 이같이 판단한 근거도 손정우 사건의 특성과는 부합하지 않다고 들었다”며 “우리는 그가 이렇게 끔찍한 범죄를, 국경을 넘나들며 저질렀음에도 왜 처벌을 피하게 됐는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웰컴투비디오 사건’의 자세한 경위는 지난해 10월 미국 법무부가 국제공조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처음 알려졌다. 반성착취연합은 “브리핑 직후엔 관련 보도와 논의가 있었지만 불행히도 최근 범죄인 인도 청구 기각에 대해서는 논의가 별로 없다”고 했다. 반성착취연합이 여성의당의 국제연대 제안을 수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배닌은 “아동에 대한 폭력과 학대, 성착취에 맞서 정의를 추구하는 한국 여성들의 목소리를 알리는 것은 우리의 활동 방향과 정확하게 부합한다”면서도 “우리는 이 사건, 그리고 한국 여성들이 맞서 싸우고 있다는 사실이 이곳 미국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더 많이 공론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온라인 성착취는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른 상태다. 배닌은 “미국 연방정부에 의해 폐쇄된 백페이지닷컴(Backpage.com) 등에는 성구매자들이 물건처럼 구매한 어린 여성들에 대한 노골적인 후기들이 올라왔다”며 “우리는 이러한 사이트를 통해 성적으로 거래된 피해 생존자들과 연대해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닌은 인터뷰에서 성착취에 대한 강력한 처벌의 필요성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가해자에 대한 솜방망이 판결은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학대와 착취를 사소한 것으로 만들고,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는 문화를 만든다”며 “(처벌 강화는) 단순히 피해자들에게 정의가 구현되는 것을 보여주고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게 하는 차원을 넘어서 성폭력에 대한 문화 전반을 바꾸는 일”이라고 말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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