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vs 전국민 고용보험..뭐가 더 좋은 정책일까

김태형 이코노미스트 2020. 6. 20.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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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생각 다른느낌]기본소득의 쟁점②

[편집자주] 색다른 시각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지는 세상을 만들고자 합니다.

최근 긴급재난지원금의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면서 전면적인 ‘기본소득’ 도입 주장이 거세졌으나 ‘전 국민 고용보험’이 우선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지난 3일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실질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기본소득 제도가 검토돼야 한다”고 화두를 던졌다. 2015년부터 청년배당을 추진했던 이재명 경기지사는 적극적으로 기본소득 시행을 주장했다. 이낙연 전 국무총리도 “기본소득에 관한 찬반 논의를 환영한다”고 견해를 밝혔고,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과 미래통합당 이양수 의원 등이 기본소득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반면 청년수당 정책을 시행했던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본소득보다는 현재 50%에 불과한 고용보험을 전 국민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부겸 전 의원도 “복지 없는 기본소득은 본말이 전도된 주장”이라며 기본소득 도입에 앞서 고용보험 확대를 강조했다. 또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의료지원 등 취약계층 지원을 다 없애고 전 국민 빵 값으로 일정한 금액을 주는 것이 더 맞는가"라며 반대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기본소득 찬·반은 보수와 진보 간의 이념 논쟁이 아니라 재원조달과 분배, 복지 이념과 실현에 대한 견해 차이에서 비롯된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로 대별되는 이재명 지사의 ‘기본소득’과 박원순 시장의 ‘전 국민 고용보험’ 가운데 뭐가 더 좋은 정책일까.

◇기본소득과 고용보험 견해차는 청년배당과 청년수당에서 시작
이재명 지사가 기본소득, 박원순 시장이 고용보험으로 견해가 갈리는 이유를 찾으려면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은 ‘청년배당’,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년수당’을 추진해 2016년부터 지급을 시작했다. 2000년 이후 국내 청년실업률이 7~8%대를 유지하다가 2014년(9.0%)과 2016년(9.8%)에 급등했다. 이에 청년실업에 대응한 정책으로 명칭이 비슷한 양 제도가 도입됐지만 실질적인 차이가 있다.

청년배당은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24세 청년을 대상으로 지급하고 사후 사용처를 밝힐 필요가 없다. 반면 청년수당은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한 19~29세 미취업 청년 중 3000명을 대상으로 하고 수급자는 활동상황을 보고해야 한다.

청년배당은 인간다운 생활이라는 자연권적 성격의 기본소득 정책이나 청년수당은 청년정책에 대한 기본계획을 실현하는 실정법적 복지 급여다. 이런 이념 차이가 이어져 기본소득(보편적 복지)과 고용보험(선택적 복지)으로 견해가 갈렸다.

◇기본소득과 고용보험의 대상과 필요재원
기본소득과 고용보험은 재원 조달과 배분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를 두고 차이가 난다. 기본소득은 전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지급인데 반해 고용보험은 고용보험 가입자 중 실직자를 대상으로 한다. 상대적으로 기본소득이 고용보험에 비해 더 많은 재원을 필요로 한다.

이에 대해 이재명 지사는 5일 페이스북에서 “단기목표 연 50만원, 중기목표 연 100만원, 장기목표 연 200만~600만원 계획으로 첫해 연 20만부터 순차적으로 하면 기본소득은 어려울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추가 국채발행 없이 기본소득 연 20만~50만원(10조~25조원 필요)은 일반회계예산 조정, 연 100만원(50조원 필요)은 조세감면 축소, 연 200만~600만원(100조~300조원 필요)은 탄소세, 국토보유세, 로봇세 등을 신설해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성인 인구 4000만명에게 월 5만원씩 지급한다면 1년에 24조원이 투입된다. 이 돈을 실직자 200만명에게 쓴다면 월 100만원씩 연간 1200만원을 지원할 수 있다”며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선택과 집중을 강조했다. 5월 기준 취업자 2693만명 중 고용보험 가입자는 1382만명으로 51% 수준이다. 전 국민 고용보험으로 확대해도 가입자들의 보험료와 일부 재정 지원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전체가 아닌 실직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1인당 수혜폭이 크다.

결국 지원 대상이 전 국민인가 아니면 실직자에 국한하는가에 따라 비용조달과 배분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기존 복지 급여를 상쇄할 가능성
기본소득과 고용보험이 서로 완전히 상충되거나 대체되는 관계는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양자가 모두 적용될 수 있다. 복지라는 큰 틀에서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한정된 재원을 사용하는가의 문제다.

하지만 기본소득은 고용보험에 비해 기존 복지 급여를 상쇄할 가능성이 높다. 기본소득 제도의 장점으로 내세우는 일괄적 운영의 편리성이 기존 복지를 축소해 저소득층의 혜택을 감소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본소득보다 고용보험 확대를 먼저 해야 한다는 견해의 근거이며 기본소득이 복지 제도를 완전히 대체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기본소득이나 전 국민 고용보험을 도입하자는 주장은 포스트코로나 시대가 고용 감소를 앞당길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서 재부각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비대면 산업의 등장이 고용 측면에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양 제도 모두 찬·반 양론이 있으나 앞으로 기존 제도와 산업만으로 고용의 감소를 막지 못한다면 기본소득과 전 국민 고용보험 논의를 비껴가긴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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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형 이코노미스트 zest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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